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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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경쟁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1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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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변호사·에쓰오일 법무총괄 상무

우리 법조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시험에도 익숙하다. 고시, 로스쿨 입학시험, 변호사시 등 끊임없이 시험을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험 결과 즉, 자기 등수가 몇 등인지를 항상 의식하게 된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등수가 좋아야 합격선에 들 수 있고 판, 검사로 임용될 수도 있고 심지어 좋은 임지에 발령도 받고 혹은 좋은 로펌, 직장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다소 변수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그렇다는데 동의하실 거다). 평면적이고 수치적인 비교는 학교, 연수원을 마친 후에도 계속된다. 몇 학년 때 고시에 붙었는지, 몇 등으로 합격하고, 수료했는지, 심지어 취업을 한 후에도 일거리가 많은지(혹은 billable hour가 얼마나 되는지), 누가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지, 월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누가 제일 먼저 승진을 하는지 등등. 그렇게 비교에서 앞서기 위해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를 주어진 환경에서의 객체로만 두고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적당한 경쟁심은 스스로를 자극하여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심은 상대적 열등감과 좌절감을 불러와서 자기 발전의 동력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히, 평면적이고 수치적인 비교에 매몰된 방향으로 경쟁심이 작용하면 오히려 자기 스스로의 장점을 간과하거나 자기 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험성적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것이 실제로 취업 등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거기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시험성적이 곧바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해결 상황은, 어떤 정형화된 패턴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들의 이해관계와 행태, 정서 등이 버무려진 살아있는 상황이고 시험지 위에 정리된 정적인 상태도 아니고 외부의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역량은 사안의 본질을 간파하는 통찰력, 숨겨진 의도나 마음을 읽어 내거나 설득해내는 공감능력, 대화능력과 리더십, 신선한 아이디어와 개방적 태도 등이다. 사실 그 역량들은 어쩌면 시험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평소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본다거나 다양한 독서와 인문학적 소양을 쌓음으로써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험 성적이 좋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성실성을 담보하기는 하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역량을 다 담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하느라 공부를 열심히 못해서 시험성적이 나쁜 경우를 보자. 연애라는 것도 사람을 알아나가고 그 관계를 관리(management)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깊이 파악해 나가고 서로 시너지도 내 보다가 혹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면서 내가 어떠한 사람이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터득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연애를 하느라 공부를 못했다는 것도 길게 보면 자신에게 자양분이 되는 것이므로 그로 인해 성적이 나쁘다는 수치적 결과만으로 자신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자기가 속한 조직이 힘이 없어서, 때로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서, 때로는 자기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서 별 역할을 못하고 지내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 그 순간에 자신의 역할의 정도나 실적으로만 평가가 이루어지면 박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그 결과에 집착하고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역량이 형편없어서라기보다 외부적 여건, 상사와의 불화 혹은 어떤 이유로 인해 자신의 진정한 역량을 발휘할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도 아니면, 그때는 비록 뛰어난 역량을 가지지 않았지만 바로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관리(manage)하느냐에 따라 그 과정을 겪으면서 역량이 월등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어려운 시기를 어떤 태도로 이겨낼 것이냐, 어떻게 그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자신을 단련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기야말로 내가 한 단계 성숙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비록 법률지식의 습득이나 업무경험 측면에서는 다소 지체가 있었을 수 있지만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상당한 맷집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 자기 가치관, 자기 진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 생산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진정한 경쟁은 그 경쟁이 어떤 분야에서의 경쟁이든, 자기 자신의 역량에 대한 도전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비록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그때그때의 수치적 비교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결국은 종합적인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일 지금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다면 그 어려움조차도 결국은 자기 역량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그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정면으로 받아들이자. 내 인생의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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