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로스쿨의 학점 줄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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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로스쿨의 학점 줄세우기
  • 법률저널
  • 승인 2011.05.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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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대 법학관에서는 법과사회이론학회 주최로 로스쿨 학사관리 방안에 대한 제 문제를 논하기 위한 조촐한 토론회가 열렸다. 교수 몇 명 학생 몇 명이 모인, 그렇게 원탁토론회를 하는 자리였지만 쏟아져 나오는 문제점은 여느 대형 공청회 못지않았다. ‘의자뺏기 게임’ ‘한편의 코미디’ ‘굴욕의 공간’ 등 형언하기 어려운 표현들이지만 그것이 로스쿨의 현실이라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는 말들이 오갔다.


기자가 익히 들어왔고 우려했던 문제들도 제법 나왔다. 로스쿨의 이념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학점 올리기에 급급하고 그러다 보니 특성화와 전문화 과목은 추풍낙엽이 될 것이라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모 학원의 미국 로스쿨 진학 설명회에 강연자로 나선 하버드, 예일대 로스쿨 학생들이 “실력경쟁은 하되, 시험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학우들간 공동과제물, 시험준비 등에서도 서로 협력하는 등 동료애가 끈끈하다”고 말했던 것이 새삼 기억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쏟아져 나온 국내 로스쿨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분명 교육기관이고 교육에는 경쟁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상대평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확연한 사실이고 또 그렇다고 절대평가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획일화되고 강제적인 상대평가는 결코 아닌 듯싶다. 입학자 전원이 졸업해야 하는 법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과 연계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닐 수 있다. 다만, 로스쿨의 취지를 몰각하는 자구책은 자충수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이런 식이라면 기존의 법과대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마당에, 현재의 지나친 상대평가는 과거보다 퇴보하는 3년제 법과대로 전락하고 만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학습을 유도해야지 시험과목과 따기 쉬운 과목 중심의 병목교육은 궤멸을 불러온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배워왔지 않는가.


교수는 학생의 성취도를 믿고 학생은 교수법과 평가를 믿을 때,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원만한 해결과 함께 사회가 기대하는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해 내는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목적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법학계가 고민할 때다. 변호사시험이라는 코뚜레에 묶여 옴쌀 달싹 못하는 구속된 소와 같은 로스쿨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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