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판단기준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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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판단기준과 효과
  • 법률저널
  • 승인 2011.06.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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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9.10.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 “창조한국당 대표인 피고인이 같은 당 재정국장 겸 총선승리본부 관리지원단 부단장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08.4.9.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소외 1을 같은 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 주고, 공소외 1로부터 2008.3.26. 6,000만원, 같은 달 28일 5억5,500만원, 합계 6억1,500만원의 공천헌금을 예금계좌로 입금 또는 송금받아, 위 정당이 위 공소외 1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6억원(선거관리위원회 기탁금 1,500만원 제외)을 제공받음과 동시에 같은 금액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공직선거법위반과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기소하면서,

나. 위 내용 외에 범죄사실 이전단계의 정황과 경위, 범행을 전후한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내용과 이메일 내용, 수첩의 메모내용, 세세한 주변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공소외 1 이외의 다른 비례대표 후보 지망자들로부터 이 사건과 유사한 방법으로 금품을 제공받은 내용 등을 장황하게 기재하여(그 기재의 상당부분은 대화내용, 이메일 내용과 수첩의 기재내용을 인용부호까지 사용하면서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 공소사실에 포함하였던 것이다. 

다. 검사는 이후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 주위적 공소사실과 같이 공소외 1을 비례대표 후보자로 등록해 주고, 공소외 1로 하여금 이율 연 1%의 당채를 매입하게 하여 당채 매입대금 6억원을 제공받음으로써, 6억원의 자금 융통 및 6억원에 대한 시중 사채금리와 당채 이율 사이의 차액 상당 재산상 이익을 수수하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음과 동시에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하였다.


라. 결국 검사는 통상의 사건에서와 같이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만을 나열하여 간략하고 명료하게 공소사실을 작성하면 되고 그렇게 한 경우에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분량이 불과 1쪽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도 위와 같이 범죄사실 이전단계의 정황과 경위 등을 무려 14쪽에 이르도록 장황하게 기재함에 따라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에 위반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2. 쟁 점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그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3. 판결이유 정리(다수의견 : 대법관 9인 의견)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이다(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나. 공소장의 공소사실 첫머리에 소년부송치처분 등 범죄전력을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특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와 같은 내용의 기재가 있다 하여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0.10.16. 선고 90도1813 판결), 공소장에 기재된 첫머리 사실이 공소사실의 범의나 공모관계, 공소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하여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때에는 공소제기의 방식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대법원 1992.9.22. 선고 92도1751 판결, 대법원 1994.3.11. 선고 93도3145 판결, 대법원 1999.5.14. 선고 99도202 판결 등), 설사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닌 경우에도 동기의 기재는 공소장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대법원 2007.5.11. 선고 2007도748 판결) 판시하여 왔는바, 이러한 판결들은 모두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규정과 형사재판의 적정한 운용에 관한 그 밖의 다른 규정들이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다.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라. 그러나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마. 특히 당초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던 주위적 공소사실은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당대표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하여 공직을 매수하는 범행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는 당 내부적으로도 일부 핵심 인사만 알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행하여지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어느 정도 있다는 점, 이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측이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위와 같이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하여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4. 반대의견 요지(소수의견 : 대법관 4인 의견)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의 기본구조에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과 상충되는 요인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

나. 즉,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실체적 진실발견보다는 더 우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의 공정과 관련된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능 발휘를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은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재판의 공정은 재판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므로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절차가 어느 단계에 가 있든 항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 이념은 우선적 가치를 가진 근본이념으로서, 재판의 신속·경제를 위해 재판의 공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다. 법관이 예단을 가진 채로 불공정한 공판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는 심각하고도 치유될 수 없는 흠을 초래하게 되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그 자체로 이미 중대한 위법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위반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와 의미를 고려한다면 그 위반의 효과에 대하여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은 소송절차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의 원칙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한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에 위배된 것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것이므로 시기 및 위반의 정도와 무관하게 항상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5. 검 토

최근까지 우리의 형사재판 실무는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이 정해지면 수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며 재판부에 따라서는 효율적인 재판진행을 위해 미리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사안을 파악한 후에 제1회 공판기일이 시작되었기에 예단배제를 위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에 거의 무감각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2006.4.1. 개정된 대법원 재판예규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증거조사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증거기록을 법정에서 제출하게 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또한 국민참여재판의 도입과 함께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재판장은 증거조사를 하기에 앞서 검사 및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소사실 등의 증명과 관련된 주장 및 입증계획 등을 진술하게 할 수 있으나, 다만 증거로 할 수 없거나 증거로 신청할 의사가 없는 자료에 기초하여 법원에 사건에 대한 예단 또는 편견을 발생하게 할 염려가 있는 사항은 진술할 수 없도록 하는(형사소송법 제287조 제2항)’ 규정 등을 신설하여 공소장일본주의는 더욱 강조되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과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면 공소장 기재방식에 관하여 피고인측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위법수집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최근의 판결(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과 같은 취지에서 앞으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하여 공소제기가 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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