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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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10.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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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빅뱅, 시민사회의 역사적과제

신희섭 베리타스

2011년 10월 26일은 한국정치에 어떤 의미로 기록될 것인가? 서울시장보궐선거가 끝이 났다. 그리고 결과는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후보가 정당정치인인 나경원 후보를 53.5% 대 46.2%의 표 차이로 승리했다. 박원순 당선인은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라는 말로 선거 승리소감을 전했다. 나경원 후보는 시민들의 선택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당선축하를 전했다.

선거의 결과와 관련해 간단한 의미를 먼저 이야기 하고 이야기 뒤편의 숨겨진 다소 복잡한 이야기를 하겠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부터 하자. 시민후보가 정당에 영입되지 않고 독자 출마를 해서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는 점은 한국시민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에 있어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동안 선거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했던 것이나 광장의 정치와 인터넷정치를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던 방식이 아닌 적극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시민사회이론가인 필립 슈미터는 ‘비찬탈성(non-usurpation)’이라는 개념으로 시민사회가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시민사회의 특징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서구의 시민사회의 이상적인 형태일 뿐이다. 한국의 시민사회 중에서 정치운동조직은 아니 좀 더 좁혀서 시민후보가 권력을 장악했다. 물론 순수한 형태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은 여전히 권력견제에 목표를 두고 있어서 시민사회의 양분(정치운동조직과 시민운동조직)이 뚜렷하게 되었다.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정치운동조직과 시민운동가들에게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희망을 한껏 높일 것이다.

두 번째는 투표율이 생각보다 높게나왔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48.6%로 나타났다. 6시 이전에 40%를 넘지 못하던 투표율이 6시 퇴근 시간이후 8.7%이상 증대했고 이것이 결국은 결과를 갈랐다. 투표율의 막판 상승은 30대와 40대의 투표가 박원순 후보에게 쏠렸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SNS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투표독려를 위한 인증 샷들은 투표를 망설이던 이들은 투표장으로 모았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시민후보에게 더 표가 쏠리게 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전시간에 투표를 한 사람들이 대체로 한나라당지지가 높았다는 점과 대비할 때 결과는 결국 막판에 결정된 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젊은 사람들의 선거행태가 선거에 있어서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막판까지 고민한다는 것은 젊은 층의 투표선호와 지지자 선호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즉 언제든지 표를 버릴 수도 있지만 또 관심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게 말하면 민심을 이루는 이들의 지지가 이번 서울시장선거의 당선을 결정했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선거결과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먼저 젊은 층의 투표가 기대이상으로 나왔다는 점이 첫 번째이고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면 전구에서 박원순 후보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즉 세대투표와 함께 계층투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의미부연을 하자면 투표에 있어서 세대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것과 지역별 차이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것은 2000년대 이후 한국정치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젊은 층이 투표를 많이 했으며 박원순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는지와 왜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지역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대투표와 계층투표를 가져온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정치에 대한 불만이다. 기득권을 가진 부자중심의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경제적 불만이 세대와 계층에 걸쳐서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반 MB정서로 불리는 현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시민사회후보에 대한 도덕적검증논의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만큼 불만이 깊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불만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겹치면서 불만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최근 ‘나는 꼼수다’에 열광하는 것이나 무상급식논의와 안철수와 박원순현상은 한국인들의 정치관심이 눈에 띄게 증대했음을 보여준다. 취업과 물가상승과 무시무시한 등록금에 대한 경제적 불만은 사회적 불만으로 나타났고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능력이 사람들의 눈에 더욱 확연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경원 후보는 이러한 조건에서 나름의 선전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이제 이야기의 숨겨져 있는 뒤편을 보자. 이번 선거는 정치권의 빅뱅을 가져올 것이다. 간단히 ‘시민사회 vs. 제도정치’의 도식이 눈에 들어왔다. 유권자와 시민운동가들 모두에게. 전통야당을 자처한 민주당은 시민운동가에게 후보선정부터 패배했다. 서울시장 권력을 한나라당은 조직력이 부족한 시민운동가에게 빼앗겼다. 민주당은 엄청난 내홍에 빠질 것이고 한나라당도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 사람들의 분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견제부족의 문제로 비판받아오던 정치사회는 새로운 세상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운동가들 혹은 인터넷 명망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은 선거정치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의 심판론을 들고 나와서 자신들이 유권자를 대변한다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막판의 지지호소로 박근혜 의원을 누른 안철수 교수의 내년 대선 출마여부가 이제 실제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 선거로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아성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무되었는가! 이제 1년 남은 기간이면 시민사회는 최고의 권력을 가질 수도 있을 듯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는 시민사회에 대한 “기대가 작동한 면”에서 ‘전망적투표(prospect voting)’의 양태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작동한 면”에서 ‘회고적투표(retrospective voting)’의 양태도 강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대 반 실망반’이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이다. 무엇이 더 강했는가? 젊은 층의 후반 투표와 지역별 투표율차이를 볼 때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강력한 증거가 있다. 51.2%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박원순이든 나경원이든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도 싫지만 박원순 후보도 싫다는 것이다.

‘기대반 실망반’의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먼저 시민후보가 실망과 반대로 인해서 표를 얻었다는 것은 제도권정치가 다시 정상화되면 언제든지 표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성정치인에 대한 실망에 더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시민운동가들이나 시민명망가들의 도덕성이 다시 문제가 된다면 지지는 철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를 위해 모인 지지자들의 충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운동가들은 누구를 더 강력한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하는가?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명망가들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대를 가진 이들은 그저 반대만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다.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고쳐주길 원한다. 따라서 이들은 시민명망가들의 높은 도덕성과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대의 멘토(mentor)이다. 교육시스템이 붕괴되고 사회는 복잡해졌다. 이런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멘토가 되었다. 시민들이 표를 던질 때 시민들은 자신의 멘토가 되어달라고 표를 던진 것이다.

멘토를 원하는 사회에 대해 시민운동가들과 명망가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관리능력이다.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들 자체의 도덕성을 넘어서는 조직장악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들의 영향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인을 넘어서는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시민운동가들에게 던져진 딜레마가 될 것이다. 한국시민사회가 주기적으로 폭발한 뒤에 다시 시민의 생활공간인 자기 자리로 돌아간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진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빅뱅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정치, 연대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이 빅뱅이 이어지기 위해서 멘토들의 높은 도덕성과 조직적 리더십을 기대하면서 시민들이 투표함에 표를 던졌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권력정치’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불만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멘토들이 명심한다면 이번 선거승리는 한국정치에서 더 의미있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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