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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윤리시험서 커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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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윤리시험서 커닝이라니
  • 법률저널
  • 승인 2003.02.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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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가 올해부터 처음 실시된 변호사 윤리시험 채점 결과 지난 2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등록을 앞둔 연수생 가운데 50여명이 집단적으로 '커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혀 변호사업계 전반의 '도덕불감증'이 다시금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커닝 사태의 경우 다른 시험도 아닌 윤리의식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그것도 이제막 사법연수원 교육을 끝내고 정식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예비변호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윤리시험은 논술식 10개 문항으로, 의뢰인과의 관계나 사건수임 등 변호사 윤리 전반에 관한 사례를 제시한 뒤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해석하는 논술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시험방식이 한 곳에 모여서 보는 게 아니라 문제지를 집에 갖고 가 법전 등을 참조해 자신의 견해를 적어 내는 '오픈 북' 방식으로 치러지면서 시험이라기보다는 집에서 해오는 리포트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한 사람이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한 뒤 복사해 연수원 동기들끼리 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예비 변호사들은 베껴 낸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컴퓨터 한글파일에서 글씨체만 바꿔 답안지를 제출하기도 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이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가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써 변호사들이 수임경쟁의 대열로 내몰리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더욱이 변호사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재조에서 맡았던 사건을 개업후 수임하다 징계를 당하는 사례가 생겨날 만큼 직업적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욕심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헛된 욕심일 수도 있지만 변호사 비리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건 의뢰인에게 손해를 주고 나아가 사법적 정의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변호사 윤리시험은 그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은 법조인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변호사로 전직(轉職)할 수 있어 윤리의식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자 변협이 지난해 말 도입했다. 변협에 변호사 등록신청과 함께 윤리시험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며, 윤리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을 받아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변호사 윤리시험 의무규정이 시작부터 시행착오를 빚은 것은 막상 윤리시험을 봐야할 주된 당사자인 사법연수원 수료생은 시험을 의무화한 변호사 윤리교육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변협은 서둘러 윤리지침을 만들다 보니 미처 법적 허점을 예상치 못했고 윤리시험 합격자에 한해 변호사 등록을 허가하려 했으나 일부에서 관련법규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연말쯤 변호사법을 개정해 윤리시험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서는 시험점수로 윤리의식에 대한 합격·불합격 여부를 판단한다는 발상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고도의 윤리의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윤리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변호사들에게 법조인이 갖춰야 할 윤리를 교육시킬 목적이라면 입법을 통해서도 보완될 수 있겠으나 시험보다는 연수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는 편이 더 합당하다는 여론에도 변협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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