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 답안지에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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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 답안지에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 법률저널
  • 승인 2012.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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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외무고시가 2차까지 끝났다. 이번 주에 입법고시가 진행되고 두 달 뒤엔 행정고시가 진행된다. 시험이 임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래서 아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수험생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불안한 본인은 잘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보는 외부의 입장에서는 수험행의 대비하는 방식이 올바른 방법일까 싶은 때가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그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이다. 주로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기간에 시험을 준비한다. 다른 것을 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시간동안 인생을 걸고 자신의 이해력과 암기력을 동원해서 비슷한 능력있는 사람들과 살 떨리는 경쟁을 한다. 인생에서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서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면 더 그렇다.

 

그런데 이 유능한 사람들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효과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시험이라는 것이 여러 분야를 요구하기 때문에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분야를 전공자만큼의 실력을 갖추어서 답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공부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주변사람의 공부방식이 사실 벤치마킹의 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다.

 

다른 분야를 이야기 할 것이 아니고 정치학 분야만 이야기 하자. 물론 외무고시를 하는 사람들이 다루는 국제정치를 포함한 이야기이다. 사실은 큰 범위에서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몇 해 동안 답안쓰는 것을 지도하고 또 여러 교수님들과 이야기 하면서 느낀 것을 솔직히 이야기 하면 이렇다. 이렇게 답안들을 써도 되나? 지금까지 6천 매가 넘는 답안을 직접 보고 채점하거나 조언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것은 답안이 아니다” 싶은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정치학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시니컬한지 잘 모르겠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비범한 능력만이 채점하는 분들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게 만든다.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출제하고 채점하는 정치학자들은 수험생들의 답안에 대해 기대가 없다. 답안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만나보았다. 정치학자들이 수험생에게만 기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학자 몇을 제외한 사람들의 글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글에 대해서 기대가 없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과 같은 수준이 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 분들에게 채점을 받아야 하는 수험생들이 어떤 경우에는 도대체 무엇을 공부했나 싶게 답안을 쓴다. 이러면 정치학 답안으로 처리되지 못한다. 물론 “그럭저럭” 점수야 받을 것이다.

 

왜 이렇게 열을 내면서 답안지 이야기를 할까? 필자도 수험생활을 길게 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고 또 한편으로 얼마나 힘이 든 지도 잘 알고 있다. 인생의 가장 좋은 시간이 1년씩 지나간다는 것은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그 시간을 지내본 사람으로서 옆에서 지켜 볼 때 안타깝다.

 

지금까지 답안을 채점하면서 볼 때 답안의 반 이상은 정치학 답안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답안이 아니다. 본인은 애써서 준비하고 열심히 썼지만 그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답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이렇게 쓴 정치학 답안에 무엇이 진짜 문제일까?  

 

수험생들이 답안을 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험공부의 목적을 혼동하는 것이다. 정치학을 포함 한 사회과학은 그 시점에서 중요한 사회현상에 대한 질문을 한다. 어떤 사안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질문. 예를 들어 얼마 전 4월 11일에 19대 총선이 있었다.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지난 번 18대의 46.1 %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OECD국가들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정치에 관심이 많고 그렇게 정치인들을 비판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가? 이런 질문이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받아보면 그 문제를 만든 사람이 던진 문제제기가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문제에 나와있는 답변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만 매달린다. 그러니 채점을 하는 사람들도 그 답안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답안에 여러 이론과 사례들만이 나열되어 있지 무엇을 묻고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자 답안의 결론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채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학자들이 참 착하다. 그렇게 써도 과락은 잘 안준다.

 

정치학 시험은 대체로 논쟁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 묻는다. 예를 들어 2010년 이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논쟁이 있다면 수험생 본인은 어떤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런데 수험생들은 일단 이런 문제가 나오면 내가 어떤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고 어떤 목차를 만들지 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학 문제들은 현실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은 대체로 양립되는 가치사이에 판단이기 때문에 어느 편인지 결정내리기가 어렵다. 즉 선별적 복지도 타당하고 보편적 복지도 타당한 것이다. 그래서 둘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제기란 이렇게 양립하는 가치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한 것이다.

 

그렇데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대체로 질문이 현안들을 다루다 보니 결론을 미리 고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보다는 우선 목차와 이론을 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다. 다시 앞의 사례에서처럼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에서 무엇이 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임에도 자신의 답변이 없는 답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장이 없는 것을 이론과 사례를 잔뜩 붙여서 근거만 제시해서 마치 답변이 있는 것처럼 만든다. 이런 답안은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왜? 결론이 없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주장이 없는데 근거만 있는 이 희한한 답안들. 마치 영혼이 없는 좀비들처럼 이리 저리 떠도는 답안들.

 

답안이 이렇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책에서만 다루고 그렇게 몇 가지를 외워서 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과목들에 치이기 때문에 정치학은 그냥 몇 가지 암기하고 들어가서 쓰고 나오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제기가 안되고 묻는 것에 대해 자신의 주장은 없고 몇 가지 자신이 쓰고 싶은 이론과 암기한 사례만 답안에 가득 들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답안을 만들고 점수가 어느 정도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정치학만을” 다루어 온 학자들은 답안 한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그 답안을 만든 사람들이 벌써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안다. 요행을 바란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답안이 아닌 답안들은 그렇게 채점자들의 냉정한 기대에서 벋어나고 만다. 관심을 떠나서 제대로 읽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쉬운 것부터 하자. 일단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입장부터 생각하고 답안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쓰자. 그래야 이론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되고 제시된 사례가 나의 주장의 설득력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이것이 정치학 답안으로 채점을 받기위한 첫 걸음이다. 제발 정치학을 정치학처럼 써주기 바란다. 이것은 필자만의 부탁이 아니라 교수님들의 부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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