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수술대 오른 고시제도
상태바
또다시 수술대 오른 고시제도
  • 법률저널
  • 승인 2003.03.12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기수·서열주의가 갖는 공직사회의 이기주의와 폐쇄성을 언급, 행정고시를 비롯한 고시제도의 전면 개편 여부가 관가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행 행정고시제를 철폐하거나, 존치하더라도 행정고시 외에 인턴수습제·전문인력 면접시험 채용 등을 병행함으로써 고급 공무원의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시제도는 공무원사회를 계급이 철저히 지배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상부 명령이 먹혀들도록 계급이 매겨져 있어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조직을 고착화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계급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시제도는 다양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21세기에서 행정조직이 경직화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처럼 고시제도를 통한 계급제는 조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공무원들을 기수별로 서열화해 수직적인 구조를 쉽게 고착화시켜 개인의 능력과 성과보다 승진을 통한 신분 상승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폐단이 지적돼 왔다.

참여정부의 이번 행정고시 등 고시제도 개편논의는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유능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확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공직 채용 통로가 단일화·경직화돼 있다 보니 적기에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현행 고시제도가 축소되고 채용 방식을 다양화한다면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미 활동을 마감한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고시제도 개편안으로 인턴제와 전문인력을 면접시험을 통해 채용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검토했었다.

우리도 이미 본란을 통해 21C 개방화·지식정보화사회에 적합한 우수인력을 공직에 적극 유치해 정부부분의 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행시 등 국가고시제도의 개편을 꾸준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시 합격자를 일괄적으로 뽑아 각 부처에 배분하는 현재와 같은 획일적 방법으로는 복잡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기 어려워 고시제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참여정부와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그 개편의 방식과 폭, 속도에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인턴제나 면접을 통한 채용방식의 경우 평가 및 면접기준이나 추천, 채용절차를 객관화하기 어렵고 뿌리깊은 우리사회의 정실과 학연 등으로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시제도는 정실이라든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경쟁과 공정성의 가치를 심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고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고시제도를 능가해 우수한 전문인력을 어떻게 선발하겠느냐며 고시제도 개편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더욱이 현행 고시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직적성테스트(PSAT)' 등 다양한 개선안들이 그 시행 직전에 있는 터다. 안정적이고 공정해야할 고시제도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급격하게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고시제도의 개편은 기득권과 낡은 사고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관료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제도를 일거에 파괴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을 참여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