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폭력, 근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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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폭력, 근절하라
  • 김현
  • 승인 2011.11.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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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하여 여야는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사진행을 물리력으로 저지하여 외교통상위원회 의결이 좌절되었고 정기국회에서 추진되어야 할 법안들이 발이 묶였다. 9월 정기국회 추진 법안으로 거론됐던 미디어렙법 등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머와 전기톱, 물대포가 난무했던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 때와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졌었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되면서, 여야가 적극 추진했던 국회폭력방지법은 이미 추동력을 잃었다. 국정통제의 장이자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법을 무시하는 심각한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54조, 제109조는 국회에서의 의사결정방식으로 민주적인 다수결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의사 결정방식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면서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법치주의 파괴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결의 원리에는 소수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다수의 의사로 소수 의사를 무시하거나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제한원리이다. 한편 충분한 토론을 통해 소수자의 의사를 들어주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다수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행사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다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국회 내에서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결과가 된다.


지난해 연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폭력사태가 불거진 이후, 여야 국회의원 46명은 의원직을 걸고 국회 몸싸움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국회에서의 물리적인 강행처리나 물리력을 동원한 의사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며, 이를 어길 경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국회 폭력사태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국회 폭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법치주의가 퇴보하여서는 안된다고 뜻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폭력 국회의 오명이 재연되고 있다. 국회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리다 보니, 시위대까지 국회를 만만하게 보고 국회의 담을 넘는 것이다.


국회 폭력사태, 이대로는 안된다. 국회 폭력은 법이 물리력 앞에 무릎 꿇는 것이고, 다수결의 원칙이 소수의 독단 앞에 좌절됨을 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사람이나 폭력이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법치국가이며, 모든 공적 활동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국회는 폭력이 아닌 대화와 토론과 협상을 통해 성숙한 의회민주주의, 수준 높은 정당정치, 고양된 법치주의를 구현해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국회 폭력 추방을 위해 금배지를 걸었던 의원들은 국회에서의 폭력을 추방하려는 각오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해머와 전기톱을 사용해 출입문을 부수고 명패를 집어던지고 신문지로 CCTV를 덮는 폭력을 자행하여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하여 법을 만들고 중요 현안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선거 제도 자체가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기에, 다수결의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자 민주주의의 꽃이다. 만일 선거나 투표에서 패배한 소수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회와 국가의 발전과 성숙은 궤를 같이 하는데, 폭력행사를 통한 억지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 기반한 다수결 원칙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서만 민주주의 고도화와 국가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국회의 폭력사태를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지금, 국회의원들의 획기적인 자세 전환이 없으면 국회와 정당제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국회의원 스스로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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