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학계의 정중동은 총성없는 전쟁
상태바
[기자의 눈] 법학계의 정중동은 총성없는 전쟁
  • 법률저널
  • 승인 2012.06.01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진 기자

 

로스쿨 출범 4년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사법시험계와 로스쿨계의 힘겨루기 혹은 비난 경쟁은 지칠 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09년 5월 변호사시험 제정 시, 법조입문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기 위한 일본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예비시험 도입여부에 대한 논의를 2013년에 재개한다는 부대의견을 첨부한 상태여서 사법시험 존치 혹은 예비시험 도입론이 잔잔히 고개를 들면서 사법시험계의 로스쿨계를 향한 공격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반면 로스쿨계에서는 ‘맹목적 발목잡기’라며 로스쿨의 대세론과 로스쿨로의 일원화만이 살길이라는 명분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혹여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아직은 시행초기로써 섣부른 조기평가와 흠집내기는 로스쿨의 안착을 해친다는 우려 섞인 호소도 적지 않다.


기자로서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양 제도간의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양측의 옹호와 대응론 모두 나름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로스쿨 제도의 지속화와 높은 합격률을 믿고 입학한 로스쿨생들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싶다. 또 향후 법조인이 될 심상으로 법과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을 준비해 오던 법대생 및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게도 무슨 잘못이 있으랴 싶다. 문제는 정책을 결정하면서 보다 폭 넓은 시각과 장기적인 안목 등을 갖지 못한 위정자들과 정부관계자, 법학계, 법조계가 현재의 반목과 쟁투에 다분한 책임이 있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할 책무도 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개정법대로 수순을 밟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현재의 양측의 힘겨루기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3년전 입법부로서로 이미 이같은 상황을 예측했기에 예비시험 도입여부를 논의했고 부대의견도 남겼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보면, 정책자들은 팔짱을 낀 채 아무 힘도 없는 로스쿨생과 사시생·법과대생들만 본의 아니게 분란의 중심에 끼여 있는 듯하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정책에 기여했던 전문가들 중에는 이같은 상황은 사법시험 존치를 지나치게 유예했기 때문이라는 질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근시안적 시각인 듯하다. 이미 제도도입 단계에서부터 예비시험 도입론도 나왔다는 것을 간과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질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가 로스쿨 출범 3년을 평가하고 현안점검과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오는 8일에는 전국법과대학협의회(로스쿨비인가 법과대학협의회)가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법조인력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로스쿨은 출범 4년을 맞았고 법과대학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양측의 창과 방패와 같은 공격과 방어의 순환이 어떻게 펼쳐질지 당분간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4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학발전과 우수법조인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한솥밥을 먹던, 법학계의 선후배이자 동료였던 법학교수들의 정중동(靜中動)은 소리없는 총성과 마찬가지다.


아쉬운 것은 입법부, 행정부, 법학계, 법조계 모두, 힘없는 로스쿨생들과 전국의 법학도·사시생들간의 끝없는 분쟁을 지켜만 보지 말고 로스쿨, 법과대학 할 것 없이 함께 모여 현재 두 동강 난 법학계와 예비법조계를 어떻게 봉합하고 건설적인 대안으로 백년대계의 법조인력양성의 설계를 꾸려나갈 것인지 대토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쉬워도 한창 아쉬운 대목이다.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