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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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11.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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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자세로 답안을 만들자.

신희섭 베리타스

11월이 되어 답안을 구성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수험생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번 시간과 다음시간에는 답안을 만드는 문제에 관한 조언을 좀 할까 한다. 이 글은 법률저널 60회에 시작해서 66회까지 실렸던 답안에 관한 레시피 중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답안을 만들 때 건축가의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건축가의 자세를 갖추라는 것은 답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토대부터 답안 전체의 얼개들을 구성하고 그리고 거기에 세부적인 기둥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치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답안을 쓸 때 건축가가 아닌 반대편에는 벽돌공의 자세가 있습니다. 벽돌공은 주어진 토대위에 그저 벽돌을 쌓아올립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우리가 사회과학분야에 속해 있는 정치학과 국제정치학 관련 책이나 논문과 같은 글을 읽을 때 우리는 그 글이 주는 정보들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읽습니다. 거기서 제시한 이론이나 개념이나 그것을 부연하는 설명들 그리고 구체화를 위한 역사적인 사례나 데이터들을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 곳에 밑줄을 긋고 시험장에서의 기억을 위해서 암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그 세부적인 정보 하나 하나를 알려주고 그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글을 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학을 공부할 때 많이 보는 책중에 최장집 교수님이 쓰신『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다양한 요소들이 구체적인 데이터와 그래프 등으로 잘 정리되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와 데이터는 최장집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은 아닙니다.

최장집 교수님의 이 책은 “한국민주주의가 민주화이후에 발전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민주화 이후에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보다는 퇴보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이 어떻게 퇴보했는지를 두 가지 방식을 들어서 설명합니다. 하나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조건이고 하나는 한국 정치의 구체적인 행위자 접근입니다. 다시 구조적 조건은 책의 2부를 구성하면서 2장, 3장, 4장을 구성하였고 3부에서는 행위자 수준으로 하여 5장 ,6장, 7장을 구성하였습니다. 다시 2장에서는 한국의 ‘냉전반공주의와 조숙한 민주주의’라고 하여 국가 형성기의 문제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3장은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제목으로 60년대 이후 산업화의 조건과 그로 인해 태생한 운동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4장은 ‘민주화 이행의 보수적 종결과 지역정당체계’인데 여기서는 1987년 민주화과정 자체가 가지는 비민주적 성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조적 조건들이 한국정치의 민주화에 걸림돌이 되는 점을 설명하면서 그렇다면 행위자들에 의해서 이런 조건은 변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3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3부는 국가(5장)라는 행위자와 시장(6장)이라는 주체와 시민사회(7장)라는 행위자들을 분석하면서 이들 역시도 한국 민주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각 행위자들이 처한 조건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당정치가 국가의 지도자를 이끌어 나가면서 시장의 자기 파괴적인 속성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민사회간의 진보와 보수적 대립에서 보수적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장악은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장집 교수님은 정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계십니다.

다시 우리 답안을 만드는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답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벽돌공이 돼서는 안되고 건축가가 되자는 것은 최장집 선생님 책의 예에서처럼 우리가 무엇인가 질문이 생겼고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하다면 우리는 답을 정하고(“그렇다 혹은 아니다”라는 답이거나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든가 하는 답으로 위의 최장집 선생님의 질문 “한국민주주의가 민주화이후에 발전했는가?”에 대한 “그렇지 않다”고 답변이 예) 그 답이 왜 그런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논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 (위의 최장집 선생님의 책에서는 구조와 행위자의 동시고려를 통해서 구조적 제약이 강한 부분과 행위자들의 개선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구조-행위자 동시 분석 방법론) 이에 대한 확고한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증거들(지표와 데이터 그리고 실제 현실 사례)을 서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축가가 되어서 글의 전체적인 모습(질문에 대한 답의 방향)을 정하고 답안이라는 건축물을 어떤 방식으로 올릴 것인지(방법론과 논리적인 틀)를 정하고 세부적인 기둥들을 구성(로마자 목차와 아라비아 숫자의 목차)한 뒤 그 안에 세부적인 벽돌들을 올리고 치장(구체적인 개념이나 이론가와 이론 그리고 그 이론이 나온 책이나 논문의 출처와 이론이 나온 연도와 역사적 사례나 현실 사례 혹은 중요한 데이터들)할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벽돌공의 자세로 답안을 구성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인 이론과 사례들을 너무 소중하게 여겨 그것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입니다. 우선 질문을 보고 먼저 답안에 쓸 것을 떠올린 뒤에 그것을 특별한 서술방식을 정하지 않고 설계도 없이 글의 순서를 배열하면서 글의 부피조절을 하지 않고 기억과 암기된 방식을 따라서 서술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질문에 잘 맞는 답이 되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좋은 답이 안 되겠죠. 하지만 그것이 잘 만들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없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나서 점수를 운에 맡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건축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답안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까요? 먼저 우리는 건축가의 마인드를 가지기 위해서 건축가의 마인드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를 배워야 합니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 요리학원을 다니거나 요리사들의 비법을 전수받는 것처럼 우리도 글을 잘 만들기 위해서 글을 잘 만드는 글쓰기 분야의 전문 건축가들에게서 그들의 비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런 배움과 훈련의 최고 좋은 방법은 주장을 담고 있는 책 한권 한권을 읽으면서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어떤 틀과 방법론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토대를 형성했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를 어떻게 정교화 했는가를 골라내는 방법입니다. 실제 대학원의 세미나 수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수험생들에게는 그럴 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런 훈련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것이 20에서 30페이지 정도 되는 논문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고 글의 구성방식을 배우는 것입니다. 또 실제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문제에 대한 해설로 만들어진 예시답안 등을 보면서 구성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험생은 그렇게 읽어가면서 자신의 설명방식 즉 건축도면 설계방식을 연습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습해서 고쳐가는 것이 수험생이 두 번째 해야 할 일입니다.

다음시간에는 답안 구성과 관련된 다른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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