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 정오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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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정오의 빛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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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나의 졸시 정오의 꽃(1)은 이러하다. "동자승이/부처에게 물었다/부처님은 왜 항시 웃으세요//부처가 대답했다/이놈아 네가/내 귀를 간질이니 웃지."(졸시 정오의 꽃(1)전문).


나의 이십대는 원효에 몰두하고 있었다. 원효의 화쟁사상을 비롯하여 원융회통의 불교철학에 나름대로 심취하였던 시기였다. 태생이 기독교 모태신앙인지라 밑바탕에는 기독교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으면서도, 불교사상에 나름대로 심취하며, 원효의 해골바가지에 얽힌 깨달음의 이야기며, 일즉다다즉일의 철학적 명제에 몰두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이 서로 상생하며 돕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깊이 빠져 들었던 때가 있었다.

요즘 초중등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 대립양상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주민투표가 이루어지는데, 보수쪽에서는 아직 국가재정이 그에 이르지 못하니 가난한 아이들을 선별하여 그들에게 보다 나은 질 좋은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고, 진보쪽에서는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비추어 보편적 복지를 시작해야 할 단계에 왔으므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무상급식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자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다 돈의 문제이다. 서로가 재원마련에 대하여 가능과 불가능을 타진하면서도, 요즘 제주 강정마을을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 있는 제주도의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비용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세금징수를 많이 하거나, 둘째 예산사용처의 합리적인 재조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국가재정은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지금도 세금부담이 너무 높아 회사를 운영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반면에 봉급생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업주들은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데 급여 등 직원들의 복지에는 무관심하다며 또 아우성이다.

참 재미있는 양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상황을 놓고 보는 시각은 완전 다르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모두 국가를 염려하는 목소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며칠 전 보수진영쪽의 50대아주머니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머리채를 잡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국회의원이 땅바닥에 앉아 농성을 하는 것도 잘했다 칭찬하기 뭐 하지만, 국회의원을 향해 후안무치하게 원초적 폭력을 행사한 보수쪽의 아주머니의 행동 역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어느 순간 보수와 진보의 극렬한 대립이 격화되면서, 최소한 지켜져야 할 권위가 사라져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서도 국회의원에 대한 폭력행위에 대하여 훈방조치하였다니 이러한 경찰의 행동은 더더군다나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요즘 국가의 경찰력이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보수와 진보가 상호충돌하게 방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씨를 둘러싼 포크레인 농성장에서의 희망버스 출현에서부터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는 바(물론 그 이전에도 경찰의 묵시적 방임 하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대한민국에서 사적 린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50년 전으로 역사가 퇴행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광복이후 대한민국이 아직 국가의 행정 및 경찰치안이 확립되기 전 단계에나 있을 수 있었던 일이 요즘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경찰공권력이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쪽과 진보쪽이 직접 맞부딪히도록 하여 싸움을 조장하고 있으니, 이는 잘못되어도 보통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어느 경우에고 사적린치는 사라져야 한다. 보수가 진보를 직접 응징하고, 진보가 보수를 직접 응징하게 되면, 그것은 이미 국가가 아니고 양육강식의 정글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려시대때 무신정권이 사병을 길렀던 것처럼 모든 국민이 각자 사병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게 가당치나 한 말인가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 현장의 건설업체나 구사대라는 명목으로 기업주들이 고용하는 용역들이 경찰보다 더 잔인하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고, 오히려 경찰이 이를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음은 심히 개탄할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호업무가 발달하다 보니, 개인에 대한 신변보호의 필요성이 높아 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변보호가 이루어져야지, 마치 깡패처럼 모든 것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라고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는 가 말이다.


부처님은 생노병사의 사고 속에서 인간이 살아 갈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언제나 마음 좋은 아저씨처럼 웃고 있다. 졸시 정오의 꽃은 그러한 부처님의 넓은 마음을 동자승의 질문을 빌어 선문답처럼 풀어 나간다. 이놈아, 네가 내 귀를 간질이니 웃지라고 대답하는 부처는 이미 생노병사의 사고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인간들이 버벅거리며 아등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그 고해의 바다속에서 모든 욕심을 벗어 내던져 버린 부처의 마음을 우리는 닮은 수 없을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사용했던 단어들 중에서 유독 "탐욕"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탐욕스럽게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치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피력하고 있는 바,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탐욕경영자라고 직격탄을 맞아버린 대기업총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에 맞대어 현대중공업의 정몽준회장이 형제들과 함께 5,000억원의 사재를 털어 아산나눔재단을 만들겠다는 보도는 신선하다.
미국의 워렌 버펏의 일성도 신선하다. 나 같은 부자에게서 세금을 좀 많이 걷어 달라! 세계 3대 부자 중의 한 명이라는 워렌 버펫이 구체적인 수치를 인용해 가면서 자기 종업원들보다 자신의 과세율이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 미국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니, 한국의 부자들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보수는 참으로 이상하다. 보수라는 것이 무엇일까?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지만, 보수라는 것은 기존의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 나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희망하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가 먼저 나서서 희생하고 헌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보수는 책임은 분담하지 않고 권리만을 얻거나 이익만을 얻으려고 하고 있는 것같아 보수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회의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보다 나은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인데도, 가만히 보면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든지(그러면서 돈이 더 드는 육아에 대한 무상보육은 전면실시 한다든지), 남북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남북분단과 고착화를 도모한다든지 등등 뭔가 보면 엇박자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원효는 원융회통사상을 통해 일즉다다즉일이라고 설파했다. 즉 진리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며, 그 다양한 길의 끝에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는 그의 가르침은 지금 우리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탐욕을 우리가 내려놓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이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가진 자의 양보가 필요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첫걸음이다. 무상급식은 향후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의료나 무료교육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봤지만, 그들은 만일 국가가 무료급식, 무료의료, 무료교육을 책임져 준다면, 그리하여 노후를 책임져 준다면 소득의 50%까지 세금으로 낼 용의가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하였다. 물론 소득이 엄청 고소득인자들은 반대할 것이다. 오는 반대급부에 비해 자신에게서 나가는 공제금이 더 높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개인에게 책임지라고 하며, 국가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쌈박질만 하고,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니 난감 할 뿐이다.

동자승이 물었다. 부처님, 왜웃으세요? 이놈아, 네가 내 귀를 간질이니 웃지……  
그냥 이렇게 탐욕을 내려놓고 모두 웃으며 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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