경찰 긴급출입권, 인권침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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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긴급출입권, 인권침해 없어야
  • 김현
  • 승인 2012.07.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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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잇따라 흉악범죄가 주택가에서 발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경찰이 강력한 카드를 빼들었다. 피해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당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타인의 건물이나 주택에 강제로 들어가 조사할 수 있는 긴급출입권을 신설키로 한 것이다. 국민을 분노케 한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일명 오원춘 사건), 수원 내연 남녀 동반자살사건에서 경찰이 위험 현장에 도착해도 건물주가 거부하면 강제로 들어가거나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긴급출입권은 긴급 상황에서 경찰이 건물주의 동의 없이 건물에 출입해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상태를 조사할 수 있게 한다.


경찰청은 2012년 6월 입법예고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법률안을 2012년 9월 정기국회에 정부 입법안으로 상정한다. 개정법률안은 긴급 상황 시 적극적인 경찰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제7조의 제목을 ‘위험방지를 위한 출입’에서 ‘긴급출입권’으로 변경하고, ‘보호조치’도 긴급출입의 범위에 포함시키며 출입 후 위해의 방지 또는 제거를 위해 수반되는 조사활동의 근거를 명시한다.


경찰의 긴급출입권이 적정하게 행사한다면 강력하고 긴박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살인 등 강력범죄 뿐 아니라 가정폭력도 긴급출입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을 아내와 자녀가 합작하여 살해하거나 부모의 자녀 학대 심지어 자녀를 죽이기까지 하는 극단적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개인과 가정의 사적 영역으로 방치할 수 없으며 공권력이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 유명 배우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취한 상태에서 가정폭력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선진사회일수록 개인이 집안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으며 가족 구성원들이 상호 존중해야 하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긴급출입권의 필요성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인권 침해의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경찰관이 개인의 판단에 따라 법원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국민의 사생활 영역인 주택에 언제든지 강제로 출입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손해를 입더라도 그 경찰관은 책임을 지지 않게 되어 경찰권의 남용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사생활 영역을 보호하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긴급출입권의 발동 요건을 좀 더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살인, 강도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이 급박한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다든지 혹은 생명에 대한 침해 아닌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긴급출입권을 발동할 수 없게 한다든지 하여 발동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인권 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이 긴급출입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건물주 등에게 손실을 입혔다면 이를 보상함이 마땅하다. 이번 개정안도 경찰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책임이 없는 자가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의 특별한 손실을 입은 경우 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관이 수사를 하다가 생긴 손실을 개인 돈으로 처리해야 했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경찰관이 긴급 상황에서 건물의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경우 경찰관의 사비로 비용을 메우는 모순도 해결될 것이다.


긴급출입권은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청과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상반되는 요구가 함께 충족되어야 하는 미묘한 사안이므로 경찰은 범죄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통해 생명이 위험한 국민에게 즉각 도움을 주되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즉 긴급출입권의 행사 요건은 엄격하게 규정하고 해석하되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주저 없이 문을 따고 들어가서 생명이 위험한 국민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경찰은 목적과 필요성만 강조하여 긴급출입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긴급한 상황에서만 최소한으로 행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진정한 국민의 머슴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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