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직, 남의 밥그릇 빼앗을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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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직, 남의 밥그릇 빼앗을 때 아니다
  • 법률저널
  • 승인 2012.06.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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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올해부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배출되면서 법학계·법조계의 이들에 대한 취업해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법학계 내부에서부터 행정·외무고시 등 고등고시를 폐지하고 변호사들을 정부·공공기관 등의 법무담당관으로 대체·확대해 나가자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그 속에서도 “남의 밥그릇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며 자발적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인 로스쿨생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소수 교수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견해들도 수월찮게 볼 수 있다.


엇갈린 주장의 내면에는 ‘밥그릇 싸움’이 있을 수 있고 ‘절박한 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행정고시 등 각종 고등고시에는 법률관련 직렬이 적지 않다. 대다수가 법과대 출신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사무관으로 임용되고 있다. 일반행정직렬에도 법학도들이 적지 않게 합격하고 있다. 또 숱한 공공기관의 법무담당관실에도 법학도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아직 국내에는 10만명을 상회하는 미취업 법학도들이 있다. 또 법률에 관심이 있어 이로 진출한 수많은 비법학도 출신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변호사자격자 특채 등으로 전환해 로스쿨출신만 살겠다는 것은, 법학계는 한쪽을 ‘묵은’ 제자라며 토사구팽 하고자 하는 꼴이다.


지난 4월 28일 치러진 2012년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일반직 7급 직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필기시험에서 소수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이 응시했다가 모두 탈락하자 로스쿨 법학계는 주눅이 들고 기성 법조계와 사회일반은 ‘그럼 그렇지’라며 칼날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각종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도 탈락자를 향한 맹공격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일부 로스쿨생들은 “오죽했으면 지원했을까”라는 동정론과 함께 선택의 문제로 맞대응했다.


다만 가장 큰 논란은 공익법무관, 계약직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기관에 일반 직원 신분의 변호사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시시비비였다. ‘불가’론이 우세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기자는 비록 탈락했지만 이들의 용기와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의 밥그릇 뺏기’보다는 천배만배 잘했다는 판단이다. 기자 역시 공직 등에 법조인들이 대거 진출하면 법치주의 향상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일방적 요구가 아닌,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점진적으로 “역시 변호사들이 잘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실력이 부족해 탈락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지 학계든, 법조계든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소용돌이처럼 기존 법률시장주변에만 맴돌다가는 모두가 익사하는 것보다 ‘先취업, 中경력쌓기 後경쟁력·전문화’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취업입구에서의 직급·대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길은 분명 열리기 마련이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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