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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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 법률저널
  • 승인 2011.07.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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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4.12.16.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피고인들은 원심 공동피고인인 병원장에게 기존의 질병인 허리디스크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로 가장한 후유장애진단서 발급을 부탁하여 병원장으로부터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이에 속은 보험회사로부터 교통사고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에 따라 사기, 허위진단서작성 및 동행사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나.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병원장에게 허위의 후유장애증명서 발급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병원장은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에, 참고인인 보험회사 직원은 검사 작성의 진술조서와 진술서에 피고인들이 병원장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었다.

다. 피고인들은 1심 공판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병원장과 보험회사 직원의 위 진술부분을 증거로 함에 대하여 부동의하였고, 병원장과 보험회사 직원이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가 자신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의 간인, 서명 등은 맞지만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여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진정성립은 부인하였다.

라. 그렇지만 1심과 항소심은 종전 판례의 입장에 따라 병원장과 보험회사 직원이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도 추정된다고 보아 병원장과 보험회사 직원의 검찰 진술부분에 대한 증거능력과 임의성, 신빙성이 모두 있다고 보고 위 증거들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피고인들은 병원장과 보험회사 직원에 대한 검찰 진술부분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2. 쟁점

검사가 작성한 조서에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지 여부 및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방법

 

3. 판결이유 정리

가.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 · 서명 · 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1990.10.16. 선고 90도1474 판결, 2002.8.23. 선고 2002도2112 판결 등 다수).

나. 그리고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은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피의자의 조서열람권, 증감변경청구권 등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규정만으로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그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추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 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는바(대법원 2001.10.23. 선고 2001도4111 판결, 2003.10.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는 모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동일한 요건에 따라 진정성립 여부가 결정되고, 실무상으로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조서열람권, 증감변경청구권 등을 달리 취급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정성립 인정 요건을 구별하여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여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대법원 1984.6.26. 선고 84도748 판결,  2003.10.23. 선고 2003도4411 판결 등 다수)는 위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마. 그리하여 병원장(원심 공동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자신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 중 피고인들의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는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른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할 수 없고, 또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1항에 따라 진정한 것으로 인정할 수도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검사가 보험회사 직원에 대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들의 경우에도 그 조서들 중 피고인들의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가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른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검사가 원심 공동피고인 및 보험회사 직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에 관하여 그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위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앞서 본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4. 검토

이 판결 이전에는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에 대한 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 조서가 휴지로 취급되었지만 검사 작성의 조서에 대하여는 형식적 진정성립만 인정받으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어 증거능력이 사실상 인정되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피의자들도 경찰에서의 조서 작성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검찰에서의 조서 작성시에는 간인과 서명, 무인하기 전에 조서를 잘 읽어보고 진술과 달리 기재된 것이 있으면 꼭 변경을 요구한 후에 서명 등을 하라는 변호인의 조언을 받았던 것이다. 그만큼 검찰에서의 조서 작성이 중요하여 서명 등을 하고 나면 증거능력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에 의하여 검사가 작성한 조서에 대하여도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방법이 없게 되었기에 수사기관에서는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의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그 충격이 실로 엄청났었다.


사실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해석상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될 수는 없었던 것이며 위 판결은 수사의 현실을  이해했던 종래의 판례를 폐기하고 법문의 정확한 해석을 하게 된 것이고 결국 수사의 현실을 고려하여 형사소송법 개정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즉,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부인하는 경우에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할 방법이 구 형사소송법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개정을 통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과 제4항에서 ‘피고인이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는 방법을 열어놓게 되었다.


어쨌든 이 판결로 인하여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게 하였지만 이 판결의 효력과 그 정신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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