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엇이 ‘정치학적’ 답안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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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엇이 ‘정치학적’ 답안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법률저널
  • 승인 2012.05.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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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5월이 되었다. ‘잔인한’ 것은 너무 시간이 빨리가기 때문에 벌써 1년의 1/3을 지나 1/2로 가기 때문이고 ‘아름다운’ 것은 이제 나무의 새순들이 푸름의 절정에 이르고 있고 꽃들이 계절의 절정을 알리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꽃게도 이때가 제일 ‘아름답게’ 맛이 오를 때이다. 아 꽃게. 

 

5월은 외무고시도 2차가 끝이 나고 입법고시도 2차가 끝이 나서 좀 여유로운 때이지만 행정고시-5급 공채시험-는 아직 2달이 조금 못 되게 남아있는 때이기도 하다. 올해 2차를 볼 수험생들은 지금 한창 신림동 학원가에서 정치학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때이다. 열심히 올 해의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조언을 할까한다.

 

지난 시간의 답안쓰기에 대한 도발적인 조언이후에 몇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하려고 한다. 시간을 아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필자가 알고 있는 몇 가지 tip 을 주려는 것이다.

 

먼저 정치학은 가치관이 다른 이들이 한 공동체에 모여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일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래서 다루는 주제들은 대체로 논쟁적(contending)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논쟁의 여러 입장들 중에서 본인의 주장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런데 지난 시간에 이야기 했듯이 실제로 많은 답안들에는 이 질문에 대한 자기 주장이 없다. 즉 문제를 제기한 출제자에게 답을 안하는 것이다. 이것이 최악의 답안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양을 채웠다는 것은 전혀 불필요한 주장들로 페이지수를 채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채점자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논쟁적인 주장들이 있는 주제에서 결론만 내리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답안이 정치학적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 균형감각. 둘째, 논리. 셋째, 이론적 설명. 넷째, 구체적인 현실사례.

 

첫 번째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2012년 올해의 입법고시문제를 하나 보자.


제 3 문.
1970년대 등장했던 미국 패권 논쟁이 오늘날 재현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부상이 있다. 국제패권의 유지, 강화 및 쇠퇴 여부의 판단 기준을 경성권력(hard power)과 연성권력(soft power)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논하시오. 또한 현재 세계 패권질서의 향방과 이에 따른 한국 외교정책의 대응방향을 논하시오.  


위의 문제는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중국의 성장과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07년 리먼 브라더스 사건이후 급격히 쇠퇴하는 미국사이에서 향후 국제체계에서 패권적 질서가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묻고 있다. 이 논쟁은 제법 오래된 논쟁으로 2000년대 들어와서 집중적으로 논의가 된 주제이다. 또한 외시에 2번이나 출제된 주제이다. 중국이 성장해서 세계패권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중국이 성장하지만 강대국으로서 세력균형에만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과 미국이 지속적으로 패권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다투고 있다. 따라서 균형감각이란 이러한 입장들을 소개하고 이들 주장들 중에서 어떤 입장을 택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신문기사나 칼럼과의 가장 큰 차이다.

 

둘째. 논리가 중요하다. 정치학은 수사학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뛰어난 논리와 언변으로 무장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고자 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입장에서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고대 정치학이론들을 만들었다.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에 나의 의견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논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따라서 체계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시작과 끝이 일치하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답안은 이런 논리가 글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건축가가 건물의 설계도를 그리듯이 답안도 전체적인 설계도를 잘 그려서 시작(문제제기)과 끝(결론으로서 나의 주장)이 연결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결국 목차를 구성하는 구성력에 의해서 나타난다.

 

목차를 구성하는 훈련은 실제 정치학과의 대학원에 와서 연구논문을 쓰고 학위논문을 쓰면서 배우게 된다. 다른 학자들의 글에서 그들의 논리력을 배우면서 자신도 논리적인 글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다른 공부를 통해서 논리를 만들 수 있지만 정치학자들이 사용하는 체계적인 논리는 훈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다른 학자들의 논문이나 책에 있는 문제해설 등에서 그런 논리 구성을 배운다. 또 학원에서 시험을 보고 선생님들이 쓴 예시답안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목차를 구성하는 훈련을 한다. 실제로 답안을 채점할 때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은 목차라고 출제위원들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만큼 좋은 목차를 만들기 위한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험생들은 현실적으로 많은 과목에 치이기 때문에 정치학의 작은 개념과 작은 이론들을 암기하는 것에 매달린다. 전체적인 논리로 나의 주장을 해야 하는 답안에 몇 가지 살리고 싶은 개념과 이론들이 안쓰럽게 매달려있는 경우들이 많다.

 

세 번째는 이론적용이다. 정치학은 학문의 세계이다. 학문이란 자신의 이론들을 발전시킨 이론집적의 역사이다. 이론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상을 분석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발전된 이론을 사용해야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설명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론은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이 없는데 이론을 쓰면 암기한 것이 되는 것이고 맥락없는 답안이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이론을 모를 수도 있다. 알면 더 좋겠지만 이론을 모른다고 우리가 아무런 설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왜? 상식이 있으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적 설명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잘 배운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에 더 점수를 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며 정의로운 일이기도하다. 그래서 이론이 좀 더 좋은 설명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면 좋은 답안이 된다. 이것은 그만큼 현실적인 사안들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예비관료로서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사안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답안은 추상적이고 이해가 안된 것처럼 보이는 답안들 사이에서 자기답안의 논리적 설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하는 채점자에게 확신을 심어준다. 너무 장황하지 않게 현상의 핵심만을 짚어줌으로서 “정리까지” 된 수험생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조언 하나. 두괄식으로 답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답안의 기본이다. 누구나 아는 것은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야 채점자들이 수험생의 답안을 읽어낼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정치학자들에게 가서 미괄식으로 질문을 해보라. 돌아오는 말은 “그래서 뭐가 궁금한데?”일 것이다. 두괄식으로 자신의 주장이 정리되었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답안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는 정치학을 애정을 가지고 공부한다. 출제자와 채점자들도 정치학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도 정치학에 최소한의 애정을 가지고 정치학자들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답에 써주어야 한다. 그러면 애정이 담긴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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