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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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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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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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의 전체구성과 연결 (3)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지난 시간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국제정치를 다른 정치주제와 연결해 본다.

 

국제정치 : 국가간 관계의 규칙을 규정

우리공동체가 지향할 가치와 배분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와 생각을 같이 하는 또 다른 공동체와의 협력을 가져올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에 가치와 지향점이 다른 공동체는 정치운영방식을 달리 할 것이고 이것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충돌가능성을 높인다. 만약 정치공동체를 국가로 규정할 경우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는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에 의해서도 중요해진다. 국제관계라고 하는 국가를 하나의 회원으로 하는 배타적인 멤버들의 클럽에서는 국가들이 독특한 운영원리를 가지게 된다. 국가들은 국가위의 상위권위체가 없는 국제무정부상태(anarchy)에서 국가의 생존이라고 하는 절대명제에 종속된다. 국가생존을 위해서 다른 국가공동체는 희생물이 될 수도 있고 그 공동체의 자원과 영토는 흡수될 수도 있다. 급작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호소할 곳이 없는 ‘보호부재(lack of protection)’의 국제정치무대에서 국가의 생존은 어떤 행동도 정당화하는 도덕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현실주의(Realism)자들은 이야기한다. 국가지도자를 구속하는 도덕은 개인이 가진 도덕과는 다른 '이중도덕(doble standard)'의 논리를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에게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힘의 추구이다. 힘의 추구는 생존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힘의 추구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 된다.

 

현실주의 이론에 대해 합리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논리는 국가보다는 국가를 구성하는 실체인 인간을 강조한다. 인간의 이성과 이성을 통한 점진적인 발전가능성을 믿는 자유주의는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의 증대를 설명하는 상호의존이론과 ‘상호성(reciprocity)' 혹은 ’상호주의‘를 통해 제도를 구축할 것을 이야기 하는 신자유주의와 좋은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끼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는 민주평화이론에 의해서 주로 설명된다. 집단안보나 인식공동체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다른 계열의 자유주의자들도 있다.

 

힘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와 이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에 대항해서 대안이론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이론은 구성주의이론이다. 단위체(주로 국가가 될 수 있음)들 간의 ‘정체성(identity)’의 공유가 국가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보는 구성주의는 인식을 강조한다. 인식의 관점을 강조하는 구성주의가 점차 1970년대에 부상했던 맑시즘을 대체해가고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후계자들은 국제정치경제의 작동논리를 통해서 여전히 국제문제를 설명해내고 있다. 그들은 국내적 계급의 대립 논리(부르주아 vs. 프롤레타리아)를 그대로 국가군에도 적용하여 국제정치의 계급대립구조인 중심부 vs. 주번부논의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제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국제정치를 설명한다.

 

이처럼 국제정치는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사이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arena)이다. 이 장(arena)에서 어떤 이론적 논리가 더 설득력이 강한가는 구체적인 정책적 대응의 차이를 가져온다.

 

현실주의는 힘의 증가 특히 군사력증가를 첫 번째 방안으로 제시한다. ‘내적 균형(internal balancing)’이라 불리는 이런 입장은 군사력증강에 따라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와 '상승적 군비증강(escalation)'의 문제를 가져온다. 또한 현실주의가 제안하는 힘에 기반한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는 실제 분쟁을 위기로 가져갈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내적균형의 대안으로 동맹을 통한 세력균형(외적균형 external balancing)이 고려된다. 그러나 동맹 역시 동맹파트너의 신뢰문제를 야기한다. 즉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연루와 방기의 위협이라는 ‘동맹안보딜레마’속에 국가를 빠뜨린다. 동맹국으로부터 버려지기(방기) 싫으면 자신이 원치 않지만 동맹국을 위한 분쟁에 연루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자유주의는 다른 처방을 제시한다. 무력사용보다는 ‘협상’을 강조한다. 하지만 협상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국제법’을 통해서 국가들 사이관계를 마치 국내정치의 인간들 사이의 관계처럼 규율하여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여전히 주권을 강조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활권을 부정하거나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자유주의는 또 다른 대안을 제안한다. 그것은 군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군비축소’나 군비를 통제하는 것은 국가들의 이기적 계산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다. 자유주의는 다른 방안으로 ‘집단안보’를 제시한다. 하지만 국제연맹(LN)도 집단안보구현에 실패했으며 이를 반성하면서 나온 국제연합 역시 1991년 걸프전쟁에서만 집단안보를 구현했다. UN의 ‘평화유지활동(PKO)’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으나 비용의 증대와 국가들의 선별적인 개입으로 인해 국가가 이를 정책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부담이 늘어나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주의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호의존'을 증대하여 이익을 늘려주되 만약 분쟁을 조장하거나 위기를 만들려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제재'를 가해서 경제적 고통을 줄 수 있고 이것으로 전쟁으로 확전하려는 의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제재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국내적인 반감으로 독재자나 국제무법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자유주의자들 중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형태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내부적으로 권위주의정부에 대한 도전세력이 있고 외부적인 지원세력이 있다면 비민주주의 국가는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 국가간에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이론에 의해 신생민주주의 국가와 주변민주주의 국가간에 평화는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제안하는 국내정치변화를 통한 국제평화달성이라는 획기적인 방안에도 불구하고 아직 역사적 사례의 부족이라는 문제와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단계가 위험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자유주의자 들 중에서 제도를 강조하는 입장의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들이 ‘상호주의’를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장기적 이익이 더 큰 득이 된다는 것을 국가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국가들은 공동의 이익 혹은 절대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협력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정례화되어 ‘기대의 안정화’가 달성되면 ‘제도화’가 된다고 본다. 특히 탈냉전이후 제도주의자들은 ‘다자주의’규범이 확대될 경우 더 큰 이익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다자주의제도가 그런 효과가 있게 될지 아니면 강대국의 이익을 반영하는 허수아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구성주의는 사회구성원들의 규범이나 인식이 확대되어 ‘상호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 기대를 건다. 그 기대의 첫 번째는 우리가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통해 국제정치를 홉스적인 시각이 아니라 칸트적인 시작에서 읽게 되면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적인 정책제안은 규범화를 만들어내는 ‘담론(discourse)’의 정치를 강조한다.

 

각기 다른 이론들의 정책들은 국가간의 전쟁의 원인과 분쟁의 원인에 대해 다루는 안보라는 세부주제에서 국가안보 vs. 인간안보 혹은 국제안보 논의를 이끌고 있다. 또한 국가가 인권문제를 두고 개입하는 인도적 개입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국제정치경제라는 하부분야에서 패권국가에 의한 질서를 주장하는 입장과 여러 국가들에 의한 협력 가능성을 주장하는 ‘패권 주도vs. 과두국가 주도’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론논의는 국제통상에서의 자유주의를 어떻게 달성하고 국제통화와 금융분야의 협력이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지의 논의를 이끌어낸다. 다국적기업과 관련된 투자분야에서도 각 이론은 날카롭게 충돌하면서 국가이익을 위한 도구라는 주장과 자발적인 행위자이며 국가간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에서 논쟁중이다.

 

동북아시아라고 하는 지정학 속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이라는 국가와 반란단체적 정체성을 배회하는 행위자를 어떻게 안정과 평화지향적인 국가가 될 수 있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가 한국에게는 중요하다. 국가의 생존, 번영과 국가의 위상증진이라는 보편적인 목적과 함께 민족통일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보분야, 정치경제분야 그리고 강대국과 주변국외교 뿐 아니라 UN과 다른 지역의 지원을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까지 경주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숙제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제도정치의 숙제, 정치경제적 숙제, 정치사상적 숙제, 국제정치적 숙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조건은 민주주의국가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시민적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다. 시민으로서 정치공동체구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적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가치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시민들은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를 감시하고 관리하며 그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 반대로 대표들은 지도자로서 시민들을 지도할 수 있다. 좋은 지도자가 두 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이런 지도자를 선발하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제도장치들이 방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도장치를 구비하고 개선하는 것이 세 번째 조건이다. 우리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국제정치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를 정해야 한다. 국제적 해법을 찾는 네 번째 조건은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는가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사상과 정치가치를 뚜렷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상과 가치는 다시 시민사회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조건과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우선순위부여는 다시 총체적인 정치개혁논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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