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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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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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를 아시나요? (2)

신희섭 베리타스

2011년 8월 10일 오후 1시 북한이 3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그리고 7시 46분 쯤 2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발사한 5발 중 2 발이 연평도 쪽 북방한계선(NLL)인근에 떨어졌다. 연평도 주민들의 악몽이 살아났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이 포격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도 들었다. 북한의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에 대해 그리고 의도적 행위라면 다목적일 가능성에 대한 분석들이 나왔다. 남측의 서북도서 방위사령부가 창설된 이후 처음의 포격이기 때문에 남한을 떠보려고 했다는 주장과 북한이 최근 남북 회담과 관련해서 회담의 우위를 잡으려는 한다는 주장과 좀 더 나가서 비핵화와 북미 회담등과 관련해서 자신들의 입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즉 “나 안 죽었어!!”라는 주장이 다목적 설에 실려 있다.

이런 분석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전문가라는 계급장을 떼고 상식적으로 보자. 그럼 이 주장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는가?

아무것도 우리는 발견할 것이 없다. 북한이 정기적으로 사격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런 사격훈련의 과정에서 포탄이 실수로 넘어왔다? 이것이 합리적으로 가능한가? 그러면 왜 북한 실수를 시차를 두고 5발밖에 안 되는 포사격을 했을까? 실수를 계산해서 한시에 하고 7시 46분에 했다? 그리고 남한이 부담이 되니까 5발만 쏘기로 하고 그 중에 3발만 남한이 계산하기 어려운 위치인 NLL인근으로 쏘았을까? 그것도 실수로?

북한은 자원과 재정이 매우 나쁜 상황이다. 그런데 사격훈련 하면서 재원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포탄 사격을 실수로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실수하면 그 책임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것도 연평도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훈련에서? 김정일의 지시 없이 발포한 1차 포격이후 아무도 최고사령관에 보고하지 않고 2차 포격까지 기다렸다가 여유 있게 2발만 포격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동화작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냥 자기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줄 지상낙원과 해피엔딩이 그리웠던 것이다.

누군가는 북한 강경파의 독자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가능한가? 북한과 같이 언제 누구에게서 체제에 대한 도전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경파가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남한에 도발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군사 쿠데타다. 이것은 김정일에 대한 충성이 아닌 내가 실세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력시위로 비쳐질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인 변혁의지 없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설명하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들이댈 수 있는 미국식 관료정치 모델을 너무 많이 북한에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만약 진짜 충성하는 강경파가 “나 잘했어?”라고 도발할 것이면 두 차례에 걸쳐서 5발만 쐈을까? 왜 그런 애매모호한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북한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면서 자신이 가진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를 스스로 시험대에 올렸을까? 현재 상황에서 강경파라면 김정은의 후계체제 문제를 감안하면서 강성대국 원년이자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내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더 큰 일을 준비할 것이다. 즉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할 것이다. 서프라이즈 생일파티 전에 무엇을 준비했는지 먼저 보여주면서 설레발치는 사람 본 적 있나? 

그럼 북한은 왜 남북대화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했을까? 북한의 김정일에게 직접 브리핑을 듣기 전에는 정확한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일이 그렇게 해줄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유추를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주변 정황을 보고 그 당시의 시간적 맥락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재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시장경제의 위기로 국가신용평가가 떨어졌고 이는 세계에 고스란히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센지를 보였다. 오바마의 재임이 결정되는 대통령선거는 이제 1년 앞이 되었다. 그리고 남한 역시 대선이 내년이다. 중국도 내년에 후진타오 주석이후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할 예정이다. 많은 일들이 내년에 몰려있다. 내년에 북한도 강성대국을 공표해둔 처지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독자적으로 무엇을 할 여력이 없다. 그렇지만 북한이 독립적인 국가라는 점은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쓸 정치적, 경제적 카드가 없다. 믿을 것은 대외적인 문제를 통해서 북한 주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이 내년까지 여러 차례 위험한 도박을 통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서프라이즈 파티로 집안을 풍지 박산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인내가능한 정도의 위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준의 상황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통제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얻고 싶은 진짜 ‘정치적’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 나온 김관진 국방장관 암살설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왜 국방장관인가? 판은 깨기 싫지만 그냥 죽어지내지는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 표현으로 보면 가장 무난하지만 천진난만한 해석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뻔히 보이는 용도로만 정책카드를 쓰기에는 너무 카드가 부족하다. 무엇인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아기는 엄마에게 울음으로 호소한다. 사춘기 아이는 반항을 한다. 연인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투정을 부리고 다툰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들이 알 것으로 믿고 기다린다.
 
북한이 다시 도발을 했고 우리 정부는 공표한대로 북한에 대응사격을 하였다. 포격 후 1시간 뒤에 3발을. 전후 상황을 따지고 직접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닌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을 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 한 시간! 그리고 어디에 떨어진지 모르는 세 발의 포탄. 우리는 북한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일까 안 들어준 것일까?

“이어도를 아시나요?”라는 지난주의 질문을 이어가보자. 북한이 도발을 한 이 시점에서 여전히 이 질문은 유효한가? 이어도를 알고 있냐는 것 보다 이어도를 포함해서 우리의 영토와 자원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리고 다가올 중국해군력의 증강과 일본에 포위된 듯 한 지정학적 조건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한주가 지난 지금도 유효한가?

앞에 동화작가를 이야기 했으니 유명한 동화를 하나 생각해보자. 아기 돼지 3형제. 돼지 3형제는 각자 짚과 나무와 벽돌로 집을 지었고 그래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벽돌집이 제일 안전했다는 이야기다. 교훈은 “힘들지만 벽돌로 안전하게 집을 만들자!”이다. 그럼 만약 늑대가 안타났으면 어땠을까? 물론 짚으로 만든 집이야 약해서 쓸모없었을 것이다. 나무로 지은 집은 어쩌면 큰일 없이 나무에서 나오는 건강물질 덕에 잘 지냈을지 모른다. 늑대가 안타났으면 결과는 어떠했을지는 모른다. 역사는 결과로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나타나지 않은 결과를 말하기 어렵다. 수많은 정책들이 전쟁을 막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경우에 벌어진 전쟁에만 사람들은 관심이 있다. 성공적인 안보정책은 그래서 아무 결과도 안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 쉽다. 그만큼 우리는 결과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다.

제주도와 우리 해양수로를 보호하고 우리의 입지를 다진다는 장기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오늘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 우리는 어떤 채비를 했는가라고 반문을 한다.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만든 정책이 과연 지금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다. 장기적 안보정책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너무 쉽게 잊곤 하나다. 그래서 정부의 절차적인 동의확보가 부족했다는 것 보다 더 큰 문제인 왜 국민들에게 장기적인 계획을 설득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지 못했는지는 북한의 도발과 미국과 연관된 중국의 도발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경고와 비판 때문에 잊혀져간다. 제주의 깊은 바다 속으로. 나쁜 결과가 나타나야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늦는다는 것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정부. 지정학과 역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해주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지 않는 전문가들. 자기 이야기 들어달라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어르기만 하려는 여러 단체들. 포 한번 쏘면 침소봉대하는 언론. 자식을 이해시키고 자식들이 올바로 이해하기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없는 바로 오늘, 북한의 포사격소격과 미국발 악재와 주식가격 변동 속에서 이어도와 제주도는 다시 우리에게서 잊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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