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공소사실의 축소 인정과 항소심에서의 고소취소
상태바
[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공소사실의 축소 인정과 항소심에서의 고소취소
  • 법률저널
  • 승인 2011.07.01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법원 1999.4.15. 선고 96도1922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피고인은 피해자(여, 9세)를 발견하고 욕정을 일으켜 슈퍼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에 과자를 주면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자며 피고인의 무릎 위에 끌어당겨 앉히고, 피해자가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하자 양손으로 피해자를 꽉 붙들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에 피해자의 오른손을 잡아끌어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고 피고인의 오른손을 피해자의 바지 안으로 넣어 피해자의 음부를 수회 만지는 등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고 그로 인하여 치료일수 미상의 외음부열상을 입게 하였다는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나. 1심 재판 중에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후에 고소취소장까지 받았으나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한 점 등이 참작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피고인이 항소를 하였다.

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여 외음부열상을 입게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극히 경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었다거나 건강 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서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인은 위 고소취소장을 항소심에 이르러 제출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라. 이에 피고인은 1심에서 검사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쳤다면 고소취소장을 제출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과 피고인의 방어권행사가 침해되었기에 항소심에서의 고소취소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상고를 하였다.


2. 쟁 점

공소장변경 없이 비친고죄인 강제추행치상죄를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 또는 법원 직권에 의하여 비친고죄를 친고죄로 인정한 경우에 항소심에서의 고소취소가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

3. 판결이유 정리

가. 공소사실의 축소 인정과 공소장변경의 필요성

(1) 다수의견 : 대법관 9인 의견

(가) 형사소송에서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도록 요청되는데, 공소사실의 변경과 관련하여 이처럼 일응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함이 상당하다.

(나)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 중에는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므로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행위는 동시에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하고 있으며 한편, 고소와 그 취소는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그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그 방어행위의 일환으로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강제추행치상죄에서의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법원이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경우까지도 대비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고소인의 고소취소의 원용 등 일체의 방어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 법원이 사건의 실체적 사실관계나 공소요건을 포함한 절차적 사실관계에 관하여 심리를 거쳐 판단한 이상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강제추행죄를 인정·처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미처 예기하지 못한 불의의 타격을 가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방어권 행사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면 강제추행죄는 친고죄라 하여 달라질 것은 아니다.

(라) 그러므로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가 입증되지 않고 강제추행죄만 입증되는 경우에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그 때 그 강제추행죄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강제추행치상죄의 증명이 없다 하여 무죄의 선고를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8.3.8. 선고 87도2673 판결 참조).

(2) 반대의견 : 대법관 3인 의견

(가) 심리 결과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이 상이한 경우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쳐 인정된 공소사실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피고인에게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다음에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나) 다만 예외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 중에는 강제추행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체법적 측면에서는 강제추행치상죄에 대한 방어행위가 강제추행죄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소송법적 측면에서 볼 때에 강제추행치상죄의 경우 고소나 고소취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마찬가지로 양형조건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만 친고죄인 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소송조건인 고소의 부존재나 고소취소는 공소기각이라는 유리한 형식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방어방법이 되므로 양 죄는 그 방어방법을 전혀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하겠다.

(라) 한편 검사가 강제추행의 범죄사실을 예비적으로 기재하거나 소송의 추이에 따라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다수의견이 염려하는 실체적 진실의 신속한 발견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는 입증되지 아니하나 강제추행죄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이 마땅하다.


나. 항소심에서의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의 효력

(1) 다수의견 : 대법관 9인 의견

(가)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은 "고소는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원래 고소의 대상이 된 피고소인의 행위가 친고죄에 해당할 경우 소송요건인 그 친고죄의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한정하는가는 형사소송절차운영에 관한 입법정책상의 문제이기에 형사소송법의 그 규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고소취소의 시한을 획일적으로 제1심판결 선고시까지로 한정한 것이다.

(나) 따라서 그 규정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 공소사실이 친고죄로 된 당해 심급의 판결 선고시까지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항소심에서 공소장의 변경에 의하여 또는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법원 직권에 의하여 친고죄가 아닌 범죄를 친고죄로 인정하였더라도 항소심을 제1심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88.3.8. 선고 85도2518 판결 참조), 항소심에 이르러 비로소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하였다면 이는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은 없다(대법원 1985.2.8. 선고 84도2682 판결 참조).

(2) 반대의견 : 대법관 4인 의견

(가)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소정의 고소는 친고죄의 고소를 의미하고,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나 고소취소와 같은 소송조건의 구비 여부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 조항은 친고죄에 있어 고소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따라서 친고죄가 아닌 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제1심에서 친고죄가 아닌 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제1심에서 친고죄의 범죄사실은 현실적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판결을 친고죄에 대한 제1심 판결로 볼 수는 없기에 친고죄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검 토

피고인이 1심에서는 합의한 점만 밝히고 항소심에서 고소취소장까지 추가로 제출하여 1심보다 양형상의 선처를 조금 더 받으려고 하였다가 항소심에서 뜻밖에 강제추행치상죄가 강제추행죄로 변경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고소취소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피고인으로서는 매우 안타깝게 되고 말았다.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검사나 1심 법원이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치상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바람에 그 불이익을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있는 피고인이 부담하게 되었으며,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경우에 최소한 절차법적 측면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는 부분은 경청할만하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는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어 포함되어 있기에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로서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를 당연히 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굳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위하여 공소장변경절차가 필요하다고 보여지지는 않으며,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의 고소취소 규정이 비록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합헌 결정은 되었지만(헌법재판소 2011.2.24. 2008헌바40) 위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고소취소가 가능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