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치료중단 및 퇴원조치로 인한 환자의 사망과 살인방조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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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치료중단 및 퇴원조치로 인한 환자의 사망과 살인방조 성립
  • 법률저널
  • 승인 2012.05.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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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4.6.24.선고 2002도995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공소사실


피고인 1은 피해자(남, 58세)의 처이고, 피고인 2는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전담의사, 피고인 3은 위 병원 같은 과 레지던트(3년차 수련의), 피고인 4는 인턴(1년차 수련의)으로 각 근무하고 있는 자로서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1997.12.4. 14:30경 피해자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에 취한 채 화장실을 가다가 중심을 잃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충격하여 경막외출혈상을 입어 보라매병원으로 응급후송된 다음, 같은 날 18:05경부터 다음날 03:00경까지 피고인 2의 집도와 피고인 3, 4의 보조로 경막외출혈로 인한 혈종제거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위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피해자의 대광반사와 충격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눈까지 뜨려고 하는 등 그 상태가 호전되어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될 가능성이 많았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어 인공호흡을 위한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던 중, 피고인 1은 위 피해자의 처로서 계속적인 치료를 통하여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까지의 치료비 260만원 상당뿐만 아니라 이후부터의 추가치료비 지출이 자신의 재산능력에 비추어 상당한 부담이 되고, 금은방을 운영하다 실패한 후 17년 동안 무위도식하면서 술만 마시고 가족들에 대한 구타를 일삼아 온 피해자가 가족들에게 계속 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피고인 2, 3으로부터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와 인공호흡장치가 없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위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설명들어 알게 되었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시키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같은 달 5. 14:20경과 18:00경 두차례에 걸쳐 주치의인 피고인 3에게 '도저히 더 이상의 추가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하였고,
 

한편 피고인 2, 3, 4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뇌수술 및 치료를 담당하고 있었고,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와 회복가능성,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시킬 경우 피해자가 호흡이 어렵게 되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계속적으로 치료를 함으로써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여러 차례의 설명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퇴원을 고집하자 상사인 피고인 2에게 직접 퇴원 승낙을 받도록 하라고 하고, 피고인 2는 같은 달 6. 10:00경 피고인 3으로부터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요구사항을 보고 받은 후, 자신을 찾아온 피고인 1에게 피해자가 퇴원하면 사망한다고 설명하면서 퇴원을 만류하였으나 피고인 1이 계속 퇴원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3에게 피해자를 퇴원시키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3은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퇴원을 지시하여 피고인 1로 하여금 퇴원수속을 마치도록 한 다음, 피고인 4에게 피해자를 집까지 호송하도록 하여,
 

같은 날 14:20경 피고인 4, 1 등이 피해자를 중환자실에서 구급차로 옮겨 실어 피해자의 집까지 태우고 간 다음, 피고인 4가 피해자에게 부착하여 수동작동 중이던 인공호흡보조장치인 엠브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여 감으로써 그 무렵 피해자로 하여금 뇌간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2. 쟁 점


보호자의 간청에 따라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 대하여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가 살인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이 성립되는 여부 및 작위범 또는 부작위범인 여부가 문제된다.

 

3. 1심 판결 내용
 

가. 피고인 1, 2, 3에 대한 살인죄 인정
 

피고인들은 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공소제기되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나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등의 여러 주장을 하였으나 1심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구속 기소된 피고인 1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미결구금일수 150일)이,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 2, 3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 선고되었다.   
 
 나. 피고인 4에 대한 무죄선고
 

피고인 4는 ① 1년차 수련의로서 전문의인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그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 ② 피해자의 퇴원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③ 담당의사인 피고인 2 등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퇴원절차를 밟기 위한 과정을 도와 인공호흡기 또는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였더라도 인공호흡기 등의 제거는 퇴원조치에 따르는 일부 과정에 지나지 않아, 그가 회생가능성이 있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피고인 1의 의도까지 인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살인죄의 정범으로서의 고의뿐만 아니라 방조범으로서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도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법원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상고이유로서 내세운 바와 같이 살인죄의 정범 및 방조범의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함)

 

4. 항소심 판결 내용
 

가.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 외에 인정한 사실 요지
 

피고인 2, 3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지금 퇴원하면 죽게 된다는 이유로 퇴원을 극구 만류하고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1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피해자의 상태가 안정된 후 도망가라고까지 이야기하였으나 피고인 1은 피해자의 퇴원을 고집하였고 1997.12.6. 14:00경 피고인 2, 3으로부터 퇴원시 사망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퇴원 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에 서명하였다.
   

피고인 2, 3은 환자의 보호자가 그 퇴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퇴원 요구를 거부한 후 발생될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이나 향후치료비의 부담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자 보호자의 환자에 대한 퇴원 요구를 거부하면서 의사가 치료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근거 등에 대하여 더 이상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피고인 3은 피고인 2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4에게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인 4는 1997.12.6. 14:00경 피해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피고인 1과 함께 위 병원 구급차로 피해자를 후송하면서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호흡을 보조하다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도착한 후 피고인 1에게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게 될 경우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지한 후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 4가 떠난 후 5분도 안되어 목 부위에서 꺽꺽거리는 등의 소리를 내며 불완전하게 숨을 쉬다가 뇌간(腦幹) 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

 

 나. 피고인 2, 3에 대해 살인이 아닌 살인방조 인정


(1) 피고인 2, 3이 피해자의 퇴원을 위하여 취한 조치와 그로 인한 치료행위의 중단은 한 개의 사실관계의 양면으로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서, 의사(意思)의 관점에서 볼 때 위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은 피고인들이 소극적으로 치료행위를 중단한 점에 있다기보다는 피고인 1의 퇴원 요청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퇴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점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고,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퇴원시킬 당시 피고인 1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서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하리라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 나아가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는 없었다 할 것이어서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부작위에 의한 살해행위가 아니라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 실행을 용이하게 한, 작위의 방조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정범으로 처단 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을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를 인정하였다.

(2) 그리하여 피고인 2, 3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피고인 1과 검사의 항소(이유 : 피고인 1, 2, 3에 대해서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임에도 불구하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 4도 작위범으로 살인죄가 인정되며, 피고인 1, 2, 3에게 각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한 것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기각되었다.

 

5. 대법원 판결 내용 : 피고인 2, 3의 살인방조죄 부분
 

가.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되는 것인바(대법원 2003.4.25.선고 2003도94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9시간 동안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하루 남짓이 경과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종국에는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성이 있음이 예견되었고, 피고인들 또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로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비록 피고인 1의 요청에 의하여 마지못해 치료를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미필적 인식 내지 예견마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에게 정범의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2) 그러나 다른 한편,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바(대법원 2003.3.28.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드러난 사정들, 즉, 피고인들이 피고인 1의 퇴원 조치 요구를 극구 거절하고, 나아가 꼭 퇴원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피해자를 데리고 몰래 도망치라고까지 말하였던 점, 퇴원 당시 피해자는 인공호흡 조절수보다 자가호흡수가 많았으므로 일단 자발호흡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수축기 혈압도 150/80으로 당장의 생명유지에 지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동맥혈 가스분석 등에 기초한 폐의 환기기능을 고려할 때 인공호흡기의 제거나 산소공급의 중단이 즉각적인 호흡기능의 정지를 유발할 가능성이 적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처 피고인 1의 간청에 못 이겨 피해자의 퇴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당시 인공호흡장치의 제거만으로 즉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피해자가 실제로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한지 5분 정도 후에 사망하였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결과가 사전에 당연히 예견되는 것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담당 의사로서 피해자의 퇴원을 허용하는 행위를 통하여 피해자의 생사를, 민법상 부양의무자요 제1차적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 1의 추후 의무 이행 여부에 맡긴 데 불과한 것이라 하겠고, 그 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피고인들이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는 앞에서 본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흠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3) 따라서 피고인들이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이를 방조하였을 뿐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 2,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요지


(1)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고, 작위에 의하여 악화된 법익 상황을 다시 되돌이키지 아니한 점에 주목하여 이를 부작위범으로 볼 것은 아니며, 나아가 악화되기 이전의 법익 상황이, 그 행위자가 과거에 행한 또 다른 작위의 결과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었다 하여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피고인 4에게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통하여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도운 것이므로, 이를 작위에 의한 방조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형법상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 및 방조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고인 4로 하여금 피고인 1과 함께 피해자를 집까지 데리고 간 다음 인공호흡보조장치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이상,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범죄사실을 특정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

(3) 원심은, 피고인 3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의로서 퇴원이나 치료 중단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또 실제로 퇴원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하여도, 피고인 3은 ① 피해자가 처음 응급실로 왔을 때부터 퇴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② 나아가 피해자가 퇴원하면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베풀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까지 알면서도 피고인 1의 범행을 방조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은 살인방조죄의 성립을 좌우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찾아볼 수 없다.

(4)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정범의 고의가 없다고 본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잘못이나, 방조의 고의를 인정한 조치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방조범의 성립에 요구되는 정범의 고의와 방조의 고의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방조범의 고의에 관한 법리 및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에 있어 의사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치료를 요하는 피부양자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 1의 행위가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것이라거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치료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피고인 1을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하였으나, 피고인 1이 마음을 바꾸지 아니하여 불가피하게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모두 형의 양정에 참작할 사정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는 달리 피고인 1을 살인죄의 정범으로, 피고인들을 방조범으로 각 처단한 원심의 조치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정당행위 및 정범의 실행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6)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성립하므로(대법원 1996.9.6.선고 95도255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본 데에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며, 가사 피해자가 매우 위독한 상태에 있었다 하여도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합법칙적 연관 내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7)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5.9.29.선고 95도456 판결 참조).
     

원심이 공소장 변경 없이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살인방조죄로 처단한 조치는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6. 검 토


피해자가 심하게 다쳐서 병원에 응급후송되었으나 아내의 요구와 의사들의 허용지시에 의해 불과 이틀 만에 인공호흡장치가 제거됨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고 이에 담당 의사들이 살인범으로 조사를 받아 기소되고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되기까지 하여 너무나 유명해진 소위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이 사건은 보호자의 간청에 따라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 대하여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에게 1심에서는 정범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유죄선고가 되었다가 항소심에서는 정범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며 보호자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 실행을 용이하게 한 작위의 방조행위로 보고 공소장변경없이 살인방조죄에 대해 유죄선고를 하였고, 대법원에서는 정범의 고의가 인정되지만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기능적 행위지배가 흠결되어 있다고 하여 살인방조죄를 유지하였다(이재상, 형법기본판례 총론, 박영사, 2011, 79-81면에 의하면 대법원이 자연적 관찰방법을 택하여 피고인 2, 3의 행위를 작위라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고 자연적 관찰방법을 취하는 이상 피고인 1의 행위도 작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 2, 3은 피해자에 대한 퇴원결정과 이에 수반하는 인공호흡장치의 제거지시를 통하여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불가결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살인죄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기 때문에 피고인 2, 3에게도 살인죄의 공동정범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피해자의 주거까지 동행하여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한 인턴은 단순 보조자라는 이유 등으로 살인죄에 대해 무죄가 되고, 레지던트에 대해서는 수련의이긴 하나 주치의라는 이유 등으로 책임을 면치 못하였다.  
   

어쨌든 위 사건으로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차이, 작위와 부작위에 대한 법리 등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 핵심사항 : 작위와 부작위, 정당행위, 기대가능성, 공동정범과 방조범, 기능적 행위지배, 살인, 살인방조, 공소장변경, 무죄선고.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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