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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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2.02.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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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형 인간들의 세상 (1)

 

신희섭 베리타스

날씨가 연일 춥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로 인해 잔뜩 움츠린 채 2월을 맞이했다.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봄이 올 것이지만 요즘 날씨는 과연 봄이 올까 싶다. 봄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선거가 오는 것은 확실하다.

눈 속에서 피어올라오는 봄의 그 흐릿한 향취보다 더 강한 선거냄새. 선거냄새로 봄보다도 빨리 선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선거냄새는 정치세계에 있는 이들은 분주하게 만든다. 이들은 실업자와 정치인사이의 기로에 놓인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망각의 강 레테가 이들 앞에 놓여있다. ‘유명했던 백수’와 ‘유명한 정치인’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듯 하지만 그 강을 건너기는 너무 쉽다. 
 
감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봄이 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린다. 선거에는 천국과 지옥사이에 연옥이 없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린 이들도 감각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는 주기가 있다.

레테강앞에 놓인 이들은 먼저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정리하고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한다. 하지만 단절되어서는 안되는 자신들의 뒷배를 찾는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수순을 밟는다. 먼저 잊고 싶은 과거와의 청산으로 이름부터 바꾼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을 끌어들여서 새로운 가게를 열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가게에 얼마나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나래이터 모델들 뒤로 엄청난 사은품목을 쌓아놓는다. 그리고 손님을 불러모은다. 이미 많은 경험이 있는 손님들은 거들떠도 안보기 때문에 쇼킹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판이 깔리면 이제 선거에 들어간다.
 
진짜 그럴까? 한번 보자.

첫 단계 과거 부정하기. 한나라당이 15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자신들에 대한 지지율하락과 진보진영의 지지도상승으로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26살의 젊은 인재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영입하고 선거에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는 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민주통합당이지 통합민주당인지 헷갈린다. 이 재미있는 분들은 이름을 2000년에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을 고쳤다. 2007년 6월에는 중도통합민주당으로 바꾸었다가 8월에 민주당으로 바꾸었다. 2008년 2월에는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하여 통합민주당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민주당으로 다시 바꾸었다. 2011년 12월 16일에는 시민통합당, 한국노총과 합당하여 민주통합당이 새로 창당되면서 민주당은 해산하였다. 이 복잡한 과정안에서 통합민주당도 민주당으로 불렸고 민주통합당도 민주당으로 불리고 있다. 

다음 단계 인재구하기. 새로운 인재영입을 두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리고 어떤 인재를 발탁해서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보여줄지 고민한다.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요즘 대세인 서바이벌 오디션방식으로 택해서 2명의 청년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또한 안철수, 문재인 이라는 대선용 카드를 모색하면서 정권재창출의 의욕을 불사른다. 새루리당 역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총선출마를 포기하고 대권도전의사를 밝혔다.

다음 단계 정책홍보하기. 정당들은 너나 없이 엄청난 정책을 쏟아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기존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공약에 일자리, 주거 복지 등을 더해 '3+3'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국민행복국가'를 비전으로 5가지 부문(일자리, 교육비, 주거, 보육, 노후)의 대국민 약속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5가지 실천방안(평생맞춤형 복지실현, 안정적 일자리창출, 책임담세·공평과세 실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경제경쟁력 강화)을 규정했다.

새누리 당이 제시한 안에는 만 0~5세 전면 무상교육을 중심으로 고교 의무교육, 초·중·고교 무상 아침급식, 군 장병 월급 40만~50만 원으로 인상,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비정규직 임금 대폭 인상, 전월세 대출이자 경감, 카드수수료 일괄인하, 중소기업 취업예정 대학생 등록금 지원 등 깜짝 놀랄만한 정책이 들어있다.

자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을 들어보니 어떤 결론이 예상되는가? 4월 이후 우리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있다. 축하소주라도 한잔 하러 가야겠다. 과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새로운 정체성과 참신한 인물들 그리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저 많은 공약들을 보니 앞으로 우리의 4년이 기대가 막 되고 흥분되지 않는가? 그럼 2008년에는 어떠했나?

우리는 또 속고 있다. 세계경제는 좋아지는 신호가 별로 없다. 유럽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국경제가 특별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의 에너지와 자원에 대한 소비 증대는 지속될 것이고 이는 전세계적인 원자재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 인구가 많은 중국도 인력난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누구도 쉽게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가격이 떨어져도 사람들은 관망한다. 앞으로 더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원룸을 얻어서 사는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주택보급율은 실제보다 부족한 지경인데 재건축에 들어간 곳들까지 겹쳐서 전세값은 사상 최고치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국제적인 상황과 국내적인 상황속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쉽게 약속할 수 있나? ‘99%의 서민’들이 받게 될 저 혜택은 무슨 경비로 마련할 것인가? 민주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하려면 3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더 많은 일을 하는데 5조원정도의 재원마련안만을 만들어 놓았다. 과연 이들은 친서민으로 돌아서서 복지를 늘리면서 서민과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것이 부족해서 한국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싸늘한가? 임혁백교수님은 당명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반영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명으로는 압권이다. 열려있지 않은 정당이 어디 있으며 그렇게 대놓고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는 정당이 어디있나? “우리편 여기붙어라”는 초등학교에서 놀 때 쓰던 것이다. 한나라 만들지 말자는 국가도 있나? 한나라당원이 아니면 분단된 두 개의 국가를 유지하자는 사람인가? 그래서 바꾸었다. 새누리로. 특정교회를 연상시키는 이 이름에는 ‘누리’라는 우리말이 들어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누리가 ‘세상’을 의미하기도 하고 ‘메뚜기’를 의미하기도 하며 ‘우박’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나와있다. 합리적인 유추상 ‘새 메뚜기당’ 이나 ‘새 우박당’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런 뜻이라면 그 재기 발랄함은 칭찬받을 수 있다. “우리는 메뚜기와 같아서 한 번에 확 쓸려갔다 다시 한번에 확 쓸려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명을 메뚜기라고 지을 생각입니다.” 아니면 “우박처럼 변화무쌍함을 추구합니다. 우리를 뽑아 주시면 아마 깜짝 놀랄 것입니다.” 뭐 이런 신선함이 그래도 몇 일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가 ‘새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종교적 냄새가 더 강해진다. 이해는 된다. 새로움을 찾아 보수적 가치에 대한 식상함을 덜어주고 싶을 테니까. 그런데 무엇을 추구하는 새세상인가? 그냥 새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겠나? 이제는 ‘민주당’어디에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게 된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새천년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고 통합도 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자주 당명이 바뀌온 것이나 민주당에서 나온 열린 우리당이 집권당 초유의 ‘4년 천하’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서는 ‘새천년’이나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당명을 민주주의로 통합하겠다는 것으로 보아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지금 민주주의 안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통합하지 말자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작 비슷한 이념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진보와 보수라고 하면서 거리를 두고 ‘우리’와 ‘그들’을 구분한다. 아무리 봐도 모두 복지주의자들인데. 엄청 놀라운 “99%서민”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면서 99%의 사람들이 복지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처럼 만들어 놓고는 이들 정당들은 누가 더 많이 줄 수 있는가의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콘서트 버전으로 하면 “누굴 거지로 아나?” 

2008년 선거에서는 달랐나? 그때는 기대가 별로 없었나? 그럼 2004년 선거는 어떠했나? 2007년 대선을 어땠나? 경제대통령을 뽑았고 그래서 한국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때의 기억이 자꾸 잊혀지는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보고서형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보고서형 인간은 ‘소설형’인간과 대비된다. ‘보고서형 인간’은 간결하게 세상을 보고 다음 보고서로 넘어가는 인간을 의미한다. 산적한 보고서의 중심만을 간단히 보아 넘겨버리고 다음 보고서로 향하는 인간이 ‘보고서형 인간’이다. 다음 시간은 ‘보고서형 인간’과 ‘소설형 인간’그리고 ‘문자메시지형 인간’을 통해서 왜 정치에 대해 주기적으로 낙관과 실망을 반복하는지를 설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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