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러시아어능통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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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러시아어능통 합격수기]
  • 법률저널
  • 승인 2011.07.0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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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제45회 외무고시 러시아어능통 합격.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졸업(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지역학 (석사). 코넬대 정치학과 (석사)


I.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2011년 외무고시 러시아능통직렬에 합격한 김수인입니다. 처음 합격수기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순간 많이 망설였습니다.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고시에 합격한 것이 큰 자랑거리도 아니고 과연 저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크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최초로 도입된 러시아능통직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제 경험이 현재 러시아능통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덧붙여 뒤늦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시는 늦깎이 수험생 여러분들께 작지만 힘있는 응원을 보냅니다.


II. 외무고시 입문계기

2009년 초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꾸준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1년 간의 모스크바 어학연수 후 러시아 사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후 국제대학원에서 지역학(러시아지역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04년 8월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학과 프로그램 하의 학문이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힘들어 하다가 논문 프로포절을 준비하던 중 뒤늦게 결단을 내리고 2008년 8월에 귀국하였습니다.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 짧게 기술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고 미래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네 인생이니 네가 결정한 거면 됐다’시며 묵묵히 제 선택을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처음부터 고시공부는 최대 2년을 넘기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하였습니다. 2년 내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마음을 접고 영어과외나 학원강사를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생활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저의 절실함이 수험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험 첫해부터 합격을 목표로 무모하게 뛰어들었고, 수험기간 동안 끊임없이 제 공부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적합한 공부방법이 다를 수 있고 아래의 제 방식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주변사람들에 휩쓸려 무작정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공부방법을 항시 체크하고 상황에 따라 수정해 나가는 전략적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II. 1차 시험준비

러시아능통직렬에 지원하는 것에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1차 PSAT 시험의 경우 한 두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반직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합격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올해에는 ‘평락’만 면하면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2,3차 시험의 경우에는 일정수준 이상이면 합격을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는 일반직렬과는 달리 자신보다 잘 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불합격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3차 면접도 상대적으로 훨씬 밀도 있게 이루어집니다. 제 경우에는 3차 시험에서 외대 동시통역대학원 졸업생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보다 자세히 적겠습니다.

1차 PSAT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아무리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더라도 최종합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므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제도도입 2년 차인 내년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한 신규진입 인원이 기대되므로 1차 합격에 대한 확률을 확실함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1차 시험과 관련해서는 딱히 조언을 해드릴 것이 없습니다. 제가 러시아능통으로 전향한 이유가 바로 PSAT 이었기 때문입니다. 시험 삼아 본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1차 시험에 불합격하고 난 후 제 PSAT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후 직렬을 바꾸기로 결정한 후에는 5월 중순부터 매일 PSAT에 일정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 기출문제를 풀고 문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재검토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약한 유형과 강한 유형을 분류하여 연습하고 실수하는 개수를 매일 체크해 나갔습니다. 시험 넉 달 전부터는 학원 모의고사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소화하였고, 시험 한달 전에는 온전히 PSAT에만 시간을 투자하여 기출문제를 다시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일반직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점수로 1차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IV. 2차 시험준비

1. 러시아어

올해 모든 시험과정이 끝난 후 든 생각은 ‘러시아어능통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구나’라는 것입니다. 최근 4-5년간 러시아어로 합격한 사람들이 전무하고 외교부 내에서도 인력부족상황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던 터라 아주 기본적인 러시아어구사능력만 갖추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랍어능통이 올해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외교부의 입장은 ‘일정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선발하지 않겠다’라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러시아능통을 노리고 준비하신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러시아어에 투자하는 노력을 기울이셔야 할 것입니다.

(1) 2차 필기시험

학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였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에는 통역 아르바이트 및 자원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2004년 이후 몇 년 간 러시아어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려 이전 실력을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선 문법공부부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학부시절 교과서인 Making Progress in Russian 이란 문법책을 매일 버스교통시간, 점심·저녁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였습니다. 자투리시간을 활용한 외국어공부는 2년간 계속되었는데, 다른 논문과목의 공부를 위한 절대시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입니다. 2010년에는 러시아능통을 준비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2010년 7월부터는 매주 토요일 학원에서 시사러시아어와 고급회화수업을 수강하여 제 러시아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2010년 7월부터 매주 토요일은 온전히 러시아어공부에 투자하였습니다. 시사러시아어 시간에 배운 기사들에서 좋은 표현들은 따로 암기하는 습관을 들였고, 8월부터는 개인교습을 통해 행·외시 기출문제 작문 및 다양한 주제별로 에세이를 작성하였습니다. 특히 에세이 작성시에는 기존 신문기사들에서 배운 표현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급문체를 생활화하였습니다. 2차 시험 전까지 사이버테러, 고령화사회, 녹색성장, 기후변화, 한-러 관계, 공정사회 등 다양한 주제별로 약 14개의 에세이를 작성하였습니다. 처음에는 6-7시간 걸리던 에세이 작성시간이 시험이 가까워 온 때에는 2시간 정도로 줄어들었고,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였습니다. 남이 작성한 신문기사를 공부하는 것과 자신의 논리를 개발하여 에세이를 주체적으로 써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 때 작성한 에세이들은 2차 필기시험뿐 아니라 구술시험, 3차 면접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 2차 구술시험

러시아어 구술시험은 개인별로 15분간 진행됩니다. 이 짧은 시간의 인터뷰가 1년 내내 준비한 필기시험과 동일한 50점이 배정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시험장에는 러시아 원어민 한 분과 교수님 두 분이 면접관으로 참석하십니다. 평가기준은 제 기억이 맞는다면 어휘구사능력/말 빠르기/논리성/질문이해능력/문법적 정확성의 다섯 가지로 구성됩니다. 면접에는 인성면접에서 나올 법한 일상적 질문들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야 하는 시사적 질문들이 추가됩니다. 제 경우에는 일상적 질문으로 인생의 좌우명,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험, 존경하는 외교관, 외교관에게 필요한 자질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시사와 관련해서는 지진사태를 겪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지원방안을 발표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시사질문은 지원자마다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지원자에게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한국의 입장 및 대응방안을 발표해보라는 질문을 하셨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일상회화뿐만 아니라 시사관련 기사를 꾸준히 읽어서 관련 용어를 암기해 두셔야 합니다. 특히 시험 직전에 발생한 주요 국제사건들은 꼼꼼하게 확인해 두시기를 조언합니다.

덧붙여 2차 구술시험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컨디션 조절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험일정 상 인터뷰는 2차 시험 마지막 날, 특히 과락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경제학 바로 다음에 진행되므로 심신이 가장 지쳐있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학시험이 아닌 인터뷰인 만큼 어휘구사능력 외에 답변태도, 시선배분, 제스처 등에도 신경을 쓰신다면 좋은 인상을 줌과 동시에 추가점수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경제학

외무고시를 시작하기 전까지 국제법과 함께 경제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우선 학원순환을 다 따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소화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학원 기본순환을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고 개인적으로 복습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답안지 연습을 위해 2순환으로 건너뛰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시, 거시, 국제경제 모두 힘들더라도 기본순환 강의 전에 교과서 정독 1회, 강의 후 교과서 및 노트 정독 1회, 그래프 정리 및 기본개념 암기시간을 반드시 지켰습니다. 이 과정을 2순환 전까지 다시 한번 반복하였습니다. 2010년 1차 시험에 떨어진 후에는 낙담하지 않고 바로 2차 답안지 스터디에 참여하였고, 부족한 목차잡기, 논리구성의 연습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후 수험 2년 차에는 학원강의를 수강하지 않는 대신에 교과서를 정독한 후 각 챕터들을 A4 한 장으로 요약하여 수시로 암기하는 한편, 스터디를 통해 기출문제 및 학원모의고사 문제를 꾸준히 풀어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경제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개념 암기와 문제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시의 경우 행시, 입시와는 달리 어렵고 생소한 문제보다는 기본개념에 충실한 문제들을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학원문제에 연연하기 보다 기출문제를 충실히 검토하고, 주요 시사이슈와 관련한 개념 및 이론들을 챙기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국제정치

국제정치학은 미국유학 시 부전공이었고, 수업조교도 두 번 해본 터라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하였습니다. 다만 모든 자료를 영어로만 읽은 터라 한국어 용어들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현대국제관계이론과 한국』과 『신한국책략』을 통독하였고, 『국제정치 패러다임』은 잘 모르는 이론이나 학자가 나올 때에 발췌하여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제정치 패러다임』은 정독하기 보다는 모르는 이론이 나올 때마다 사전처럼 활용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교사의 경우는 교과서를 세 번 정도 정독하고, 시험 직전에는 스터디원의 도움을 받아 주요사건 연표, 핵심내용, 의의를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학원강의는 09년 2순환만을 한 번 수강하였고, 이후 스터디를 통해 학문적 글쓰기를 답안지에 적합한 글쓰기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국제정치학의 경우 ‘이론(theory)’과 ‘사실(fact)’을 모두 챙기셔야 고득점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해마다 출제위원의 성향에 따라 이론중심적인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이슈중심적인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합니다.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세 문제 모두 이슈중심의 문제들이 출제되었는데, 이론중심으로 수험공부를 하여 상대적으로 시사 및 사실관계확인을 소홀히 탓에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나름 전략과목이라 생각하여 안심하고 있었는데, 점수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따라서 해마다 바뀌는 문제성향에 대비하여 이론과 사실을 모두 꼼꼼히 챙기시기를 권합니다.


4. 국제법

국제법은 가장 저를 괴롭힌 과목이지만, 가장 크게 보답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처음 1600페이지에 달하는 『국제법론』을 받아 들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생각에 한숨을 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을 오래 공부한 경험에 비추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학원 요약집에 의존하기 보다는 교과서와 조문 중심의 공부방법을 택했습니다. 인터넷 기본순환강의를 들을 때에는 반드시 강의 전 교과서 정독 1회(이해가 안되면 2회), 강의 후 기본개념 확인 및 교과서 정독 1회의 공부법칙을 지켰습니다. 경제학과는 달리 초반에 이해가 어려워서 기본개념 및 조문의 암기보다는 우선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기본강의는 속도조절을 하여 어려운 부분은 3회까지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국제경제법의 경우에는 조문과 판례에 더 많이 신경을 써서 공부하였습니다. 2009년 2순환 수강 후에는 학원강의보다는 개인공부와 스터디를 중심으로 조문암기와 답안지 구성, 목차잡기를 연습하였습니다. 특히 답안작성시 조문은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쓰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점은 국제법의 경우 고득점을 위해서는 답안지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학원강의를 듣고 답안지 스터디를 하다보면 어느덧 천편일률적인 답안지들이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제 경우에는 2010년 답안지 스터디에서부터 문제의 ‘의의’를 반드시 쓰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즉 ‘이 시점에서 왜 이 사안에 관해 질문을 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답안지를 작성하여 단순암기가 아닌 ‘내가 이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따라서 시험 전 리비아 사태, 소말리아 해적, 북한 사태 등과 같은 최근 이슈들을 챙기는 한편, 시험 전날까지도 교과서를 통독하며 각 분야별로 ‘의의’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올해 국제법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것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5. 영어

저는 미국에서 4년간의 체류경험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영어를 쉽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반드시 영어를 공부하려 노력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매일 아침 8시에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영-한, 한-영으로 작성해보는 스터디를 하였고, 다양한 주제별로 에세이를 작성하였습니다. 2010년에는 정영한 모의고사를 중심으로 아침스터디를 진행함과 동시에 새로운 이슈들이 부각될 때마다 에세이를 추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V. 3차 면접

1. 3차 시험준비

2차 시험이 끝난 후 약 일주일간의 꿀 같은 휴식 후에 총 5명으로 구성된 스터디를 조직하여 한달 간 약 9번에 걸쳐 스터디를 했습니다. 개인발표, 인성면접은 질문자와 발표자를 나누어 자료를 준비하였고, 영어토론과 한글토론도 돌아가며 자료를 준비하였습니다. 느슨한 방식이었기는 하지만 이 스터디를 통해 3차 면접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토론이나 발표 시 제가 의식하지 못한 안 좋은 습관이나 태도를 지적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3차 면접

(1) 강한 경쟁상대를 만나다

지금도 3차 면접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흔히들 2차 시험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3차 면접이 가장 힘들었고, 실제 집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보니 이틀 간 2.5킬로그램이나 줄어있었습니다.

3차 면접에서 제 경쟁상대는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각종 회의나 협상관련 통역경험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처음 서로를 소개하며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머릿속으로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차별화하여야 할까?”라는 전략세우기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상대방은 러시아어구사능력과 관련통역경험을 내세우는 선명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저는 ‘기본적인 러시아어 구사능력을 지니되, 오랜 사회과학공부를 바탕으로 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상황판단능력, 다각적인 전략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으로 자신을 차별화하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3차 면접 내내 ‘전략적 외교관’이라는 이미지를 말 뿐만이 아니라 실제 토론과 개인정책발표에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2) 긴장감 속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다

3차 면접은 한국어토론/개별PT/외국어토론/인성면접 순으로 진행됩니다. 첫 한국어 토론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A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무기개발의혹을 받고 있는 B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이해와 안보이해를 고려하여 제한적 제재동참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토론 후반부에는 기본적인 입장 외에 보다 세세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밀한 입장차이에 입각한 차별적 설득방법부터 제재동참 시 발생할 수 있는 유가불안정에 대비하여 미리 원유를 확보해놓는 정책의 병행추진 등을 먼저 제시하였습니다.

두 번째 개별정책PT도 시간을 넘겨가며 상당히 밀도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딜레마 상황이 제시되었는데, 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과 함께 따로 ‘상기 결정에 따른 추가대처방안’이라는 목차를 잡아서 위 결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들을 다각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나중에 상대분의 말을 들어보니 제가 발표한 내용에서 면접관님들이 질문을 만들어서 한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외국어 토론은 상대분의 주도로 진행되었습니다. 10분간 한 페이지로 된 러시아어제시문을 읽고 입장을 정리한 후 20분간 찬반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제 러시아어 실력이 기본적인 의견표명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상대방은 거기에 스타일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초반에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히 주제관련 기사들을 읽어본 터라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밀리지 않고 개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음날 진행된 마지막 인성면접도 시간을 두 번이나 넘겨가며 밀도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압박질문들 속에서도 왜 외교관이 되려고 하는지, 어떤 외교관이 되고 싶은지, 나의 장단점과 실패경험에서 배운 교훈들을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3) 최종발표를 기다리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저와 상대방이 가진 장점이 각기 달랐고, 최종적으로 외교부에서 어떤 외교관을 원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엔 제가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지만, 제가 더 나았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최선을 다한 상황에서 제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면접경험을 이렇게 자세하게 적는 이유는 러시아능통이 통역관이 아니라 외교관을 뽑는 시험임을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물론 유창한 러시아어구사능력은 분명 강점입니다. 하지만 언어는 결국 도구이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어로 기본적인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라면 외교관에 대한 자신의 꿈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3차 면접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꿈과 외교관으로서의 비전을 면접관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VI. 나오며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러시아어능통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2차 시험과정과 3차 면접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기술하였습니다. 고시생활과 관련하여서는 다른 분들께서 이미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기 때문에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합격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공부절대량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 지난 2년 동안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하였습니다.

고시는 외로움과 불안감과의 싸움입니다. 잠자리에 들어 불 꺼진 천장을 바라보며 ‘다 늦은 나이에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엄습할 때마다 자신을 다잡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두려움이 밀려와 머리가 터질 것 같아도 꾹꾹 눌러 담으며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힘썼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수험생 분들도 이 외로움과 불안감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시길 빌어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언제나 저를 믿고 격려해 주신 부모님, 오빠내외, 언니에게 감사 드립니다.  또한 나이도 많고 고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를 받아준 스터디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없었더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다들 가까운 미래에 외교부에서 또는 멋진 일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외교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지역전문가를 지향하는 러시아능통으로 뽑힌 첫 케이스인 만큼 전문적인 식견을 갖춰 한국의 국익을 위해 힘쓸 수 있는 외교관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부족한 수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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