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최연소 합격수기-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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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최연소 합격수기-이민하
  • 법률저널
  • 승인 2012.07.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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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t Means to Be a Good Diplomat-고민의 시작과 끝에서

 



이민하
외무고시 최연소·서울대 영어영문학 4년 재학

 

 
I. 들어가며: 책 속에 적힌 한 마디

 

“‘좋은 외교관이 되세요.’ -지인이 선물한 책 속에 적힌 짧은 한 줄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나 힘들게 바둥바둥 넘기고 있는 매일은 빠른 합격을 위함인가, 좋은 외교관이 되기 위함인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공부가 언젠가는 나를 충만하게 해줄 수 있을까? 같은 시간 일어나 같은 책을 챙겨서 아침부터 집을 나서는 게 벌써 몇 개월째인데, 오늘따라 몸도 마음도 무겁기만 하다.”
-2011년 12월 03일 07:41 휴대폰 메모 中

 

저는 2011년 1월 1일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정하고 외무고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메모는 1차 시험을 고작 두 달 앞둔 작년 12월에 작성한 것인데, 돌이켜보면 가장 근본적이고도 저를 최종 합격으로 이끌어 준 핵심적인 고민을 이때서야 처음 품게 된 셈입니다. 공부기간이 짧았던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도 고시를 준비하면서 접하게 되는 방대한 분야와 양의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위와 같은 고민을 품은 순간부터 저는 스스로가 좋은 외교관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부를 빠른 합격을 위해 보편화 되어있는 공부보다 우선시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합격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좋은 외교관이 되기 위한 자질을 하루하루 기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합격수기를 통해 수험생 여러분께 최대한 많은 내공을 전달해드리는 게 글쓴이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러분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하는 질문들과 싸워왔던 전 수험생의 입장에서, 저 자신의 내공 역시 무척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저 주로 어떤 원칙들을 바탕으로 공부해왔고 어떤 마음가짐이 공부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저처럼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실이 있을 수 있다는 공감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Ⅱ. 1차 공부: 자기 습관 바꾸기 훈련과 마인드 컨트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1차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노력의 양과 잘 비례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관문인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런 생각 때문에 이런저런 공부 ‘비법’에 대해 들을수록 점점 본인의 귀가 얇아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정말 PSAT 공부를 잘 하려면 오히려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말고, 정확히 자기만의 오류적인 문제풀이 습관을 고치는 데 몰두해야 합니다.

 

PSAT 문제를 풀 때 혹은 풀고 나서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검토하면 좋을 질문들 몇 가지는 영역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한시간 (2분) 내에 풀었는가?
-답안 선택 시 사용한/놓친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선택지만 보고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은 없었는가?
-부분적 독해가 필요한 문제인가 전체적 이해가 필요한 문제인가?
-지문을 빨리 읽어나갈 수 있는 단서들이 있는가?
-오답으로 구성된 선택지는 정답을 어떻게 바꾸어 구성했는가?
-향후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혹은 더 정확하게 풀 수 있을까?

 

모든 PSAT 공부는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전제는 자기 판단과 직감을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만약 자기 스스로의 문제 푸는 방식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틀리다 싶은 점이 발견된다면 과감히 뜯어 고칠 자세가 되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의 방식에서 틀린 점을 찾아내거나 습관을 고치는 작업에 도움이 된다면 학원 수업이나 스터디의 도움을 받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이 매우 중요합니다. 1차 시험은 외무고시 전체 과정에서의 첫 발을 내딛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하우가 많은 베테랑일지라도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자신이 갈고 닦은 연습 실력을 발휘하려면 평소에 시험장 상황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문제 하나하나를 차분한 마음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를 길러야 할 것입니다.


Ⅲ. 2차 공부: ‘공부량’과 ‘연습량’

 

2차 공부의 전부는 문제에 대한 답을 시간 안에 쓸 만큼 쓰는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쓰기 위해 ‘공부량’이 중요합니다. 즉, 문제를 접하는 즉시 취지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답 또는 구체적으로 덧붙일 내용이 얼마만큼 생각나는지는 개개인의 ‘공부량’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답안을 정도껏 완성하기 위해서는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논문과목이 2시간이라는 엄격한 시간제한 속에서 평가되는데, 대략 20분 만에 문제를 빠짐없이 파악하고 10분마다 1쪽을 써내는 정도로 각 문항에 대한 답을 완성하는 훈련을 양껏 했을 때 비로소 시험장에서도 후회 없는 답안을 완성하고 나올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할 때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챙겨나간다면 적어도 틀린 방향으로 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올해 2차 시험장에서 ‘공부량’은 어느 정도 되어있지만 ‘연습량’은 한없이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꾸준한 답안스터디로 보완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학원 강사분이 쓰신 글에서 “쉬운 문제는 ‘아는 것’을 그냥 쓰면 되고, 응용문제는 ‘아는 것’을 바꿔 쓰면 되고, 어려운 문제는 ‘아는 것’만 쓰고 나오면 된다”고 하신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아는 것을 제대로 챙기고 이를 글로 잘 표현해야 하는 것이 2차 시험의 전부입니다. 아래 표는 각 순환시기별로 학원 또는 스터디를 통해 달성해야 할 단기적 목표를 간단히 정리해놓은 것입니다.

 

예비순환

1순환

2순환

3순환

마무리

학원

기초개념과
마인드 잡기     

기초개념 정리
기본이론&전체흐름 이해
한국 현실 적용

전체체계 형성
이론 심화
단권화 및 정리

이슈/테마 정리
목차구성 연습
단권화된 자료 복습

시험 전날에

볼 내용 만들기

스터디

 

기본서 읽기
  

기본 핵심 문제
기출문제
(답안연습)

작년도 3순환/
타 강사 2순환 모의고사

모의고사 및

자기 정리

 

1. 경제학- ㉠ 기출  ㉡ 기본 수식+그래프  ㉢ 문제풀이

 

우선 경제학 과목의 기출문제는 외시뿐만 아니라 일행과 재경 직렬, 입시 문제까지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그 활용 소지가 매우 큽니다. 저는 경제학의 기출 zip을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 들고 다니며 주요 기출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익혔습니다. 기출문제의 또 다른 장점은 각 단원에서 핵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을 정확히 묻고 있는 양질의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기본 수식과 그래프는 경제학 답안을 작성하는 데 있어 전쟁터에서의 총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기본서를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문제를 풀 때 필요한 그래프나 수식을 외워서 자기 것으로 쓸 수 없다면 알고 있는 지식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저는 1차 시험 후 2차 시험 전까지 남은 두 달 동안 B5용지에 순서대로 시험장에 외우고 들어가야 할 기본적인 수식과 그래프를 핵심만 정리했습니다.

 

경제학을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길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풀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다른 2차 과목보다 경제학은 특히 더 많은 문제를 접해보고 (해설을 보지 않은 채) 접근방법을 스스로 고민해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흔히 2순환을 들을 때쯤 되면 미시, 거시, 국제경제학이 포괄하는 수많은 토픽들이 머리 안에서 바다 속 물고기 떼처럼 헤엄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3순환 때 학원에서는 모의고사만 풀고 더 많은 개인 시간을 확보하여 각 토픽마다 대표문제를 뽑아보고 그에 대한 풀이를 작성해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답안 연습 시 Checkpoint:
경제학) 문제 답(correctness) / 관련 수식 / 관련 그래프 / 관련 정의 / 시간 / 개선점


2. 국제정치학- ㉠ 자신의 시각  ㉡ 사실+이론+역사  ㉢ 표현력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각을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각을 기르는 데는 다양한 경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유독 인상 깊었던 학교나 학원 강의에서 이를 배울 수도 있고, 좋아하는 국제정치 관련 서적을 읽고 자기 의견의 뼈대를 세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급한 마음에 온갖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시키기보다는 찬찬히 자신만의 ‘path of logic’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국제정치학을 잘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신문에 나온 국제정치 사안에 대해 편한 친구나 가족에게 자기의 언어로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런 시각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이라 봐도 될 것입니다. 

 

여기에 올바른 사실, 이론 그리고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덧붙여 근거를 구성할 수 있다면 보다 설득력 있는 국제정치학 답안이 됩니다. 국제정치에서 사실(facts)은 흔히 어떤 국제 조직, 인물, 국가, 지역과 관련된 시사내용을 의미하며 거의 모든 부분을 학원 자료와 국립외교원 홈페이지(ifans.go.kr) ‘발간자료’에 있는 ‘IFANS Brief’에서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론(theory)이라 하면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그리고 몇 개의 중범위이론을 말하며, 저 같은 경우에는 각 이론을 단순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ⅰ. 키워드(keywords)와 ⅱ. 정화된 표현들을 통해 정리해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사(history)는 동서양 외교사 핵심 사건의 전개와 그로부터의 시사점을 아는 정도면 충분하며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신희섭 선생님의 외교사 무료특강을 청취하거나 마음에 드는 역사서 하나를 골라 틈틈이 읽으며 주요 사건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설득력 있고 강렬한 인상을 주며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론과 실제를 결합한 입체적 사고, 즉 political feel을 중시해야 합니다. “국가 간 정치·권력적 관계의 추이가 어떻게 변화하며 그 함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물밑을 보는 시각을 키워서 그것이 고스란히 답안지에 담기도록” 해야 한다는 한 강사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이야기이고 가장 하기 쉽고 효과적인 국제정치학 답안 연습 방법은 키신저(H. A. Kissinger)와 같은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신 작년 합격생 선배께서 추천하신 ‘주제문장 개요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답안의 개요를 잡음에 있어서 목차를 구성하기 전에 각각의 새끼 문제에 대해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적고 그 다음에 글을 써내려 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조금만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칼럼 기사나 짧은 논문들을 꾸준히 접해보며  물 흐르듯 글 쓰는 법을 익혔습니다. 또 ‘권력(power)’, ‘정당성(legitimacy)’, ‘안보(security)’ 등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정의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글에 대한 깊이도 가지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답안 연습 시 Checkpoint:
국제정치학) core question / 두괄식 작성 / 목차 / 이론이해 / 의견+근거 / 사례 / 개선점


3. 국제법- ㉠ 법리의 이해  ㉡ 조문과 판례  ㉢ 목차 쓰기

 

국제법에서 ‘from A to Z’를 관통하는 법리를 이해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사실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김대순 저의 『국제법론』을 다섯 번 정도 읽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그럴 시간이 부족했고 또 영어로 공부해야 했던 입장에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교과서를 마음에 드는 대로 골라서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또 한 강사님의 강의를 예비순환부터 3순환까지 쭉 따라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의 빠지는 논점 없이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정성주 선생님의 강의가 잘 맞았습니다. 국제법에 자신이 있으려면 항상 나보다 많이 공부를 한 사람이 어떤 국제법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주의깊이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법 답안을 작성하는 데 쓰는 총알은 조문과 판례입니다. 사실 수업시간에 언급되는 모든 조문과 판례를 외우는 것은 불필요한데다가 지나칩니다. 따라서 예비순환을 마치신 분들이라면 각 단원 또는 주제별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문과 판례들을 간추리고 간추려서 최소화시켜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모인 핵심 조문과 판례들을 손바닥 안에 들어갈 크기의 노트에 정리해서 들고 다니며 익혀서 시험장에서 반드시 쓰고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2차 시험 전 마지막 한 달 동안에는 저만의 ‘나오면 십분 만에’ 시리즈를 만들어 출제 예상 문제들 이십 여개에 대해 각각 무조건 나오면 십분 만에 답을 작성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놓고 대비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답 맞추기, 국제정치학에서는 내용 잘 쓰기가 중요했다면 국제법에서는 목차를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신림동에서 줄곧 따라간 강사님께서 출판하신 ‘국제법 요약집’에서 크고 작은 목차들을 따와서 B5보다 작은 크기의 노트 안에 한 줄씩 순서대로 적어 써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목차 옆에는 그 주제와 관련된 조문번호와 판례이름을 다른 색 펜으로 적어놓았습니다. 국제법 답안을 작성하는 데 적용되는 법칙으로 Issue(문제의 정리), Rule(관련 법규), Application(사안에의 적용), Conclusion(결론) 룰이 있는데 이렇게 써브노트를 통해 세부 목차를 적어놓고 기억할 경우 이 IRAC 구조 안의 내용을 더 알차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답안 연습 시 Checkpoint:
국제법) 두괄식 작성 / 1문 2줄 / 소목차 / 분량 / 조문 / 판례 / 개선점


5. 영어와 중국어- ㉠ 표현 모으기  ㉡ Memory cards  ㉢ 시간 연습

 

외국어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ⅰ. 오역을 하지 않는 것과 ⅱ. 한국말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확성이고, 결국 2차 외국어 시험은 그 외국어능력을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수험생이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문장 전체를 잘 이해했는지, 더 나아가 각 문장이 문단 또는 글 전체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잘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목적에 충실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는 모국어인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영이든 영한이든 번역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하려면 한국말 표현 또한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영어와 중국어는 중학교 1학년 때 신문사 특파원으로 발령 나신 아버지를 따라 홍콩에 가서 살면서부터 독학했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도 어린이신문의 기자활동을 하는 등 한국어에 자신 있었던 상태에서 해외로 나갔고, 아직 나이가 어려서 혀가 굳기 전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새로운 외국어를 접하기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닌 곳은 영국학교였고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학교의 특성상 저 같이 서툰 학생을 위해 특화된 영어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언니, 남동생과 함께 따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중국어 역시 홍콩은 광동어를 쓰는 환경이나 북경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따로 과외를 통해, 그리고 가까운 중국 대륙으로의 잦은 여행을 통해 중국어를 익혔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즐거울 때는 그 언어만의 독특하고, 정확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찾았을 때(come across)였습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면서 한국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독특한 표현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사유방식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중문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이를 학문적으로 더 즐기게 된 면도 있지만 아직 각 언어권의 문학을 잘 안다고 하기에는 미숙한 점이 너무 많으므로 각설하겠습니다. 고학년으로 진학하면서 글을 읽는 데 있었던 즐거움이 글을 쓰면서 갖게 되는 즐거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소설, 신문, 잡지, 논문 등에서 좋은 영어나 중국어 표현을 찾으면 항상 노트에 이를 메모해 두었습니다.

 

만약 외교통상직 직렬 평가과목에 영어와 중국어 회화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아침에 일어나 큰 소리로 외국어 책을 읽는 (발음) 훈련법을 강조했을 것입니다. 홍콩에 있을 때 쓴 방법인데 매일 평소보다 30분씩만 일찍 일어나 아무 원서나 잡고 최대한 크게 입을 벌려 최대한 큰 목소리로 읽으면, 마치 하루 종일 내 입이 그 언어 발음을 잘 구사하도록 특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어학적으로 봤을 때 중국어의 모음과 자음은 이를 구사하는 사람의 구강구조를 영어나 한국어보다 더 많이 유연하게끔 풀어주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요한 영어 발표가 있는 날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중국어 텍스트를 읽으면서 입을 풀곤 했습니다. 발음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 개인의 자신감과 직결되는 요소이므로 꾸준히 다듬고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연습할 때는 영어의 경우 Joongang Daily의 한국관련 기사들을,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의 세계관련 기사들을 참고하면서 시사 단어를 익혔습니다. 중국어의 경우 다락원 출판사에서 나오는 한중대역문고 전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소설을 골라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읽었고, 가을에는 학교에서 모집한 스터디에 조인하여 통번역대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시사 관련 자료를 받고 번역을 연습하며 첨삭도 받았습니다. 그 밖에 스터디를 꾸준히 하지는 않았고 기출문제를 프린트해서 보면서 출제 유형과 문항별 제한 시간 등을 파악했습니다.


Ⅳ. 3차 준비법

 

3차 면접 시험은 집단토론, 영어토론, 개인발표 그리고 인성면접이라는 네 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2차 시험 직후 경험 많은 공부 선배들께서 조직하신 스터디의 일원이 되어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남을 통해 모든 과정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 실전 시 중요한 것은 경청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1박 2일에서 하루로 바뀌어 시행된 면접 일정에 따라 올해는 오전에 한국어와 영어 토론, 오후에 개인 발표와 인성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것은 오전 토론 시간에 논리로써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면접에서의 토론 부분은, 자신의 확실하고 분명한 논리를 갖되 다른 이와의 의견 차이나 충돌을 원만하게 극복하고 아우르는 능력을 보는 시험이라고 하는 편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과 상대방의 의견 차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논리에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는 개인 발표와 인성면접을 잘 치르기 위해서도 매우 강조되어야 할 자세입니다. 아무리 외무직과 관련된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지만 실무적인 경험이 전혀 없는 수험생이 외교부가 당면한 어려운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주어진 시간 내에 완벽하게 작성하여 발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개인 발표를 준비하되 면접관님께서 그 자리에서 지적해주시는 부분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드러나는 답변을 해야 할 것입니다.


Ⅴ. 수험생활 전반:


1. 공부시간과 자투리시간

 

저는 공부기간 동안 ‘신림동 셔틀’이라 불리는 통학버스를 애용했습니다. 아침 7시 10분에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차를 타면 40분 만에 학교 도서관 근처에 당도했고, 대략 8시까지는 사물함에서 모든 책을 꺼내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귀가 시간은 하차한 위치에서 밤 10시 55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졸릴 때도 있고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는데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가지고 본인 또는 누군가의 성실함을 판단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분께서 “고시생은 하루 10시간만 제대로 공부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제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저에게는 셔틀 안에서의 아침과 저녁 시간, 밥 시간, 산책 시간 등의 자투리 시간이 유용하게 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 오리고 붙이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잠깐 보고 버리는 용도로 중국어나 영어 단어, 국제법 지문, 국제정치학 연표 등을 많이 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에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2. 운동과 봉사활동

 

공부 초반에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이 운동과 봉사활동을 고시공부와 병행할 수 있을지와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해나가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둘다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우선 운동은 꾸준한 집중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공부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1차 직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학교 헬스장에서 기본적인 스트레칭과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1차 이후 2차 직전까지의 기간에는 녹두의 요가학원에서 요가를 일주일에 세 번정도씩 꾸준히 했습니다. 1차 직전,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한 달 간은 거의 매일 점심 또는 저녁 식사 후에 30분씩 학교 캠퍼스를 산책했습니다.

 

봉사활동의 경우 기존에 하고 있던 곳은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봉사 외에 부가적으로 드는 시간이 낭비된다고 판단되어 관악구 안에서 다시 찾았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봉천동의 한 중학교에서 지체장애 아동 및 청소년과 농구연습을 하는 ‘불꽃슛 농구단’ 활동은 제 고시 생활의 중요한 동기이자 활력소였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든 에너지를 자기 자신에게 집중시키게 되는데 한 달에 몇 시간이라도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게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량에 너무 치여 도서관 밖 다른 곳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던 2월~4월에는 농구단 활동을 잠시 중단했었지만 시험을 제대로 마치고 다시 돌아갈 생각으로 더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신문과 생각

 

다른 직렬은 모르겠지만 외무고등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매일같이 꾸준한 신문 구독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국제법 및 국제정치학 사안을 보면 특히나 더 이 점이 중요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공부한 양이 늘어갈수록 신문에 나온 한 토막 기사 안에서 발견하는 내용과 함의가 더 풍부하게 다가올 것이며 그걸 읽으면서 내 것으로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 때 2차 시험에 대한 대비도 더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한번 씩은 책을 덮고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2차에 대비한 사고 훈련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틈틈이 산책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산책을 나갈 때 손바닥 크기만한 종이 한 장에 국제정치학, 국제법 또는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두어 개 적어 들고 나가곤 했습니다. 가끔씩은 활자를 떠나 순전히 상식과 사고력에 근거하여 그런 문제들을 풀어내보려는 노력이 답안작성에도 실질적으로 더 큰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4. 자기 소신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시공부에 있어서의 자기 소신입니다. 저도 공부 초반부터 집에 합격수기를 모아놓고 밑줄을 쳐가며 이런 저런 공부법을 학습하듯 섭렵해갔던 기억이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직감에 충실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시공부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는 오만가지 방법이 있다고 보고 그중 상당수는 나와 맞을 확률이 크다는 식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중에서 가장 스스로 내키는 것을 택해서 그것에 충실하면 될 것입니다.

 

또한 끊임없는 자기점검과 계획수정에 대해서도 괜한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을 세웠는데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향후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계획을 수정하고, 계획대로 하는데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철저하게 스스로의 공부 상태를 점검해서 자신의 실력이나 수준을 직시하려는 등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Ⅴ. 마치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하여! 화이팅!”

 

2차 시험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던 올해 4월, 공부가 목표량보다 덜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불안해 의지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신림동 독서실 책상 위에 위와 같은 문구를 써놓고 힘들 때마다 읽어보았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저에게 응원의 문자를 짤막하게나마 보내준 선배 언니 오빠들과 친구들, 가족들, 선생님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아른 거리면서 내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나를 응원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에 힘을 냈습니다.

 

저에게 항상 인생을 길게 보고 담대한 마음을 가질 것을 가르쳐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힘들 때 보내는 카톡 하나에도 정성스레 답변해주며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날 웃게 해준 언니에게 감사합니다. 같은 수험생 처지에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며 다 큰 누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준 동생에게 고맙습니다. 각자 진로를 찾아, 목표를 향해 바쁜 와중에도 “보고 싶다” 한 마디면 한 번도 어김없이 내 앞에 나타나 준 친구들에게 우리 삼인방의 우정, 앞으로도 끈끈하자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다신 뵐 수 없는 곳에 계신 교수님, 제게 인생에서 중요한 많은 가치들에 대해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본연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하나의 여정을 끝마치고 이제 또 새로운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는 시점에서 저는 본래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왔음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외교관이 될 수 있을까, 이 화두를 여전히 머릿속에 달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걸 배워가겠습니다. 부족한 제 수기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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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2017-07-01 18:55:16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보고 다시금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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