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구조 개선 없이 로스쿨 안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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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구조 개선 없이 로스쿨 안착 없다
  • 법률저널
  • 승인 2012.06.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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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원서접수가 31일 오후 6시 종료됐다. 아직 원서접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지원자 수는 알 수 없지만 기대보다 지원자가 몰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서접수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지원자가 1만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점쳐졌다.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2010년부터 줄곧 감소했고 올해는 500명으로 로스쿨 도입 이전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어 상당수의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로스쿨로 전향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째 접어들은 올해 리트 지원자 수가 1만명은 커녕 오히려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리트 지원자 중 법학 전공자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적지 않은 수가 로스쿨로 전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리트 지원자의 수는 늘지 않고 답보 상태에 있다는 것은 비법학 전공자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로스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리트 지원자가 현재와 같이 8천명 수준에서 정체된다면 로스쿨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인재들이 로스쿨을 외면한다면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애초 로스쿨 제도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낮은 경쟁률에서 로스쿨은 ‘개나 소나 돈만 있으면 들어간다’는 부정적 인식의 확산되고, 나아가 로스쿨 출신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 역시 좋을 순 없다. 결국 로스쿨 변호사에 대한 대우도 낮아지게 되어 우수한 인재들이 로스쿨을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마친 변호사들이 ‘본전 생각’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로스쿨이 쉽게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고비용 구조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로스쿨입학을 위한 첫 관문인 리트의 응시료가 27만원이다. 사법시험 응시료(5만원)에 비해 무려 5배가 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구부터 금칠한 로스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첫 관문을 통과하는데 리트 27만원+입학전형료+등록금+법조윤리시험 10만원+변호사시험 20만원 도대체 로스쿨 응시부터 졸업까지 총 얼마나 들어갈까”라며 “정말 원서 내는데도 서민은 전혀 꿈꿀 수 없는 금액이 든다”며 돈 냄새가 푹푹 난다고 비꼴 정도다.

일부 로스쿨 준비생 가운데는 리트 응시료를 낮추면 아무나 지원하게 된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돈으로 로스쿨 진입장벽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사고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특권층 사고가 벤 이들이 로스쿨에 들어간다니 소름 끼칠 일이다. 역설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선 로스쿨 안착은 요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스쿨이 특권층을 위한 법조인 양성제도가 아니라면 평범한 서민들로 부담없이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로스쿨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입학정원을 늘리고 학생대 교수비율, 장학금 지급비율 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입학정원을 늘릴 경우 로스쿨 대학의 재정은 좋아질 수 있으나 ‘로스쿨 낭인’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합격률을 높이면 된다는 것도 ‘변호사 백수’, ‘변호사 똥값’이라는 자존심 뭉개는 일만 초래할 뿐이다. 법에 종사하는 전문가집단이란 자존심을 지켜야 제대로 기능 한다.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법이 무너져 내리면 법의 권위가 제대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대 교수비율과 장학금 비율을 낮추는 문제도 근본적인 해답이 되긴 어렵다.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 대학원 체제의 로스쿨은 우리 실정에 다소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요구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법과대학에 ‘학부로스쿨’설치가 우리 실정에 더 합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학부에 법과대학과 로스쿨을 병행하면서 법학도 살리고 고비용 구조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로스쿨 안착을 위해서는 고비용 개선이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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