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아내가 남편을 상해치사한 사건에서의 정당방위 성립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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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아내가 남편을 상해치사한 사건에서의 정당방위 성립여부
  • 법률저널
  • 승인 2012.05.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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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1.5.15.선고 2001도1089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개요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남편인 피해자(62년생)와 1987.11.21. 혼인하여 딸(90년생)과 아들(94년생)을 두었는데 피해자는 평소 노동에 종사하여 돈을 잘 벌지 못하면서도 낭비와 도박의 습벽이 있고, 사소한 이유로 평소 피고인에게 자주 폭행과 협박을 하였으며,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사유로 결혼생활이 파탄되어 1999.11.경부터 별거하기에 이르고, 2000.1.10.경 피고인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 계속 중이었다.


2000.4.23. 10:40경 피해자가 피고인의 월세방으로 찾아오자 피고인은 문밖에 찾아온 사람이 피해자라는 것을 알고 피해자가 칼로 행패를 부릴 것을 염려하여 부엌에 있던 부엌칼 두 자루를 방의 침대 밑에 숨긴 후에 문을 열어 주어 방에 들어온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재결합하자고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거절하면서 밖으로 도망가려 하자 피해자는 도망가는 피고인을 붙잡아 방안으로 데려온 후 부엌에 있던 가위를 가지고 와 피고인의 오른쪽 무릎 아래 부분을 긋고 피고인의 목에 겨누면서 이혼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계속하여 피고인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은 다음 피고인에게 자신의 성기를 빨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한 후, 침대에 누워 피고인에게 성교를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손바닥으로 뺨을 2-3회 때리고, 재차 피고인에게 침대 위로 올라와 성교할 것을 요구하며 “너,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소리치면서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계속되는 피해자의 요구와 폭력에 격분한 피고인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서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칼(길이 34㎝, 칼날길이 21㎝) 한 자루를 꺼내 들고 피해자의 복부 명치 부분을 1회 힘껏 찔러 복부자창을 가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장간막 및 복대동맥 관통에 의한 실혈로 인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나. 사건경과


검사는 피고인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원심) 법원은 ‘① 변태적인 성행위는 피해자와 동거 중에도 행하여졌던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② 피해자가 피고인을 죽이겠다고 한 말은 평소에도 해오던 말이었고, ③ 피해자가 가위로 피고인에게 가하였다는 상처는 경미하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찾아가 이혼소송의 취하를 요구하고 성행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을 협박하거나 폭행한 것은 동거 중에 있었던 것보다 특별히 심하였던 것은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원심 판결이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며 상고하였다.

 

2. 쟁 점


아내가 이혼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과 계속된 폭행 등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순간 남편을 칼로 찔러 즉사케 한 경우에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의 성립여부가 문제된다.

 

3. 대법원 판결 내용


가. 피고인이 이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먼저 폭행ㆍ협박을 당하다가 이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폭행ㆍ협박의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를 찔러 즉사하게 한 행위는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①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직권으로 판단하지 아니하였음을 탓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정당방위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 대법원 1989.8.8.선고 89도358 판결 (강제추행치상에 대한 상해) 


가. 공소사실 


(1) 피고인 1은 1988.2.26. 01:10경 경북 영양읍 앞 골목길에서, 피해자(피고인 2)가 그녀를 부축하여 위 골목길 안쪽으로 약 10미터 정도 가던 중 그녀에게 억지로 키스를 하면서 그의 혀를 내밀자 이를 힘껏 깨물어 그에게 전치 약 4주간의 설절단상을 가한 것이다.       

                                      
(2) 피고인 2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피고인 3은 OO대학교 체육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인 바,  주위적 공소사실(강간치상)의 요지는,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모 공동하여, 1988.2.26. 01:10경 경북 영양읍 앞 골목길에서 그곳을 지나가던 피해자(피고인 1, 여 32세)를 발견하고 그녀를 강간할 의도로 그녀에게 달려들어 피고인 2는 그녀의 오른팔 상박부를 잡고, 피고인 3은 그녀의 왼팔 상박부를 잡아 그녀를 위 골목길 안으로 끌고 들어가 피고인 2가 그녀의 팬티 속으로 오른손을 집어넣어 음부를 만지고, 이에 반항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오른쪽 무릎으로 2회 세게 차서 그곳 담벽에 넘어뜨린 다음, 억지로 키스를 하면서 강간하려 하였으나 그녀가 피고인 2의 혀를 깨무는 등 반항하므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으나, 이로 인하여 그녀로 하여금 전치 2주간의 우측흉부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것이다.


예비적 공소사실(강제추행치상)의 요지는,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모 공동하여 1988.2.26. 01:10경 경북 영양읍 앞길에서 피해자가 황금당 옆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추행할 목적으로 뒤쫓아 가서 달려들어 피고인 2는 그녀의 오른팔을 잡고, 피고인 3은 그녀의 왼팔을 잡아 그 골목길 안으로 약 10미터 정도 더 끌고 들어가 그곳 담벽에 넘어뜨린 후 피고인 2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고무줄바지(속칭 몸빼) 속에 집어넣어 음부를 만지면서 이에 반항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그의 오른쪽 무릎으로 2회 찬 다음 억지로 그녀의 입에 키스를 하는 등으로 그녀에 대해 추행하고 이로 인해 그녀로 하여금 전치 2주간의 우측흉부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것이다.

 

 나. 사건경과


(1) 제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이에 대해 피고인 1은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가사 과잉방위라 하더라도 형법 제21조 제3항에 해당되어 위법성 내지 책임이 없다고 하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술이 많이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기에 부축하여 가던 중 서로 몸이 밀착된 상태에서 얼굴이 부딪치는 등하여 술김에 호기심으로 키스를 한번 하려다가 혀를 깨물리게 된 것이어서 위 키스행위는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강제력을 행사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고, 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술에 만취되어 그곳 땅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 3은 그냥 지나가자고 하였으나 피고인 2가 그녀를 부축하여 그 옆 골목길로 들어가기에 마지못해 그 뒤 약 2,3미터 정도 떨어져서 따라간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여 항소를 하였다.


(2) 항소심(원심) 법원은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행위는 그 자신의 성적순결 및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 2, 3에 대하여는 공소사실 중 동 피고인들의 강간의 범의를 제외한 나머지 객관적 사실은 모두 인정되나(다만 피고인 1을 발견한 지점과 골목길로 끌고 들어간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위 피고인들은 경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강간의 범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앞서 나온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위 범행장소가 인가가 밀집한 좁은 골목길의 땅바닥이고, 그 당시는 날씨가 추운 겨울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과연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위 피고인들에게 앞에서 인정된 강제추행의 정도를 넘어 강간의 범의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소정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가 된다 할 것이나 예비적으로 기소된 위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므로 이에 대해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피고인 2는 위 범행으로 인하여 혀가 절단되어 평생 불구가 되었고, 피고인 3은 소년인 대학생으로서 위 범행에 소극적, 추종적으로 가담한 점 등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씩을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1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5. 정당방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 대법원 1992.12.22.선고 92도2540 판결 (의붓아버지의 계속된 성관계 요구에 대한 살인) 


가. 공소사실 


피고인 김진관은 피고인 김보은으로부터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백받고 같이 번민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강도로 위장하기로 공모한 후, 피고인 김진관이 이 사건 범행 전날 서울 창동시장에서 범행에 사용할 식칼, 공업용 테이프, 장갑 등을 구입하여 가지고 범행장소인 충주에 내려가서 피고인 김보은과 전화통화로 범행시간을 정하고, 약속된 시간인 1992.1.17. 01:30경 피고인 김보은이 열어준 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집안으로 들어간 다음, 이어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들어 있는 방에 몰래 들어가 피해자의 머리 맡에서 식칼을 한손에 들어 피해자를 겨누고 양 무릎으로 피해자의 양팔을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피해자를 깨워 피해자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김보은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고 놓아 주라는 취지의 몇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들고 있던 식칼로 피해자의 심장을 1회 찔러 그 자리에서 살해하고, 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죽은 피해자의 양 발목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다음 현금을 찾아 태워 없애고 장농, 서랍 등을 뒤져 범행현장에 흩어 놓고 나서, 피고인 김진관은 강도에게 당한 것처럼 피고인 김보은의 브레지어 끈을 칼로 끊고 양 손목과 발목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다음 달아나고, 피고인 김보은은 양 손목과 발목이 공업용 테이프로 묶인 채 옆집에 가서 강도를 당하였다고 허위로 신고한 것이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사실관계가 위와 같은 이상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피고인들에게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처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기대가능성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김보은이 약 12살 때부터 의붓아버지인 피해자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이 사건 범행 무렵까지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강요받아 왔고, 그 밖에 피해자로부터 행동의 자유를 간섭받아 왔으며, 또한 그러한 침해행위가 그 후에도 반복하여 계속될 염려가 있었다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김보은의 신체나 자유 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상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도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이 사건 살인행위가 형법 제21조 소정의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인데(대법원 1966.3.15.선고 66도63 판결; 대법원 1984.6.12.선고 84도683 판결 각 참조), ① 피고인들이 사전에 판시와 같은 경위로 공모하여 범행을 준비하고, ② 술에 취하여 잠들어 있는 피해자의 양팔을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피해자를 깨워 피해자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피해자의 심장을 찔러 살해한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도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피고인들의 범행의 동기나 목적을 참작하여도 그러하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의 판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거나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하여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조처도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됨은 소론과 같다고 하겠으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피고인들의 판시 행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상당성을 결여한 것인 이상 정당방위행위로 평가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할 의사로 행해졌다기 보다는 공격의 의사로 행하여졌다고 인정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정당방위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여, 이 사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3) 심신장애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전문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자료와 공판정에서의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83.7.12.선고 83도1262 판결; 대법원 1990.11.27.선고 90도2210 판결; 대법원 1991.9.13.선고 91도1473 판결 각 참조).

 

6. 검 토


형법상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②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③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상당성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박상기, 형법총론, 박영사, 2012, 187면에 의하면 우리 형법상의 ‘상당성’ 개념은 실용적이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11.13.선고 2003도3606 판결; 대법원 1992.12.22.선고 92도2540 판결; 대법원 1992.9.25.선고 92도1520 판결 등 참조)는 입장이고 앞에서 살펴본 판례들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소위 ‘강제추행범 혀절단 사건’과 ‘성폭행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은 정당방위와 관련하여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에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가 있어 보인다. 위 ‘성폭행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에 대하여는 과거부터 계속되어 온 침해행위가 언제든지 반복될 현실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가정 내에서 동거 중인 점은 지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침해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아 현재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는데(박상기, 앞의 책, 181면), 이에 심정적으로는 공감하지만 피해자의 딸이 남자친구와 미리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전혀 무방비상태의 피해자를 제압한 후에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에 대해 현재의 침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같은 입장 : 배종대, 형법총론, 홍문사, 2011, 344면; 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 2011, 224면. 배종대, 앞의 책, 344면에 의하면 현재의 침해는 없지만 반복되는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적 정당방위’는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혼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과 가위로 상해까지 입고 강제로 성교를 심하게 요구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순간 남편을 칼로 찌른 행위에 대해 과잉방위도 인정되지 않은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은 방어행위로 인해 침해의 결과가 사망이라는 점과 미리 칼을 준비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당장 강간의 위협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기에(항소심에서 남편으로부터 평소에도 죽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이혼소송 중이고 가위와 같은 흉기로 이미 상해까지 입은 처지이기에 피고인의 당시 심정을 이전과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임) 정당방위가 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며 최소한 과잉방위는 인정될 수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검사가 피고인의 사정을 감안하여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의율한 것으로 보이지만 숨겨놓았던 칼날 길이 21㎝인 칼로 남편의 복부를 힘껏 찔러 즉사시킨 것을 보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최소한 인정될 수 있다고 하겠으며, 항소심 법원이 ‘변태적인 성행위는 피해자와 동거 중에도 행하여졌던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는 등의 주장은 지금 이 시대에는 전혀 용납하기 어려운 성차별적이고 비인권적인 모습이라고 하겠다.
   

참고로 최근의 관련 판례 하나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기로 한다. 대법원 2009.2.12.선고 2008도8601 판결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별거를 하다가 이 사건 발생 전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협의이혼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 사안에서 ‘혼인관계가 존속하는 상태에서 남편이 처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교행위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률상의 배우자인 처도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대법원 1970.3.10.선고 70도29 판결 참조)’는 입장에 따라 ‘피고인과 피해자가 아직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으므로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강간죄의 객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보았다.

 

* 핵심사항 :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과잉방위, 심신장애, 기대가능성, 살인, 상해치사, 강간치상, 강제추행치상,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 이유 무죄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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