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리사 시장을 덤으로 내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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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변리사 시장을 덤으로 내줄 건가?
  • 법률저널
  • 승인 2011.05.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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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변리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국회는 2011년 5월 4일 본회의에서 한유럽연합자유무역협정(한유럽협정)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번역을 잘못하여 외교통상부가 비난을 많이 받기도 했지요. 이 협정에는 법률시장 개방문제가 들어 있고, 법률시장은 3단계로 개방합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협정)을 타결할 때 채택했던 방식과 같습니다.


1단계는 협정발효와 동시에 유럽연합회원국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는 외국법자문사로 국내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외국법자문사는 자기 자격을 받은 나라의 법령과 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관습법에 대한 자문 등 업무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소송 대리나 법정 변론·변호 등 국내 사무는 할 수 없습니다.


2단계 개방은 협정발효 후 2년이 지난 2013년 7월부터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유럽연합변호사는 국내 법률사무소와 사안별로 업무를 제휴할 수 있습니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와 국내 법률사무소는 국내법과 외국법 사무가 섞인 사건을 공동처리하고 수익을 분배할 수 있습니다.


3단계는, 협정발효 5년째 2016년 7월부터 국내 법률시장을 완전히 개방합니다. 이때부터 외국 사무소와 국내 사무소가 합작회사를 만들 수 있고, 합작회사를 통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활동할 수 있습니다.
 
5년 뒤 국내 법률시장 완전 개방


앞으로 5년 뒤면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 때문에 골목대장같이 지내온 법률사무소가 긴장하나 봅니다. 유럽 특히 영국계 법률사무소 능력은 대단한 모양입니다. 독일이 법률시장을 개방한 뒤 상위 10개 사무소 가운데 8~9개를 영국계가 차지할 정도로 법률시장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한미협정도 오래지 않아 국회비준을 받을 것을 같으므로 걱정이 더 깊을 것입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시장을 열어야 하지만 상대방 시장도 열립니다. 우리나라 변호사의 능력이 충분하다면 더 큰 시장이 눈앞에 있습니다. 법률분야에는 이 나라에서 뛰어난 최고 인재들이 몰려갑니다. 인문계는 법대에, 자연계는 의대에 젤 우수한 인재를 보냈지요. 과학기술분야는 법대와 의대로 가고 남은 학생들이 갔는데도 세계수준의 기술과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누빕니다. 커다란 세계 법률시장을 눈앞에 두고 가슴이 부풀어야 할 일일 텐데, 조그만 국내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를 걱정한다니 뭔가 이상합니다.


협상은 양쪽이 밀고 당기면서 마무리 짓습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통째로 시장을 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변리사 시장은 협상도 하지 않고 통째로 시장을 내어줄 지경입니다. 한유럽협상에서, 더 앞선 한미협상에서도, 상대방은 변리사 시장 개방문제를 협상 의안으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상대방은 협상안에 올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어떤 분에 들으니, 미국이 처음 협상 항목에 올렸다가 우리나라 사정을 알고선 슬그머니 뺐다 합니다. 왜 뺐을까요?


자동 자격제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변호사는 변호사이기만 하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받습니다. 외국인 법률사무소는 합작사무소를 차려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면 변리사 업무를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변리사 시장은 우리나라 변호사를 통해 그들에게 자동으로 열립니다. 그러니 굳이 변리사 시장 개방을 놓고 밀고 당길 필요가 없지요.
 
자동자격때문에 변리사 시장을 통째로 내줄 판


현재 상태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유럽과 미국 법률사무소는 우리나라에서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변리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협상도 못해보고 우리나라 변리사 시장을 통째로 덤으로 내주게 생겼습니다.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일을 알기나 하는지...


자동자격을 없애야 한다고 외쳐보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17대 국회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의원이 변리사(와 세무사) 자동자격을 없애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내평개진 채 자동 폐기됐습니다. 이상민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18대 국회에도 법안을 제출했지만 심의조차 하지 않습니다.


곳간을 다 털린 뒤 남은 부스러기 몇 톨 붙들고 그래도 이게 이익이야 하면서 히죽 웃겠습니까? 아무리 눈앞 이익이 좋다 하더라도 나라 이익에 관련된 것은 크게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법안을 7월이 오기 전에 처리하길 기대합니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자유칼럼그룹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고영회(高永會) 변리사는
변리사, 기술사 / 대한기술사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지냄 / 현재 행개련 과학기술위원장, 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대한기술사회 5대 회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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