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이색 합격수기> "모래성을 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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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이색 합격수기> "모래성을 쌓지 마세요"
  • 법률저널
  • 승인 2012.07.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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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라 제46회 외무고시 합격 . KAIST . Imperial College London

0. 고민과 확신

 

저는 과학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오랫동안 이공계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외무고시와 관련한 배경이 전무했기에 공부에 뛰어들 때에는 남다른 확신과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유럽에서 지켜보며 저는 나와 내 가족, 내 친구들이 딛고 서 있는 한반도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석사를 마친 뒤 2010년, 저는 외무고시 공부를 고민했습니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중학교 동창과 유학시절 친해진 중앙부처 서기관 분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그분들은 제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일이 왜 외무고시와 관계된 것인지를 명확히 하라” 친구는 여기에 대한 고민과 확신은 외롭고 힘든 고시 공부에서 자신의 방향을 다잡아 줄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고시를 한다면 목숨 걸고 공부하세요.”

고시 합격에는 운이 필요하다며 저의 고시 공부를 만류하셨던 서기관 분께서는 이와 같이 충고해주셨습니다.

 

저는 주변 분들의 충고를 명심하면서, 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제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고시 공부를 즐기면서 하되, 나쁜 공부 습관은 버리고 좋은 공부 습관을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1. 즐기는 공부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과학철학자, Karl Popper의 격언을 명심하며 공부를 해왔습니다.

“쉽게 오류를 범하는 우리의 불완전성을 지속적으로 자각하고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고, 결정적으로 중심 논제 및 그것에서 파생된 문제들에 무한한 애착을 가질 것. 이것이 내가 진심으로 망설임 없이 여러분께 권하는 방법이다.”

저는 고시공부도 이 같은 자세를 견지하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 속에서 국제정치, 국제법, 경제학에서 파생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자 노력했습니다.

 

고민의 깊이

 

저는 고시 공부에 있어서 자신의 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2010년 운 좋게 보게 된 2차 시험에서, 저는 당시 국제정치학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1문을 작성하였습니다. 2년 반을 유럽에 머물면서 동북아에서의 지역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었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 1문을 적어내려 갔고, 50점에 33.33이라는 점수를 얻었습니다. 저는 나쁘지 않은 점수라고 생각했고 국제정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지만 이론을 열심히 적은 2011년 점수는 형편이 없었습니다. 저는 객관적으로 2010년과 2011년을 비교해보았고, “고민의 깊이” 차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2년 국제정치학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저는 각 문제들에 대해 제가 고민해왔던 내용을 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2012년에 점수를 크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저는 또한 고시 공부가 세상과 동떨어진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월간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시사 주간지를 구독하고, 독서실에서 신문을 챙겨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 라디오를 좋아해서, 손석희 교수의 시선집중과 KBS 토론 프로그램을 즐겨 듣고 경제뉴스는 2년간 거의 매일 챙겨 들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소위 수험서적 이외의 책들을 스트레스 해소 겸 읽었습니다. 또 저는 관심 있는 주제의 국제법 학회에 참석했고, 국제정치학자들의 강연을 찾아 다녔습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저의 활동이 고시공부에 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고, 특히 국제정치와 관계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형편없는 2011년 국제정치 성적을 보며 나의 공부 방식에 갈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저의 애정은 2012년에 보답 받게 되었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를 보며, 저는 비국제적 무력분쟁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법에 관심을 가졌고 적십자에서 내놓은 이에 대한 국제관습법 관련 리포트를 읽었습니다. 또 경제뉴스를 듣다가 처음으로 WTO 상소기구 보고서 채택이 보도가 된 것을 듣고 해당 사건을 찾아보았는데 그 사건이 China-Raw materials 였습니다. 이들은 제가 2012년 2차 국제법 답안을 쓸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저는 2010년 9월 화제가 된 영국의 위장망명 탈북자 송환 요청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고,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법 학회에 참석했고, 탈북자 정착 지원에 대한 기사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덕분에 2012년 3차 면접 프레젠테이션에 위장망명 탈북자 문제가 나왔을 때 저는 저의 배경지식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2. 나쁜 습관과 좋은 습관

 

모래성을 쌓지 마세요.

 

이공계 전공 덕분인지 저는 경제학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웠고, 개념을 빠르게 훑은 뒤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2011년 2차 때, 긴장을 하게 되자 풀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결국 경제학 1문을 비워두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교훈으로 개념위주의 공부를 중시했고, 2012년 3순환 때에도 교과서 위주로 경제학 공부를 하였습니다. 저는 3순환 모의고사만 풀고, 교과서를 통해 경제학을 복습했습니다. 그렇게 개념 위주로 공부한 덕분에 2012년 경제학 1문에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는 새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부으세요.

 

언어를 공부하면서 늘 안타까웠던 점은 어제 보았던 단어, 구문을 쉽게 잊어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언어 감각 부족을 늘 한탄했는데, 현직 외교관께서 쓰신 책에서 언어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므로 새는 물 보다 더 많은 물을 부어야 한다는 조언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책에서 언어 공부는 “꾸준함”과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언어 공부에 꾸준히 일정한 시간을 투자했고,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2011년에는 통번역 선생님으로부터 첨삭 과외를 받았습니다. 비록 저 역시 2012년 영어 점수 하락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한글식” 문장을 “영어식”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면서 제 영어 실력을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장점을 취하기보다 자신의 단점을 고치세요.

 

많은 수험생들이 예시답안과 최고답안을 모방하려합니다. 저 역시도 최고답안을 분석하며, 이를 따라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2011년 가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촉망받던 참가자들이 탈락하는 장면을 보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탈락한 이유는 자신의 단점을 고치기보다 남의 장점을 취하려다가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최고 답안보다 저의 답안을 자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학원의 답안 채점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반드시 고치려 노력했습니다.

 

3. 3차 면접 준비

 

2차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고시 준비를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면접 준비에 대한 걱정으로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면접 강의 수강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나”를 보여주는 자리인 만큼 스스로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스터디 조원들과 사회생활 선배인 분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게 된 모 기업 임원께서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아 주셨습니다.

1. 왜 내가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가

2. 내가 이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는 이 말씀을 듣고서 면접 준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계속해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외교관 업무에 대한 저의 적합성과 역량을 고민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나”를 보여줄지를 좀 더 고민하였고, 개별 면접에서 반박이 들어올 때 당황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또 다른 시작을 열며,

 

제가 2012년 외무고시에 최종합격하게 된 것은 제가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함께 공부한 친구들, 저를 지원해준 가족들의 도움으로 운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시작할 때 저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일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저는 제가 외교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을 기억하며, 언제 어디서든 제 목표를 명심하고 실천하는 외교관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제 곁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함께 토론하며 저를 지지해준 강영준 씨에게 정말 깊이 감사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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