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위법수집 증거물의 증거능력 부정
상태바
[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위법수집 증거물의 증거능력 부정
  • 법률저널
  • 승인 2011.06.03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2006.5.31.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공무원들이 제주도지사 선거관여 행위의 의심이 있다며 제주지방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하였고, 이에 제주지방검찰청은 위 범죄사실을 수사하기 위하여 ‘제주도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 등 3명의 사무실내에 보관 중인 공무원으로서 선거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일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나. 그리하여 제주지검 소속의 검사가 2006.4.26. 위 정책특별보좌관의 사무실을 수색하게 되었는데, 당시 정책특별보좌관이 제주도지사의 비서실장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였으나 부재중이어서 비서실장의 참관 하에 사무실을 수색하던 중에 제주도지사 비서관이 도지사 집무실에 있던 각종 문서 꾸러미를 들고 위 사무실에 갔다가 검사와 마주쳐 상당량의 문서를 압수당하게 되었다.

다. 검사는 위 비서관으로부터 압수한 문서를 통해 수사를 확대한 나머지 제주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를 위반한 범죄사실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물까지 수집하게 되어 제주도지사 등을 기소하게 된 것이다.

라. 위 과정에서 검사는 위와 같이 압수한 문서를 처음에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처리하였다가 2006.10.18.경에야 위 비서실장과 비서관에게 압수목록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는데, 위 압수목록에는 교부일자가 ‘2006.  .  .’로 월과 일이 공란으로 되어 있고 압수경위는 비서실장과 비서관으로부터 각 임의제출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압수조서에는 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2. 1심과 2심 판결 내용

가. 제주도지사 등 피고인들과 그 변호인들은 1심과 2심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압수물은 압수·수색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형소법 제118조)’, ‘공무소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함에는 그 책임자에게 참여할 것을 통지하여야 한다(형소법 제123조)’,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형소법 129조)’는 등의 여러 규정에 어긋나서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도 위법수집증거이므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나. 그러나 1심에서는 위법수집 증거물의 증거능력 여부에 관해 아무런 판단없이 유죄를 인정하면서 제주도지사에게 당선 무효형(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이 선고되었다. 


2심에서도 압수물은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 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형태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성질·형상 불변론’의 입장에서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였고, 제주도지사에게는 1심의 선고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 이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건을 환송받은 2심에서는 위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취지로 판결하여 제주도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가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가 기각되었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도763 판결). 

 

3. 쟁 점

위법하게 수집된 진술증거 뿐만 아니라 위법하게 수집된 비진술증거인 증거물에 대해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되는 여부 및 그 판단기준 그리고 위법수집 증거물을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

 

4. 재판요지 (다수의견 : 대법관 9인 의견)

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나. 다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라. 피고인측에서 검사가 제주지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수집한 증거물이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된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


5. 별개의견 (대법관 3인 의견)

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법절차의 요청과 실체적 진실규명의 요청을 조화시키는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자칫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 사법의 또다른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나. 그러므로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법원이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하고,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6. 검 토

피고인이었던 제주도지사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규정의 시행(2008.1.1.)을 앞두고 대법원이 미리 위 규정의 취지에 따라 압수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구사일생으로 유죄를 면하게 되었다.


종래 대법원은 진술증거의 경우에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면서도 비진술증거의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질·형상 불변론’의 입장(대법원 2006.7.27. 선고 2006도3194 판결 등)을 유지하여 왔고 이에 대해 학설은 비진술증거에도 마찬가지로 위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위 판결에 의해 비진술증거에도 위 법칙이 명시적으로 수용된 것이다.


위 판결을 통해서도 실체적 진실규명과 적법절차 보장의 적절한 조화가 형사소송법에서 무엇보다도 어렵고 중요한 과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구체적인 내용이 문제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에서 위법수집으로 증거배제가 되는 판단의 기준을 살펴보면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고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에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제시한 위 기준의 취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할 만큼 중대한 위법을 배제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앞으로는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고 이를 통해 그 배제기준이 더욱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금까지 압수수색의 결과에만 치중하여 그 절차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볍게 생각하였던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큰 경고가 되었고 앞으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요구되는 법준수 의식이 점점 확고해지리라 기대해 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