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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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2.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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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선거의 교훈 (1)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선거의 정치가 일단락이 되었다. 선거를 치룬 정당과 후보자들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할 것이다. 이제 봄철의 제 1 막은 끝이 났고 겨울 시즌을 대비하는 일이 남아있다. 대선의 전초전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선거라는 점에서 볼 때 선거의 판이 끝이 났다기보다는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고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정하는 선거이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가 다음 선거를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성격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이지만 국회는 국회 나름의 독자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번 선거를 다음 선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의 6.2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해 우월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4.11 총선의 선거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래서 선거의 연속성이라는 것이 1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 보여주었다. 대선까지 시간이 짧다는 점으로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찰나’의 순간에 의해 결정되는 선거라는 게임에서는 ‘억겁’의 순간이다.

판은 정리되어가지만 이 판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1%의 실패가능성을 100%로 만들었다. 지난 10.26 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반 MB 노선으로 충분한 승산을 보았다. 당시 한나라당내에서는 총선에서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혹독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을 만큼 한나라당내 분위기는 침울했다.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고 박근혜의원을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하여 선거체제에 임했다. 그리고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과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을 기록하면서 한나라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010년부터 이어져 오던 반 MB정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실패할 수 있는 확률 1%를 결국은 100%로 만들었다.

선거이후 많은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의 무능과 오만함이 문제라는 점과 지도력의 부재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가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명숙대표가 새누리당의 박근혜대표와 달리 유권자에 대한 호소가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부터 한 평론가의 주장처럼 박근혜라는 오너의 발언과 한명숙이라는 월급사장의 발언이 같을 수 있겠냐는 분석까지 양 정당의 리더십에 대한 비교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1%의 가능성을 100%로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주목할 것은 ‘망각’과 관련된 부분이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에서 당시 열린우리당의 대통령후보로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고 역대 최대의 표차이로 대통령선거에서 패했다. 500만표에 달하는 차이는 집권당과 노무현정부에 쏟아진 비판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수치였다. 그 당시 실패의 주된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민주당은 잊고 이번 선거에 뛰어든 듯하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으로 대표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도덕성문제를 대선의 도마위에 올렸다. 그러나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물가상승과 국내 양극화의 압박과 경제실정등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면서 노무현정부의 무능론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정동영후보가 이명박후보의 도덕성문제에 집중하면서 사용한 네거티브전력은 새로운 정치와 경제상황의 개선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선거에서도 사람들은 “도덕성 때문에 안돼”보다는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제시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어떠했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시리즈로 재미를 본 민주당은 이번에는 다시 반 MB론에 매달렸다. 게다가 “나는 꼼수다”의 열풍은 현직대통령을 비난하고 새로운 스캔들로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풍자와 비방으로 키득키득되는 ‘팝캐스트정치’가 정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밝게 하였다. 민주당은 여기서 가능성을 넘어 확신을 가진 듯 하다. 천만이 넘었다는 “나는 꼼수다”의 사회적 열풍은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이들의 성난 민심이 새누리를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정봉주의원의 억울한 구속과 김용민PD의 대체투입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팝캐스트의 비방과 풍자의 정치가 과연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면서 이들이 새누리를 싫어하는 ‘거부투표’를 통해서 민주당에 압승을 올려줄 수 있었을까?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독표율 증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선거는 수도권의 젊은 층에 의해서만 치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선거제도의 상대다수제가 가지는 약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략해서 정치변화를 이끌어야 할 지역들에서 기대한 성과를 못 얻었다. 물론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정당의 비례득표율은 높게 나왔다. 부산에서 민주당은 31.78%, 통합진보당은 8.42%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고 두 당을 합치면 40.20%에 달한다. 울산에서도 41.52%(민주당 25.22%, 통합진보당 16.30%), 경남에서도 36.14%(민주당 25.61%, 통합진보당 10.53%) 등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한 가지 위로가 될 수는 있겠다. 지난 2002년 대선과 비교해 보면 득표율 증대는 더 의미있게 보일 수 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부산 29.9%, 울산 35.3%, 경남 27.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에서 정당득표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비례대표의석은 총 54석 일 뿐이고 지역의석이 246석이다. 지역 246석게임에서 새누리는 127석을 가져가면서 1/2인 123석을 넘겨버렸다.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은 자신이 수성할 곳을 수성하면서 충청권을 공략한데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충청이 새누리로 가세한 것이 새누리당에는 엄청난 힘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 전체 25개 지역구에서 12개의 의석을 확보했다. 전통적인 우세지역인 영남지역에서 새누리는 경북 15석에서 15석을 경남 16석에서 14석을 대구의 12석 모두와 울산 6석 모두와 부산에서 19석 중 17석을 가져왔다. 강원의 9석도 모두 가져왔기 때문에 선거결과를 정당의 당 칼라로 표시하면 붉은 색의 새누리당이 한반도 동부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민주당은 이 지역 전체에서 3석의 의석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제기한 반 MB 노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진보통합당과의 연대가 수도권에서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보수지지 성향이 높은 지역에서는 약발이 안먹혔고 오히려 민주당에 부담이 되었다. 특히 충청지역은 세종시 문제로 이번 정부에 대해 반감이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새누리에 주고 자유선진당이 3석을 가져가면서 민주당의 기반은 약화되었다.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후보의 당선과 노무현후보 당선이 실제 가능하게 되었던 민주당 연대지역인 충청지역에서 새누리의 약진은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 과반수의석달성을 견인하였다.

정책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자들은 늘 하던 대로 투표를 하였고 그것이 지역압승을 가져온 것이다. 결국 정당과 인물위주의 지역구선거에서 민주당은 다시 한번 네거티브 전략을 동원하여 5년 전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였다. 정당에 대한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받은 득표율은 36.5%와 10.3%로 새누리와 자유선진당이 받은 42.8%와 3.2%보다 높다는 점은 진보결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상대다수제의 제도적인 특성상 지역구에서 근소한 표차이의 탈락도 결국은 사표로 처리되기 때문에 지역기반정치에서의 전략이 의회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런 점에서 근소한 차이에서의 접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안되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문제라는 엄청난 사안과 MB 정부의 도덕성문제로 정권심판론을 최대 화두로 끌고 가던 민주당이 김용민이라는 한 사람의 후보자로 인해 ‘정권 심판론’ 대 ‘막말심판론’으로 정치담론이 형성된 것 역시 이번 선거의 패착 중 하나이다. 다음 시간에는 총선에서 나타난 도덕성의 문제와 정당연대의 문제를 좀 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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