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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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09.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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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깔의 풍경화 : 위협, 이익, 도덕의 정치

신희섭 베리타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칼럼을 한 주 쉰 동안 정말이지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가서 이것을 과연 한주라고 믿을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지난 주에 칼럼을 썼다면 오세훈 현 시장으로 기록했을)은 무상급식의 주민투표에 자신의 대선불출마와 함께 서울시장직을 걸었다. 김정일은 불편하다고 전해지는 몸을 이끌고 극비리에 러시아를 방문하였고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협력을 이야기 하였다. 내년에 김일성 탄생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강성대국원년으로 삼은 김정일은 러시아를 상대로 해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미국과의 안보문제에 대한 대화를 확장하기 위해 모험적인 외교를 시도하였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에 저항하는 반군들이 트리폴리를 점령하고 카다피의 아들들을 생포하였다. 카다피는 비밀리에 트리폴리를 빠져나가 친위 세력을 지휘하며 목숨을 건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민주당정부는 노다 총리로 정부의 지도자를 바꿨고 강력한 우파적 지도력을 보일 것으로 예견된다.

서울시장직을 건 오세훈전 시장의 도박은 결국 개함요건인 33%를 넘기지 못하고 25.7%의 투표율로 끝이 났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문제에 대한 찬반투표도 아닌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놓고 주민투표에 부친 것부터 해서 이 게임은 정상적인 경로를 벋어났다. 주민투표문제에 차기 대선출마를 연계하고 투표직전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읍소를 하면서 주민투표에 대한 게임은 누군가는 피해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비겁자게임(chicken game)이 되어버렸다. 미국에서 담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서로 자동차를 마주보고 달려서 먼저 핸들을 트는 사람이 담력이 약한 비겁자가 되고 끝까지 물러나지 않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이 게임은 반드시 누군가는 ‘닭’이 되어 물러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오세훈시장은 이 게임에서 ‘닭’이 되어버렸다.

김정일은 어떤가? 김정일은 3년 전 건강문제로 몇 개월간 거동을 못했다. 항간에 죽었다는 설까지 돌았고 김정일이 TV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너무 수척해진 모습에서 그가 살아 났지만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장남에게 자신의 재산과 지위를 넘겨주는 동양의 오랜 관습을 깨고 세 번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옹립하면서 3대 세습이라는 왕조시대에 볼 수 있었던 정치를 21세기에 구사하며 역사를 과거로 되돌렸다. 그들이 봉건적이라고 비난하는 이씨조선을 단지 성씨를 김씨로 바꾸어 100년을 이어가는 거대한 역사적 후퇴를 하고 내년에는 이를 축하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은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방러 한지 9년이 지나서 극비리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한 것 역시 그런 점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북한입장에서 부족한 에너지와 자원을 얻으면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한다. 황금평에 대한 임대를 정점으로 중국의 속령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의 지나친 의존을 러시아를 끌어 들여서 북한식 ‘연성균형정책(soft-balancing: 군사동맹이라는 경성균형화 대신에 경제교류나 정치적 약속을 통해서 균형을 꾀하는 정책)’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여 러시아의 극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면서 핵 협력논의로 미국에 대해서도 안보 영역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북한식 ‘이이제이’전략은 중국이라는 오랑캐와 미국이라는 오랑캐를 러시아라는 오랑캐를 끌어들여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아버지인 김일성이 60년대 관계가 나빠진 소련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보였던 등거리 외교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은 과연 북한이 러시아에 무엇을 양보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 도박은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역시 궁금하다.

위험 천만한 선택은 다시 국내로 이어졌다. 서울시의 주민투표이후에 곽노현 교육감이 교육감 단일화를 조건으로 하여 박명기 교수에게 금전을 지불한 것이 드러났다. 2억이라는 돈을 단일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이후 선의로 전달했다면서 법정공방으로 가고 있다. 투표가 끝난 시점에서 발표된 이 문제는 돈을 건네받은 사람들의 주장이 서로 다르고 과연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출처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돈이 전달되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시장 vs. 교육감의 무상급식라운드에서 '오세훈 vs. 곽노현'이라는 대립축에서 한 사람은 사퇴하고 한사람은 사퇴의 압력을 받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덕적인 문제와 법적인 문제로 사퇴의 압력이 강해지면 비겁자 게임에서 특이하게도 승자가 없게 될 수도 있다. 진검승부를 벌인 두 사람이 모두 무대를 내려오게 되면 복지논의에서 주민투표거부를 통해 투표를 무산시킨 민주당만이 무대 뒤편에서 진정한 승자의 자축 세레머니를 할 지 모르겠다. 누가 웃게 될지는 진실이 좀 더 규명되어 봐야 알 수 있지만 진보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은 법적으로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된 뒤에도 지속될 것이다. 또한 개함을 못한 것에 대한 보수입장의 불편한 심기는 곽교육감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일본의 지도자 교체와 향후 강경한 외교적 입장의 예상이나 리비아의 미래문제까지를 포함해서 보면 큰 틀에서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지도자들의 위험한 선택과 행동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서울시장이 사퇴하자 민주당에서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을 하고 나섰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 통합추진위를 만들겠다고 한다. 당에서도 통제가 되지 않는 독자적 행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부재 혹은 위험한 리더십의 행사라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정치학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정치와 도덕이 분리되기 때문에 도덕을 통해서 정치를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 이후 근대 정치는 종교와 도덕으로부터 정치가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고 하면서 정치의 룰과 도덕의 원칙이 충돌할 때 정치적 게임의 법칙을 존중하라고 한다. 그런데 복지 논쟁은 ‘나쁜’시장과 ‘좋은’거부 그리고 ‘나쁜 ’복지와 ‘좋은’복지를 구분하자고 한다. 오세훈 전시장이 충심으로 사퇴한 것인지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와 별개로 시장에게 표를 던지 사람들의 의사를 정책투표로 무시해버린 것이 과연 도덕적인지를 논한다. 곽교욱감이 과연 2억이나 되는 큰 돈을 어디서 구해서 왜 전해주었는지 역시 진보의 도덕성과 연결되어있다. 이들의 합리적 동기보다 도덕적 동기가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해있다. 정치학이 말하는 정치의 법칙이 도덕의 원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화두가 던져지고 정의라는 도덕의 원리가 현실정치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21세기 정치를 16세기의 마키아벨리를 통해서만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 21세기의 정치는 이념의 시대를 지나 정서와 공감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도 과거로부터 한걸음을 더 내디디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정의감과 공존이라는 21세기 화두가 ‘좋은’과 ‘나쁜’이라는 극단적 단순화의 논리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담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의식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진지함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한 가지는 ‘위협(threat)’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전시장이 어떤 합리적 판단을 하였고 어떤 도덕적 평가를 받는가 이전에 자신의 미래를 두고 무엇을 자신의 장밋빛 미래에 가해지는 위협으로 보았을까를 따져보아야 한다. 김정일이 바라보는 미래상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아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무엇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이 돈을 건네줄 때 과연 미래에 닥쳐올 위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미리 관리하고자 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진보진영이 서울시장후보를 내는데 있어서 이념적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합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에는 도대체 진보의 미래를 어떻게 보며 향후 집권가능성이 복지라는 이슈에서 어떻게 정해질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보수진영에서 주민투표에 이처럼 큰 도박을 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무엇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는지를 보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복지라는 화두 속에서 비겁자게임처럼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며 달려가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누가 어떤 계산을 하는지, 운전자들이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어떤 정당성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들이 바라보는 미래의 그림에서 이들은 무엇을 위협으로 보는지를 잊으면 안 된다. 어떤 이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위협’게임에서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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