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사실의 예비적 · 택일적 기재의 허용범위
상태바
[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사실의 예비적 · 택일적 기재의 허용범위
  • 법률저널
  • 승인 2011.08.26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법원 1966.3.24. 선고 65도114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검사가 피고인 A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업무횡령, 피고인 B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와 업무상횡령의 각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로 택일적 기재를 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피고인들이 수사과정에서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여 입증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공판과정에서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뇌물로 보이는 금품을 공모하여 업무상 횡령한 것으로라도 처벌받게 하려고  부득이 공소장에 택일적으로 기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런데 원심에서는 기존 판례의 입장에 따라 뇌물수수 내지 뇌물공여와 업무상횡령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두 개의 범죄사실을 택일적으로 기소한 것이어서 본건 공소의 제기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공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를 하게 되었다.

 

2. 쟁 점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에서의 공소사실의 예비적 · 택일적 기재는 공소장변경에서와 같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다수의견 : 대법관 8인 의견)

가. 형사소송법 254조 5항에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라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하여 그중 어느 하나의 범죄사실만의 처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들 수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내에서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음은 물론이나 그들 범죄사실 상호간에 범죄의 일시, 장소, 수단, 및 객체 등이 달라서 수개의 범죄사실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들 수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것이다.

 나. 이렇게 본다하여도 공소장에 수개의 범죄사실을 특정하여 기재하고 있느니만큼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경합범으로 기소된 경우에 비하여 더 지장이나 불이익을 준다고 볼 수 없을 것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택일적 또는 예비적기소는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의 입장에서도 법률상 용인될 것임이 명백할 것이며, 검사가 수개의 범죄사실을 택일적으로 기소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수개의 범죄사실중 어느 하나만에 대하여 심리하여 유죄로 인정하면 이에 대한 유죄판결을 할 것이고, 만일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공소사실을 심리하여 이에 대한 재판을 할 것이다. 다만, 검사가 수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으로 기소한 경우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심리순서가 제한될 것뿐이다.

 다. 그리고 당원이 일찍이 이점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254조 5항에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함은 범죄사실 상호간에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며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서 전연 별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라는 견해(대법원 1962.6.28. 선고 62도66 판결)를 표명한 바 있으나 이와 같은 종전의 당원의 견해는 이를 폐기하는 바이다.

 

4. 반대의견 정리 (소수의견 : 대법관 3인 의견)

가.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에 수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전연 별개의 범죄사실로 경합범이 되는 경우에도 이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해석은 법문에 충실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법체계 전체와의 관련에 있어서 통일적이고 모순이 없는 것이라야 할 것인바 다수의견이 취하는 해석은 형사법 전체의 체계와 통일성이 없고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 첫째로, 형사소송법 제298조에는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으되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공소제기 후에 있어서는 검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없는 한 공소사실의 추가, 변경을 할 수 없음이 명백한 바 제1심의 심판에 관한 공소제기시와 공소제기후를 구별하여 규정할 실질적 이유가 없는데 공소제기후에는 불가능한 일이 공소제기시에는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법의 통일적 해석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할 것이다.

 다. 둘째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공소가 제기되고 심판의 대상이 된 사건전체에 대하여 미친다할 것인바 다수의견과 같이 경범죄, 살인죄, 강도죄, 방화죄 등 전연 별개의 범죄사실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 할 것 같으면 경범죄가 제1위적 공소사실이었거나 법원이 경범죄를 택일하여 처벌하였을 경우에는 여타의 살인죄, 강도죄, 방화죄에도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어 경범죄의 처벌로 여타의 중죄에 대한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 되어 그 부당함은 명약관화한 바라 할 것이다.

 라. 셋째로, 형법 제38조는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의 처벌례를 규정하고 있는바 검사가 경합범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소함으로써 위 형법의 규정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연 형사법의 통일적 해석이라 할 수 있는가 의문이다. 다수의견이 그 입론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검사의 기소편의주의도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경우라도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처벌의 가치가 있다하여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면서도 어느 범죄사실에 대하여 처벌하고 아니하고를 법원에 예비적 · 택일적으로 맡기는 권한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할 것이다.

 마. 넷째로, 현행 형사소송법은 종전의 직권주의를 수정하여 당사자주의를 가미하고 피고인의 형사책임을 추구하는 원고인 검사에게 사실면, 법률적 구성면에서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할 의무를 부하하고 있고, 법원이 심판의 대상에 대하여 직권을 발동할 여지를 줄이고 있는 것인바 이러한 법의 정신에 비추어 보더라도 검사가 전연 별개의 범죄사실을 예비적 · 택일적으로 기소함으로써 심판의 범위, 기판력 즉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흐리게 하고 법원이 유죄로 인정되는 수개의 범죄사실중에서 재량으로 택일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법해석은 형사소송법 전체의 정신과도 조화가 되지 않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바.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에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함은 검사가 특정한 범죄사실을 기재함에 있어 그 범죄사실과 동일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객체 등의 사실면의 어느 점에 있어 상위한 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하거나 또는 법률적 구성에 있어 동일사실을 이중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이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고, 다수의견과 같이 범죄사실의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서 전연 별개의 경합범에 해당하는 사실을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할 것이며, 따라서 종전의 판례는 변경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5. 검 토

학설상으로도 예비적 · 택일적 기재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는 소극설(한정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 사이에서도 인정된다는 적극설(비한정설)로 나뉘어있고 그 논거도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 및 소수의견과 같이 하고 있다.


실무상 공소장에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하게 되면 검사가 수사결과 심증형성과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게 되고 공판과정에서 공소장변경의 기회가 항소심까지 얼마든지 있으므로 공소제기시에 위와 같이 예비적 또는 택일적 기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택일적 기재는 예비적 기재와 달리 법원의 판단 순서에 아무런 제한을 주지 않고 어느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게 되면 다른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판결이유에서도 아무런 판단을 할 필요가 없게 되고 검사의 입장에서는 공소장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므로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위 대법원 판결 이후 수십년이 경과하였지만 사건을 통해 크게 쟁점이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예비적 · 택일적 기재가 가능하다면 소장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기에 공소제기시에 예비적 · 택일적 기재를 할 필요성이 전혀 없으므로 결국 대법원의 소수의견(학설상으로는 소극설 내지 한정설)은 예비적 · 택일적 기재를 하지 말라는 주장과 사실상 같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에서는 단순히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라고 하여 예비적 · 택일적 기재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에 같은 법 제298조 제1항에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라고 하여 공소장변경시에는 동일성을 요건으로 한다는 특별규정을 둔 바와 같이 공소제기에 따라 심판의 대상이 정해지므로 공소제기시와 공소제기후는 분명히 구별하여야 하며 이것이 오히려 형사법 전체의 통일적 해석에 합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공소제기시에도 동일성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예비적 · 택일적 기재를 하지 않고 실체적 경합범으로 한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특별히 유리한 것도 사실상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예비적 · 택일적 기재의 취지를 살리고 최소한의 활용을 위해서라도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같이 공소제기시에는 동일성의 범위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