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보석취소와 보증금 등의 임의적 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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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보석취소와 보증금 등의 임의적 몰취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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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1.5.29.자 2000모22 전원합의체 결정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제1심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보석을 취소하였다. 위의 보석취소는 형사소송법 제103조 제2항에서의 판결이 확정된 후 형의 집행을 위한 경우가 아니므로 동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임의적 몰취에 해당하는데, 보석취소결정 외에 별도로 보증금몰취결정은 없었다.

 나. 그런데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보석취소결정을 한 후에 피고인이 도주하였다는 이유로 보석보증금 중 일부를 몰취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보증금몰취결정이 부당하다며 항고를 하였으며, 기각이 되자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게 된 것이다.

2. 쟁 점

형사소송법 제103조 제1항에서의 보증금 또는 담보의 임의적 몰취결정을 보석취소결정과 동시에 할 것을 요하는가 아니면 보석취소결정 후에도 보증금 등의 몰취결정을 할 수 있는가 여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다수의견 : 대법관 11인 의견)

가. 구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형사소송법 제103조 제1항에 해당)은 “보석을 취소할 때에는 결정으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보석취소사유가 있어 보석취소결정을 할 경우에는 보석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이며, 문언상 보석보증금의 몰취는 반드시 보석취소와 동시에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또한 구법 제103조(법 제103조 제2항에 해당)에서 보석된 자가 유죄판결 확정 후의 집행을 위한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망한 경우 보증금을 몰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석보증금은 형벌의 집행단계에서의 신체확보까지 담보하고 있으므로 보석보증금의 기능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의 신체확보도 담보하는 취지로 봄이 상당한 점, 보석취소결정은 그 성질상 신속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 반하여 보증금몰취결정에 있어서는 그 몰취의 요부(보석조건위반 등 귀책사유의 유무) 및 몰취 금액의 범위 등에 관하여 신중히 검토하여야 할 필요성도 있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보석보증금을 몰취하려면 반드시 보석취소와 동시에 하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보석취소 후에 별도로 보증금몰취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그리고 구법 제104조(법 제104조에 해당)가 구속 또는 보석을 취소하거나 구속영장의 효력이 소멸된 때에는 몰취하지 아니한 보증금을 청구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환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도 이 규정의 해석상 보석취소 후에 보증금몰취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이와 달리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형벌을 선고하면서 보증금을 몰취함이 없이 보석만 취소하였다면 그 결정이 있은 후 피고인이 도주하였음을 이유로 보증금몰취결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1970.3.13.자 65모4 결정의 견해는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반대의견 정리 (소수의견 : 대법관 2인 의견)

가. 구법 제102조를 살펴보면, 제1항(법 제102조 제2항에 해당)은 피고인이 같은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법 제103조 제1항에 해당)은 ‘보석을 취소할 때에는’ 결정으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이 마치 보석취소 사유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서 열거한 사유 중 피고인이 도망한 때(제1호), 소환을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제3호), 주거의 제한 기타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때(제5호) 등은 그것이 바로 보석보증금에 의하여 담보하고자 하는 내용들이므로 결국 제1항 각호는 보석취소와 보석보증금 몰취의 실체적 요건을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제2항의 규정 취지는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어서 보석을 취소할 때에는 동시에 보석보증금을 몰취할 것이지만, 다만 제1항의 열거사유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피고인에게 보석조건위반 등 귀책사유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보석보증금의 몰취를 필요적이 아닌 임의적인 것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구법 제102조 제2항은 ‘보석을 취소할 때에는’이라고 규정하여 보석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는 시기적 제한의 의미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문언적 의미를 ‘보석취소 사유가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라고 확대해석할 논리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구법은 ‘보석을 취소할 때에는’ 보석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다고 하여 보석보증금을 몰취함이 없이 보석만을 취소할 경우는 있으나 그와 반대로 보석을 취소함이 없이 보석보증금만을 몰취하는 경우를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단 보석이 취소되면 그 이후에 구법 제102조 제1항의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다시 취소할 보석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보석보증금의 출석 등 담보기능은 보석취소와 동시에 소멸되는 것이어서 보석보증금을 몰취함이 없이 보석이 취소된 경우에는 이제는 몰취의 대상인 보석보증금이 아니라 구법 제104조(법 제104조에 해당)에 의하여 환부하여야 할 보관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보석이 취소된 후에도 보석취소사유가 다시 생기면 별도로 보석보증금만을 몰취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은 현행법 어디에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구법 제103조(법 제103조 제2항에 해당)에 비추어 보석보증금은 공판절차에의 출석뿐만 아니라 형벌의 집행단계에서의 신체확보까지 담보하는 기능을 갖는 것으로 보고 법원은 보석취소결정 후에도 보석보증금 몰취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구법 제103조는 ‘보석된 자’ 즉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된 자’에 관한 규정으로 ‘보석취소결정을 받은 자’에 관한 규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 규정의 취지는 보석허가를 받아 석방된 자가 자유형이나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구속영장의 효력이 소멸되고, 보석허가결정 역시 실효되어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이 형의 집행을 위한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망하더라도 구법 제102조에 의하여는 보석보증금을 몰취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이 구법 제104조에 의하여 보석보증금환부청구권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 예외적으로 보석보증금을 몰취하도록 함으로써 형벌의 집행단계에서의 피고인의 신체확보를 기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즉, 구법 제103조는 구법 제102조 및 제104조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보석된 자에 관한 규정이므로 이를 확대해석하여 보석보증금이 보석취소 후의 재구금까지 담보한다고 풀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 구법 제104조는 “구속 또는 보석을 취소하거나 구속영장의 효력이 소멸된 때에는 몰취하지 아니한 보증금을 청구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환부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그 해석상 보석취소결정을 받은 피고인은 그 결정이 있은 때로부터 즉시 몰취하지 아니한 보석보증금에 대한 환부청구권을 가진다고 할 것인바, 이미 발생한 피고인의 환부청구권을 법원이 구법 제103조와 같은 명확한 근거규정 없이 사후에 침해한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보석취소결정 후 바로 보석보증금을 환부받은 피고인으로부터는 보석보증금을 몰취할 수 없으나 보석취소결정 후 보석보증금을 환부받지 아니한 상태에 있는 피고인으로부터는 보석보증금을 언제든지 몰취할 수 있는 결과가 되어 피고인 지위에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뿐만 아니라, 법원이 보증금몰취결정을 하려면 사건마다 피고인의 보석보증금이 환부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되어 이 또한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다.
 
마. 보석취소결정에 따른 재구금에 불응하고 도망을 한 피고인에게까지 보석보증금을 환부해야 하는 것이 건전한 법감정에 반한다고 하여 법의 근거 없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처벌을 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형사법의 확대해석과 유추해석의 금지 등 법리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다.

법원의 보석허가결정을 받은 피고인은 도망하거나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하는 등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판결확정시까지 재구금되지 아니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기대 아래 공판절차에 충실히 출석한 피고인에게, 즉 보석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피고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보석취소결정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보증금몰취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보석취소결정만을 하였다면 이는 보석보증금은 몰취하지 아니하고, 보석만을 취소하는 재판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그 후 피고인이 도망을 하였다고 하여, 앞의 재판에 반하여 보증금몰취결정을 따로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보석취소에 따른 재구금절차의 편의만을 앞세워 보석이 취소된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부당하게 불안정한 상태에 두게 되는 것이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5. 검 토

최근에는 처음부터 불구속으로 기소되거나 구속 기소되었다가 보석허가결정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제1심 선고시에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석허가결정으로 석방된 피고인도 선고시에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보통 보석취소결정까지 동시에 받아 재구금이 되고, 보석취소결정에도 불구하고 구금되지 않고 도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다.

학설은 위 대법원 결정의 다수의견이나 소수의견과 사실상 같은 논거로 나뉘어져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에서 다수의견을 허용설, 소수의견을 불허설이라고 하며 보석취소 후의 보증금 등의 몰취결정은 불구속재판을 지향하는 보석제도의 탄력적인 운용에 기여한다는 점을 논거로 드는 학자도 있다(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898면).

다수의견과 같이 보증금 또는 담보의 몰취결정을 신중히 검토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을 재구금하게 하는 보석취소결정은 더욱 더 신중히 결정하여야 할 사항하므로 피고인의 보호를 위하여 보석취소결정과 동시에 보증금 등 몰취결정을 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보석취소결정에 의해서 바로 재구금되지 않은 피고인이 이후에 도주하였다고 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물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여튼 법원이 보석취소결정 후에 다시 보증금몰취결정까지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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