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동산의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성립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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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동산의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성립여부
  • 법률저널
  • 승인 2011.12.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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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1.1.20.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도시바 운전기 1대 및 현상기, 소부기, 판꺽기(이하 ‘인쇄기’라 한다)를 소유하고 있었고 위 인쇄기를 공소외 2 운영의 인쇄업체에 보관하여 두고 있었다.
피고인은 2005.4.1.경 위 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위 인쇄기를 1억3,500만원에 양도하고 2005.4.30.경 1차 계약금으로 17,026,007원 상당의 원단, 2005.6.2.경 2차 계약금 명목으로 14,313,215원 상당의 원단을 각 지급받는 한편 2005.6.28.경 위 인쇄기를 인도하여 주기로 약정하였고, 2005.7.8.경 중도금 명목으로 12,270,860원 상당의 원단까지 지급받았으므로 위 약정에 따라 피해자에게 위 인쇄기를 인도하여 주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사업자금이 필요하자 위 공소외 2에게 위 인쇄기를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위 공소외 2도 피고인의 제안에 동의하여 대금 8,000만 원에 위 인쇄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피고인의 위 공소외 2에 대한 기존 채무 8,400만원을 매매대금으로 갈음하기로 하여 2005.12.20.경 위 회사에서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위 공소외 2에게 위 인쇄기를 양도함으로써 8,4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1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증인 공소외 2, 1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공소외 2, 공소외 1 대질부분 포함), 매매계약서, 양도확인서, 판결문(수사기록 149쪽)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5.4.1.경 이 사건 인쇄기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1억3,500만원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대금의 지급과 인쇄기의 인도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약정한 사실, 그런데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로부터 계약금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2005.6.28.경까지 인쇄기를 미리 피해자에게 인도해 주겠다고 말한 사실, 이에 피해자가 2005.7.경초부터 피고인에게 인쇄기의 선인도를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마음을 바꾸어 잔금을 지급받기 전에는 인쇄기를 인도하여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인쇄기의 인도를 거절하고 있었던 사실, 위와 같은 분쟁 중에 피고인은 2005.7.8.경 피해자로부터 중도금 일부를 받았으나 피해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인쇄기의 선인도를 계속 주장하자, 2005.7.12.경 공소외 2와 사이에 인쇄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단, 매매계약서는 2005.12.20. 작성함) 만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인쇄기의 매매잔금을 지급하면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인쇄기를 돌려주기로 약정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2) 배임의 고의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인쇄기를 2005.6.28.경 미리 인도하여 주겠다고 한 사실은 있으나, 위와 같은 약속은 당시 피고인이 잔금 약 9,00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담보도 확보하지 아니한 채 인쇄기의 인도와 잔금지급의 동시이행을 포기하고 미리 인쇄기를 인도해 주겠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그와 같은 약속을 할 만한 특별한 이익 내지 사정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하여 호의적으로 한 말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인쇄기를 선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후 피고인이 인쇄기를 공소외 2에게 이중으로 매도하였더라도 이는 피해자와의 인쇄기 인도시기 등에 대한 분쟁으로 인하여 매매잔금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제조건부로 매도한 것인바,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으면 언제든지 공소외 2로부터 인쇄기를 돌려받아 피해자에게 인도하여 줄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공소외 2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만 가지고 바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반하는 공소외 1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항소심(원심)의 판단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의 관리 ·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이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의 경우 예컨대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 따위를 말하고,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함에 불과한 경우에는 본인의 사무로 인정될지언정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3.2.8.선고 81도3137 판결, 1999.9.17.선고 97도321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먼저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동산인 이 사건 인쇄기를 양수인(공소외 1)에게 인도하여 줄 양도인(피고인)의 의무는 양도계약에 따른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인쇄기의 양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

2. 쟁 점

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중도금까지 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동산을 인도하여 줄 의무가 매매계약에 따른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한지 아니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3. 재판이유 정리 (다수의견 : 대법관 7인 의견)

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7.4.28.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2.26.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나.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라. [다수의견의 보충의견 1]

(1)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2)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하나,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하며,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3)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마. [다수의견의 보충의견 2]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다.

4. 반대의견 정리 (소수의견 : 대법관 5인 의견)

가.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하며,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다. [반대의견의 보충의견]

(1)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으며,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3)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고,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다.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4)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하며,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즉,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한다.
 
5. 검 토

매도인이 동산을 매수인에게 매도한 후 점유개정의 방법(민법 제189조)으로 동산을 계속 점유하던 중에 이를 다시 제2매수인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서 매도한 것이므로 횡령죄에 해당되고, 만일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제3자가 점유하고 있는 동산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도함으로써 인도를 한 경우(민법 제190조)에도 소유자는 매수인이 되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역시 보관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매도인이 이를 다시 제2 매수인에게 매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사이에 대금을 받고 동산을 인도하는 전형적인 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대금 지급과 인도가 동시에 이행되지 않고 특히 중도금까지 지급되는 단계가 있는 상당히 고가의 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부동산과 같은 이중매도의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고 그에 대한 배임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동산 매도인은 부동산 매도인과 달리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입장이고, 반대의견은 동산을 부동산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중도금까지 수령한 단계에서 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는 동산 매매와 달리 부동산등기절차라는 고유한 특성에 따라 그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도금지급 절차까지 있는 등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동산이 상당히 고가인 경우에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법의 보호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하겠으므로 중도금지급 등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지난 때에는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매수인의 매도인에 대한 신뢰확보와 거래질서유지를 위해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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