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법, 양승태 대법원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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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법, 양승태 대법원장에 거는 기대
  • 성낙인
  • 승인 2011.10.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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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사법부의 두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6년마다 교체된다. 6년의 이용훈 대법원장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9월 26일에 취임했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맞물려 자칫 사법수장의 공석상태가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결단에 따라 무사히 국회를 통과하였다. 민주화 이후에 정권교체나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윤관, 최종영, 이용훈으로 이어지는 대법원장의 안정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회의 성숙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더 나아가서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제청권이 편파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증빙하기도 한다. 이제 막 업무를 개시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는 무거운 짐이 부과되어 있다.


첫째, 법조인력 충원이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2017년에는 고등고시 사법과에 이어 사법시험으로 연결된 법조인 배출제도가 종언을 고한다. 대신 내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로운 자원이 이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새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향후 법조인 충원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졸업생들을 로클럭으로 법원에 임용할 것인지, 임용한다면 언제 어떻게 임용하며 그 역할과 기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본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우수한 로스쿨생들은 대형 로펌으로 내닫는다. 이 모든 책임은 대법원과 법무부에 귀착된다. 이는 단순히 법조인력 충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 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둘째, 법원검찰을 포함한 법조 전체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직시해야 한다. 법관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 임명된 권력이다. 그만큼 국민의 뜻과 관계없는 이들이 3권의 한 부를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 살아 있는 감시의 틀 속에 있는 국회나 정부와는 달리 유아독존으로 내비칠 소지가 많다. 실제로 최근 법관들의 일탈된 행동이나 판결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깊어 간다. 국민의 생명.재산.자유와 권리의 최종.최후의 수호자인 법관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 이 때의 양심은 개인의 주관적 양심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에 투철해야 한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무엇이 이 시대의 법관이 가져야 할 윤리적.도덕적 책무인가를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이 문제는 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법원의 큰 어른으로서 법관의 바람직한 재판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조타하는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장은 단순히 대법관에서 승진한 자리가 아니라 사법부를 책임지는 막중한 위치에 걸맞는 행동과 양식이 필요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자신은 보수와 진보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 보수 진보라는 일원적인 편 가름이 아니라 법관은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시대의 등불이어야 한다.


셋째, 사법도 서비스여야 한다. 사법은 입법부의 법제정에 집행부의 법집행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제어하는 법선언적 작용에 터 잡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행정의 투명성이 제고되면서 관청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법원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가장 불친절하다는 점에서도 우등 감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법원에 갈 일이 없다. 무엇인가 불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만이 법원을 찾는다. 어렵게 하소연하고 싶은데 정작 법원은 싸늘하기 그지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또한 일반 국민들도 법원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잘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국민의 사법참여가 형사재판에서 활성화되면서 법원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동한다. 더 나아가 재판의 공정성과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신속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의 개혁도 필요하다.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논리만으로는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법관의 법관에 의한 법관을 위한 사법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열린 사법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으로 승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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