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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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2.04.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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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선거의 교훈 (2)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이번 19대 총선은 지난 2년간 한국사회가 보여준 정의론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도덕성의 붕괴 혹은 무도덕성의 만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먼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의 문제가 무도덕성의 포문을 열었다. 국무총리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하였고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체계적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속속 들어났다. 게다가  그 민간인 불법사찰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정부가 개입되어 있었고 지속적으로 국민을 속이고 기만했다.

 

한국판 워터게이트로도 지칭되는 민간인 불법사찰문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먼저 민간인 김종익씨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영상 블로그 올렸다는 이유로 불법사찰 받았다. 그는 회사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일본으로 도피했다. 이 이슈가 PD 수첩에 의해 알려지자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관실은 증거인멸을 위해 컴퓨터 하드를 박살냈다. 그리고는 민간인 사찰문제가 공직윤리관실에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했다. 이후 언론에서 민간인 사찰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고 검찰에서도 수사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다시 총선 직전에 장진수 주무관이 윗선에서 입막음대가로 제시한 액수 등을 다시 공개하면서 총선의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이슈가 커지자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몸통”이라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선언을 했고 총선이 예정대로 치루어졌다.

 

총선 직전 민간인 사찰문제가 총선의 이슈가 되자 새누리당쪽에서는 그런 사찰은 노무현정부에서부터 해 온 것이라며 논의의 초점을 자신들의 잘못보다는 과거 정권과의 연속성으로 옮겼다. 새누리당은 과거 정권에 대한 비판을 통해 다시 지지를 보수로 이끌면서 선거를 ‘진보와 보수의 구도’속에 넣은 것이다. 과거 정권과의 연관성이 얼마나 있든 현재의 잘못이 덮이지지는 않는다. 옛날에 잘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왜 자신들만 도덕성을 가지고 문제를 삼느냐 하는 태도는 결국 총선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 하던 사람들은 정부가 민간인 사찰을 하던 무엇을 하던 도덕적인 문제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도덕성이 얼마나 문제가 될 수 없는가는 동생아내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형태 후보가 당선 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김형태 당선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이 공개되면서 민심이 나빠졌고 결국 새누리당에서 탈당하였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므로 진위는 가려지겠지만 국민의 대표가 일반시민들 앞에서 이런 문제로 선거에서 평가되는 상황은 한국정치의 도덕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게다가 문대성 당선인 역시 논문 표절 의혹이 있었음에도 후보 사퇴를 하지 않고 결국 당선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동아대 교수직을 사퇴했다. 게다가 IOC 위원직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여론의 동향이 문대성이라는 ‘국민 영웅’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게 될 것이다. 36살에 너무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잃어버리게 되었다.

 

논문의 표절은 학자로서 양심의 문제이다. 그리고 표절 여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표절을 부인하고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또 한 번 부정적 각인을 만들었다. 논문을 심사했던 교수는 얼마 전에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오는 이야기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200% 표절이 확실”하다고 이야기 했다. 논문 심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온 박사학위논문 조차 읽지 않았고 문제가 된 후에도 기사만을 보고 자신이 평가한 논문에 대해 판단을 하는 무도덕성을 보여주었다. 논문을 표절한 사람이나 논문을 심사한 사람이나 똑 같은 사람들이다.

 

도덕성은 보수 진영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총선 과정에서 경선과정에 개입하여 유리하게 선거를 이끈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는 결국 후보사퇴를 하였다. 민주당의 김용민 후보는 과거 막말논쟁이 파문을 가져왔음에도 끝까지 사퇴를 거부함으러서 이번 선거를 자신의 선거로 만들었다. 결국 선거는 ‘정권 심판론’ vs. ‘막말심판론’으로 몰리면서 누가 누가 더 비도덕적인가로 흘러갔다.

 

보수와 진보 중 누가 도덕성 문제에 취약한가? 한국 정치에서 진보는 그 개혁적 성향과 관계없이 도덕성이 중요하다. 보수진영이 그동안 도덕문제에 대해 둔감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하면서 진보진영은 자신의 도덕성을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도덕성 문제에 취약하다. 같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도 진보가 훨씬 더 시민들의 비난을 받는다. 이 문제는 학생운동시절부터 진보에 붙은 딱지이다.

 

진보가 도덕성에서 “원죄를 가진” 상황에서 왜 한명숙 대표는 김용민을 쳐내지 못하고 선거를 치루어야 했을까? 여기서 도덕성과 정당 연대가 만난다. 왜 민주당은 김용민카드를 버리지 못 한 채 선거를 치루면서 리더십 부재론에 휘말리게 되었는가? 이번 선거는 야권연대를 통해서 정권심판과 국회과반수의석확보를 목표로 하였다. 표를 극대화하여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야권연대의 최대 화두였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시민세력인 문성근을 포함하여 구성원을 넓혔고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였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둘 다 당명에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당명은 항상 자신들의 현실과 반대이다. 통합진보당이 내부에 분파들이 다양하게 있고 과거 운동권시절의 NL(민족해방전선)과 PD(인민민주) 진영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경선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역시 친노에서 386세력과 전통민주계까지 다양한 세력이 내부적으로 잘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의석극대화논리는 이 두 정당이 연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물론 선거 초반의 흥행몰이에 성공하였고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 증대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결국 손안대고 코 풀 수 있는 총선 전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하였다.

 

민주당에게 정당연대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의석확보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좀 더 복잡한 문제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역연대가 아닌 차원에서 정당이 연대를 하였다는 점에서는 교훈적인 선거였다. 의석수 증대를 위해 마치 무지개연합과도 같이 많은 정파를 내부에 끌어안음으로서 정당의 정책과 목적지향성이 훼손 되었다는 점은 이후 한국 정당정치에 정당연합을 위한 전략마련이라는 한 가지 숙제를 던져놓았다.

 

실업률의 증대와 물가상승이라는 경제적 어려움과 비도덕성에도 불구하고 왜 보수에 대한 지지가 더 커지는지는 한국정치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이다. 과거 보수와 진보가 유사한 비율로 의석을 나누었던 것과 비교해 보수지지도가 조금 높아지면서 한국사회의 우로 쏠림 현상이 조금 더 강화된 듯하다. 하지만 최근 선거는 유권자의 지지 척도로 보기에 부족할 만큼 매 선거마다 지지가 변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정당에 대한 실망이 선거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더 나쁜가? 누가 더 능력이 없는가?”라는 기준이 작동하는 것이다.

 

언제 우리는 도덕적인 문제를 두고 더 나은 후보와 더 정의로운 후보를 뽑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의한 정당연합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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