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채용 변화 점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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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채용 변화 점진적으로
  • 이상연
  • 승인 2003.02.13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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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행 행정고시를 중심으로 한 공직채용 인원의 절반 혹은 70% 정도를 인턴수습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규모면에서는 너무 당황스럽기 이를 데 없다.
 
지금까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획일적 잣대로 무더기 선발해 각 부처에 성적순으로 배치하는 고시제도를 폐지하고 창의성과 경험, 전문성 등에 토대를 둔 공직채용 방식으로 일대 전환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일찍이 법률저널도 본란을 통해 21C 개방화·지식정보화사회에 적합한 우수인력을 공직에 적극 유치해 정부부분의 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행시 등 국가고시제도의 개편을 꾸준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각 사회·경제적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접목(fusion)과 수렴화(convergence)가 급속히 진전되는 21세기에는 국가정책을 맡는 사람들도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사회적 경험을 겸비해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사회 변화 속도에 비춰볼 때 공직채용 방식 다양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암기위주 시험을 일회성으로 통과한 사람이 이러한 시대 수요 변화에 제대로 부응할 수 없게 돼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실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직을 수행하다보면 전체 공직 사회의 경쟁력도 약화될 여지도 충분하다. 따라서 거대한 변화의 조류(trend)에 부응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는 2004년부터 공직적성테스트(PSAT)를 점진적으로 도입키로 하는 등 여러 개선안들이 그 시행 직전에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PSAT는 관리자로서 필요한 기본적 지식, 소양, 자질 등 공직자로서의 적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현행 고시에서의 정적(靜的) 지식인 암기식 지식 평가에서 탈피해 공직적격성과 동적(動的) 지식 측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수위가 고시채용 방식을 개편하겠다고 나서자 수험생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수험생 절대다수가 인수위의 공직채용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공직채용 방식을 그냥 '바꾸겠다' '뜯어 고치겠다'는 혁파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 그것은 인수위의 전시적인 일방통행일 뿐이다. 국가의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에 그칠 수 있다.
 
공직채용 변화는 그것이 미치는 파장은 막대하다. 따라서 그것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이해관계자의 여론도 마땅히 반영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단지 검토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면 여론에 귀 기울이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이 더더욱 절실하다. 정부 부문에서도 기업과 같이 열린 채용 방식이 도입된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현행 고시제의 단편적인 지식위주의 시험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PSAT로 대체되고, 면접도 대폭 개선해 종합적인 사고·판단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한편, 고시제로 충원하기 어려운 과학기술 인력 채용을 위해 개방형 임용제나 인턴제, 시간제 등 다양한 채용 방식을 활용하면서 고시와 개방형 임용제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공직채용 방식 다양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가고 있지만 어느 한쪽을 폐지하는 등 극단적인 해결책은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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