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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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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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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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의 전체구성과 연결 (1)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정치‘학’이라는 관점에서 정치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현상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2년은 선거라는 가장 큰 행사가 있는 해이다. 2012년 3월 28일에는 재외국민투표가 이루어졌고 그 이전에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이 진보연합을 구성하여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번 선거결과가 12월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한국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커다란 정치무대뒤편에서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함께 민간인 사찰을 무마하기위한 조직적인 개입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주무관이 돈을 받았다고 자백을 하는가 하면 돈을 주었다며 자신이 몸통이라고 하는 충신(?)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왔던 무상시리즈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온통 정권심판론과 시스템 공천이야기 밖에 없다. 온통 누가 공천을 받았고 누가 공천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에만 매달려있다. 박정희전대통령을 롤 모델로 다시 나라를 세우자고 하면서 노인과 군인에게 봉급을 지급하겠다는 정당이 나오는가 하면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모아서 이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이야기 하는 정당도 나왔다. 아예 자신의 지역적 색깔을 명확하게 하면서 ‘미워도 다시 한번’ 식의 원조 민주당을 이야기 하는 정당까지 나오면서 최근 한국정치의 정당난립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국내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리원전에서는 12분간의 정전이 있었고 이것은 원자력발전시설을 외국에 수출하여 한국의 국격과 국익을 창출하겠다고 하는 정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광명성 3호를 발사하여 은하위성을 띄우겠다고 하면서 2012년 2월 29일의 북한과 미국사이의 핵관련 합의를 위협하고 있다. 3월 26일에서 27일에는 50개국의 정상들이 서울에 모여 핵안보에 관한 의제를 다루면서 2010년 G-20정상회의 이후의 한국외교력을 보여주었다. 국제정치 영역 역시 파란 만장하다.

 

한국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전히 대기업은 재래식 상권을 공격하면서 영세상인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보육료지원과 무상급식이 언제 논쟁이 있었냐는 듯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받고 있고 부모들은 학교에서 한 끼를 해결해주어 손을 덜 쓰는 것에 감사해 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공정성이 높아지는 지에 대한 의심만 가득하다. 어떤 방식의 민주주의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만큼이나 어려운 법치주의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높아진 사법부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사법시스템의 운용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사상적 문제 역시 산적한 것이 많다.


 
정치제도와 국제정치와 정치사상의 구성

 

국내정치에 관한 ‘정치제도’들과 ‘국제정치’의 운영방식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치적 가치와 ‘정치사상’ 원리들 모두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양극화와 수출기업과 자영업으로의 분리와 한미 FTA에 따른 ‘정치경제’적 변화를 감안하면 정치전반에 걸쳐 우리는 적절한 한국적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시험대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이번 시간은 이러한 정치전체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면서 어떤 문제가 어떤 다른 문제와 연결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정치는 현재 어떤 구체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고 그 답을 찾아내야 하는 한국정치의 어떤 부분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선 정치의 범위와 범위 연결을 먼저 다루면서 이러한 범위의 연결이 어떻게 다른 주제와 연결되는지를 들여다 볼 것이다. 그런 과정의 끝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도록 한다.

 

정치학의 분야는 다양하게 구분되어 진다. 정치학방법론, 비교정치론, 정치경제론, 한국정치론, 지역정치론, 국제정치, 정치사상 혹은 정치일반이론이 정치학의 세부범위이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분류보다 한국에서는 정치학의 구분을 대체로 3가지로 한다. 정치사상, 국제정치, 비교정치가 그것이다. 그래서 정치학 관련 시험 역시 이 3 가지 분야에서 한다.

 

정치일반이론 : 정치현상의 분석도구들

 

정치의 각각의 주제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는지를 통해서 위의 구분들이 다시 재정렬되게 만들어보자. 먼저 정치학이 관심이 있는 정치현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정치구성원인 인간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즉 정치공동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것이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루는 작업(정치란 무엇인가의 부분)은 동시에 어떤 인간군상들(정치적 인간관련 부분)에 의해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지를 동시에 다루게 한다. 인간들간의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국가론)라는 공동체안에서는 권력이 어떻게 분포되어 어떻게 사용되는지(권력론)를 다룬다. 이때 권력과 권력이 아닌 폭력이나 영향력은 구분되어져야 할 개념들이다. 정치적 인간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사고를 만들고 이것을 대물림하는지를 다루면(정치의식과 정치사회화론) 정치공동체인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민족주의론)도 다룰 수 있다.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효용을 보장해줌으로서 이들의 충성심을 이끌면서 지도력(리더십론)에 복종하게 한다. 이런한 리더와 추종자간의 관계가 공동체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이것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생성되고 전수되는지(정치문화론)는 정치발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투표율의 하락은 리더에 대한 불만과 함께 정치의식과 정치문화의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더 어린 층에 대한 장기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를 두고 한국의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다툼은 정치의식의 사회화에 있어서 정당들의 사활을 건 문제이다.

 

어떻게 정치공동체에 대한 불만을 줄이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개인으로서 가치를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인들이 집단적으로 볼 때 어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가라는 주제인 정치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정치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현상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신념과 이론체계인 이데올로기(이데올로기론)를 다룬다.

 

이러한 사상적 가치에 따라 정치공동체를 어떤 원리에 의해 어떤 정치제도로 만들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영역(민주주의론)이다. 민주주의는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인인 인민과 대리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민주주의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대의민주주의 위기론)이다. 따라서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보완적 민주주의제도론)하다. 게다가 민주주의는 경제적 요건과 정치제도 선택에 의해서 구체적인 작동방식이 결정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어떤 정치제도를 선택하는가의 문제(정치제도론)로 넘어간다. 민주주의를 이념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제도에 의해 작동하는 현실제도 장치로 본다면 어떤 하부제도들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제도정치이론 : 다른 국가와의 제도 비교이론

 

제도장치로 연결되는 경우 구체적으로는 헌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의 문제(헌정주의론)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정부형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는 권력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수권하는지(권력분립론)에 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것은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에 각기 어떻게 부여해주는가라는 문제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사이의 권력을 어떻게 한정하고 분배하는가(연방주의론)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사법부의 구성방식과 사법부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부분(다른 수단에 의한 민주주의론)들은 사법부의 문제를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가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회론) 역시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사법부가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그들의 소신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게 함으로서 정의라는 것의 최후의 보루로 기능(법치주의이론)하게 한다면 입법의 대표를 선발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중앙정치무대로 이전하여 국가차원에서 인민의 의사가 논의(대의민주주의이론)되게 만든다. 그러나 최근 사회현상의 복잡화와 관료제도의 강화로 행정업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정부형태론)가 초미의 관심사항이 되었다. 즉 “정부를 누가 장악하는가?”가 권력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되었다.

 

누가 정부의 주인이 될 것인가는 이것을 결정하는 게임구조의 방식에 달려있다. 정당제도와 선거제도가 대표적인 것이다. 어떤 정당이 선거에 뛰어들 수 있는가와 이들이 어떻게 자금을 대고 어떤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자신들을 알리는가의 규칙(정당제도론)은 거대정당과 신생정당사의의 역학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당의 어떤 사람을 정당의 대표로 선거라는 게임에 내보낼 것인가(정당조직과 충원론)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역시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더 큰 영향은 선거 제도 자체의 규칙이다. 선거제도의 규칙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선거제도론)만큼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또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때 그것에 대해 저항하고 의식적으로 여론을 환기하고 최종적으로는 대의제도라고 하는 대표를 부정하고 스스로 정치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시민사회영역(시민사회이론)이다. 시민사회는 영역이자 행위자로 기능한다. 인간이 집단화를 거쳐 조직을 형성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외롭기도 하고 자신의 역량이라는 것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익과 함께 공동체의 이익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집단을 구성하는 경우 공익을 주창하는 집단과 사적인 이익을 집단적으로 주창하는 집단이 나뉜다. 시민사회와 이익집단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론적 구분의 용이성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구분은 쉽지 않다. 이들은 민주주의이론에서 다시 주체의 문제로 부각되며 이렇게 부각될 경우 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한다. 결사체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는 양자를 매우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교집합을 떼어낼 경우 구분되어지는 방식이다.

 

게다가 시민사회는 경제적 부의 문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분배원리를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들어와서는 다시 또 하나의 행위자가 된다. 과거 자본주의가 신봉하는 시장과 민주주의가 신봉하는 국가사이에서의 대립을 다루었던 정치경제는 이제 시민사회가 가세하여 시장과 국가에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논의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민사회는 공적영역에서와 사적인 영역인 경제질서에서 거버넌스의 이중적인 주체가 된 것이다.

 

정치경제론 : 효용과 가치의 분배

 

이러한 제도들을 구성하는 것은 인민들의 요구를 정치공동체의 요구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인민의 요구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때 인민의 요구는 자신들의 실제적 삶과 관련되어 있다. 그들의 생활여건이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그들은 조직화를 하고 대표를 만나고 대표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국적으로 잘 대표해주기를 바란다. 그들의 삶과 관련된 요구의 핵심은 경제적인 문제이다. 사회적인 문제들도 결국은 어떻게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윤택한 삶을 살 것인가에 달려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경제학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어떻게 어디까지 무엇을 통해 개입할 것인가를 다룬다. 여기에는 자율적 질서이자 제도라고 생각되는 시장이 있고 인위적인 질서이자 제도라고 생각되는 국가가 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입장은 개인에게는 천부적인 권리가 있으며 합리성을 갖춘 개인들은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가장 효율적인 생산과 소비를 보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민주주의의 논리는 자유주의는 출발선상에서 개입된 운의 요소를 지나치게 개인적인 요소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사회공동체구성원으로서 개인은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공동체구성원으로서 합당한 분배의 몫이 있는 것이다. 이런 합당한 몫은 이기적인 개인들과 그들로 이루어진 시장에 맡겨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공권력을 사용하도록 구성한 국가에 의해서 분배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강권적인 기제가 될 수도 있는 국가를 통해 분배의 문제를 결정하고자 한다.

 

자유주의자들과 민주주의자들 사이의 오랜 논쟁은 자유주의의 승리에서 수정된 자유주의, 제한된 국가개입주의의 케인즈이론으로부터 민주주의 우월성의 논리를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다시 시장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2007년과 2008년 리먼브러더스로 상징화되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다시 한번 신자유주의에 철퇴를 가했다. 이제 국가와 시장 사이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관계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를 찾기 위한 국내적, 국제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경제는 시장주의의 확장성으로 외부를 향하는 경향이 있다. 즉 시장에서 효율적인 생산자는 더 넓은 시장에서의 이윤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장과 시장중시입장을 띄는 사람들은 국가들이 자국의 상인들과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벽을 철폐하기를 바라면서 자유주의의 분배효과를 강조하고 세계화가 부의 증대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세계화의 찬가를 부른다. 하지만 세계화는 국가와 국가 혹은 사회와 외부사회의 공행성을 높인다. 즉 좋을 때도 같이 가지만 나쁜 것도 같이 겪는다. 따라서 세계화의 부작용도 우리는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세계화는 외부적인 충격으로 국내사회를 교란할 수 있고 변화시킨다. 사회적인 새로운 갈등선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것은 정치적 갈등선이라고 하는 ‘사회균열(social cleavage)’을 형성한다.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주요한 화두가 되었으며 정치적 균열구조에도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해소를 중시하는 진보와 선성장후분배를 낙하효과(trickle -down effect)로 설명하는 보수사이의 갈등을 가져왔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CEO대통령론은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보여준 것이다.

 

다시 내부의 변화는 외부변화로 이어지면서 국내정치경제는 자연스럽게 국제정치경제로 연결된다. ‘국내 ⇔ 국제’의 상호영향구조는 국내정치경제와 국제정치경제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경향은 국가들이 다른 국가와 경제관련 협상에 있어서 국내세력들과의 교섭과 함께 타국정부와 타국 사회와의 교섭이라는 2가지 track의 협상을 거치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로버트 푸트남은 양면게임이라는 논리로 이론적으로 풀어내었다.

 

정치사상 :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

정치경제에서 분배의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한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했을 때 공동체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얻은 재화와 효용을 나누어줄 것이고 이에 대해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동전 한 닢에도 벌벌 떠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이러한 배분 규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설득력을 필요로 한다. 세금을 내면서 자신이 너무 많이 내고 있고 이것이 쓸모없는 곳에 쓰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누가 세금을 기꺼이 내겠는가? 따라서 첨예한 이해가 걸린 경제분야 규칙을 정하는 데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현대정치사상은 그러한 근거를 대기 위한 이론들을 발전시켜왔다. 경제적 분배와 함께 사회적인 다른 가치를 분배하는 것에 이르기 까지 어떤 방식으로 분배를 이루면서 인간 공동체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현대정치사상이 하는 주된 임무이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와 공동체주의와 민주주의의 논리들은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공동체를 운영하라고 조언한다. 정치사상은 과거에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첨예한 이해대립 속에서 자신의 진영논리를 펴는 행동양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 정치사상은 이데올로기 논쟁이 되었다.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현대 정치사상이 반드시 분배의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사회의 정의논쟁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처럼 정의를 다루는 사상은 ‘부(wealth)’뿐 아니라 '사회적 덕성'과 '사회적인 의무'의 문제도 다룬다. 정의롭게 배분하는 원리로서 정의를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가는 정치사상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신분과 사회적 공존을 다루는 이론들도 발전하였다. ‘인정(Recognition)의 정치’라고 불리는 이론들은 다문화와 문화적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들이다. 게다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공화주의이론 역시 ‘심의(Deliberation)’라고 하는 숙고하면서 이익을 조정해가는 논리를 통해서 공동체운영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로마시대 공화정을 그리워했던 마키아벨리를 새롭게 해석한 신로마공화주의는 ‘비지배의 자유’라는 개념을 가지고 전통적인 ‘소극적 자유(간섭의 부재)’와 ‘적극적 자유(자율적 결정)’이라는 두 가지 자유사이의 논쟁을 좀 더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기 때문에 자유주의의 논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이들과 민주주의의 논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이들과 공화주의 논리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들 간의 이론공방은 한국정치에 있어서 타당성의 토대를 넓혀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적으로 정당들의 자기정체성과 정체성에 따른 정책선택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만들어줄 것이다.

 

국제정치 : 국가간 관계의 규칙을 규정

 

우리공동체가 지향할 가치와 배분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와 생각을 같이 하는 또 다른 공동체와의 협력을 가져올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에 가치와 지향점이 다른 공동체는 정치운영방식을 달리 할 것이고 이것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충돌가능성을 높인다. 만약 정치공동체를 국가로 규정할 경우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는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에 의해서도 중요해진다. 국제관계라고 하는 국가를 하나의 회원으로 하는 배타적인 멤버들의 클럽에서는 국가들이 독특한 운영원리를 가지게 된다. 국가들은 국가위의 상위권위체가 없는 국제무정부상태(anarchy)에서 국가의 생존이라고 하는 절대명제에 종속된다. 국가생존을 위해서 다른 국가공동체는 희생물이 될 수도 있고 그 공동체의 자원과 영토는 흡수될 수도 있다. 급작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호소할 곳이 없는 ‘보호부재(lack of protection)’의 국제정치무대에서 국가의 생존은 어떤 행동도 정당화하는 도덕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현실주의(Realism)자들은 이야기한다. 국가지도자를 구속하는 도덕은 개인이 가진 도덕과는 다른 '이중도덕(doble standard)'의 논리를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에게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힘의 추구이다. 힘의 추구는 생존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힘의 추구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 된다.

 

현실주의 이론에 대해 합리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논리는 국가보다는 국가를 구성하는 실체인 인간을 강조한다. 인간의 이성과 이성을 통한 점진적인 발전가능성을 믿는 자유주의는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의 증대를 설명하는 상호의존이론과 ‘상호성(reciprocity)' 혹은 ’상호주의‘를 통해 제도를 구축할 것을 이야기 하는 신자유주의와 좋은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끼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는 민주평화이론에 의해서 주로 설명된다. 집단안보나 인식공동체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다른 계열의 자유주의자들도 있다.

 

힘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와 이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에 대항해서 대안이론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이론은 구성주의이론이다. 단위체(주로 국가가 될 수 있음)들 간의 ‘정체성(identity)’의 공유가 국가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보는 구성주의는 인식을 강조한다. 인식의 관점을 강조하는 구성주의가 점차 1970년대에 부상했던 맑시즘을 대체해가고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후계자들은 국제정치경제의 작동논리를 통해서 여전히 국제문제를 설명해내고 있다. 그들은 국내적 계급의 대립 논리(부르주아 vs. 프롤레타리아)를 그대로 국가군에도 적용하여 국제정치의 계급대립구조인 중심부 vs. 주번부논의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제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국제정치를 설명한다.

 

이처럼 국제정치는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사이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arena)이다. 이 장(arena)에서 어떤 이론적 논리가 더 설득력이 강한가는 구체적인 정책적 대응의 차이를 가져온다.

 

현실주의는 힘의 증가 특히 군사력증가를 첫 번째 방안으로 제시한다. ‘내적 균형(internal balancing)’이라 불리는 이런 입장은 군사력증강에 따라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와 '상승적 군비증강(escalation)'의 문제를 가져온다. 또한 현실주의가 제안하는 힘에 기반한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는 실제 분쟁을 위기로 가져갈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내적균형의 대안으로 동맹을 통한 세력균형(외적균형 external balancing)이 고려된다. 그러나 동맹 역시 동맹파트너의 신뢰문제를 야기한다. 즉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연루와 방기의 위협이라는 ‘동맹안보딜레마’속에 국가를 빠뜨린다. 동맹국으로부터 버려지기(방기) 싫으면 자신이 원치 않지만 동맹국을 위한 분쟁에 연루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자유주의는 다른 처방을 제시한다. 무력사용보다는 ‘협상’을 강조한다. 하지만 협상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국제법’을 통해서 국가들 사이관계를 마치 국내정치의 인간들 사이의 관계처럼 규율하여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은 여전히 주권을 강조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활권을 부정하거나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자유주의는 또 다른 대안을 제안한다. 그것은 군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군비축소’나 군비를 통제하는 것은 국가들의 이기적 계산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다. 자유주의는 다른 방안으로 ‘집단안보’를 제시한다. 하지만 국제연맹(LN)도 집단안보구현에 실패했으며 이를 반성하면서 나온 국제연합 역시 1991년 걸프전쟁에서만 집단안보를 구현했다. UN의 ‘평화유지활동(PKO)’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으나 비용의 증대와 국가들의 선별적인 개입으로 인해 국가가 이를 정책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부담이 늘어나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주의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호의존'을 증대하여 이익을 늘려주되 만약 분쟁을 조장하거나 위기를 만들려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제재'를 가해서 경제적 고통을 줄 수 있고 이것으로 전쟁으로 확전하려는 의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제재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국내적인 반감으로 독재자나 국제무법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자유주의자들 중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형태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내부적으로 권위주의정부에 대한 도전세력이 있고 외부적인 지원세력이 있다면 비민주주의 국가는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 국가간에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이론에 의해 신생민주주의 국가와 주변민주주의 국가간에 평화는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제안하는 국내정치변화를 통한 국제평화달성이라는 획기적인 방안에도 불구하고 아직 역사적 사례의 부족이라는 문제와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단계가 위험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자유주의자 들 중에서 제도를 강조하는 입장의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들이 ‘상호주의’를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장기적 이익이 더 큰 득이 된다는 것을 국가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국가들은 공동의 이익 혹은 절대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협력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정례화되어 ‘기대의 안정화’가 달성되면 ‘제도화’가 된다고 본다. 특히 탈냉전이후 제도주의자들은 ‘다자주의’규범이 확대될 경우 더 큰 이익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다자주의제도가 그런 효과가 있게 될지 아니면 강대국의 이익을 반영하는 허수아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구성주의는 사회구성원들의 규범이나 인식이 확대되어 ‘상호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 기대를 건다. 그 기대의 첫 번째는 우리가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통해 국제정치를 홉스적인 시각이 아니라 칸트적인 시작에서 읽게 되면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적인 정책제안은 규범화를 만들어내는 ‘담론(discourse)’의 정치를 강조한다.

 

각기 다른 이론들의 정책들은 국가간의 전쟁의 원인과 분쟁의 원인에 대해 다루는 안보라는 세부주제에서 국가안보 vs. 인간안보 혹은 국제안보 논의를 이끌고 있다. 또한 국가가 인권문제를 두고 개입하는 인도적 개입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국제정치경제라는 하부분야에서 패권국가에 의한 질서를 주장하는 입장과 여러 국가들에 의한 협력 가능성을 주장하는 ‘패권 주도vs. 과두국가 주도’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론논의는 국제통상에서의 자유주의를 어떻게 달성하고 국제통화와 금융분야의 협력이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지의 논의를 이끌어낸다. 다국적기업과 관련된 투자분야에서도 각 이론은 날카롭게 충돌하면서 국가이익을 위한 도구라는 주장과 자발적인 행위자이며 국가간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에서 논쟁중이다.

 

동북아시아라고 하는 지정학 속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이라는 국가와 반란단체적 정체성을 배회하는 행위자를 어떻게 안정과 평화지향적인 국가가 될 수 있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가 한국에게는 중요하다. 국가의 생존, 번영과 국가의 위상증진이라는 보편적인 목적과 함께 민족통일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보분야, 정치경제분야 그리고 강대국과 주변국외교 뿐 아니라 UN과 다른 지역의 지원을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까지 경주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숙제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제도정치의 숙제, 정치경제적 숙제, 정치사상적 숙제, 국제정치적 숙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조건은 민주주의국가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시민적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다. 시민으로서 정치공동체구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적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가치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시민들은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를 감시하고 관리하며 그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 반대로 대표들은 지도자로서 시민들을 지도할 수 있다. 좋은 지도자가 두 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이런 지도자를 선발하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제도장치들이 방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도장치를 구비하고 개선하는 것이 세 번째 조건이다. 우리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국제정치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를 정해야 한다. 국제적 해법을 찾는 네 번째 조건은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는가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사상과 정치가치를 뚜렷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상과 가치는 다시 시민사회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조건과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우선순위부여는 다시 총체적인 정치개혁논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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