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은 로스쿨 시대에도 유지되어야
상태바
사법연수원은 로스쿨 시대에도 유지되어야
  • 백태승
  • 승인 2011.05.13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태승(연세대 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8년 9월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인가를 받은 25개교가 최종 발표되어 법학교육에서 지형을 바꾸는 ‘로스쿨’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제 내년 2월이면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어 변호사 시험을 치르게 된다. 2009년 로스쿨 개원이래 2차례 사회적으로 큰 파동도 있었다. 그 하나는 작년에 있었던 로스쿨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금년 3월에 있었던 법무부의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통한 검사임용방안이 그것이다. 전자는 낮은 합격률 책정 소식에 로스쿨 생들이 집단퇴학을 볼모로 항의한 것이고 후자에 대하여는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며 주로 사법시험준비생 또는 사법연수원생들이 격하게 반발하였던 것이다. 금년 제52회 사법시험 합격자 대다수가 집단행동의 항의표시로 사법연수원 입소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초유의 사태들은 법학교육 내지 올바른 법조인 양성의 진통으로 치부하기에는 뼈아픈 사건이고 급한 불만 껐지 그 불씨는 아직 잠복되어 있다.


이와같은 일이 왜 일어났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법학전문대학원법이 전격적으로 통과된 후 개원까지 그 준비기간이 지나치게 짧았고 또 전체적인 세밀한 구상없이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교수진 구성 등 로스쿨을 준비하는 데에 실제 소요된 기간은 1년여에 불과하다. 로스쿨을 준비하였던 법과대학 교수들은 그야말로 로스쿨 ‘광풍’(狂風)을 온몸으로 겪었다.


로스쿨 교육에서는 교과목의 시간수가 종래 법과대학의 경우와 비교하여도 태부족인 문제점이 나타났고 변호사 시험과목이 헌민형 등 주요과목으로 짜여있다 보니 국제화·특성화에 부응하는 선택과목은 폐강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국제 경쟁력 있는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법학전문대학원 본래의 교육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위험해지고 있다. 필자도 로스쿨에서 과거 법과대학과 비교하여 얼마나 현실감 있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늘 되물으며 가르치고 있다. 아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은 스스로 2% 부족하다고 착각 속에 지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배우는 로스쿨 생들은 20% 이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차이는 곧 법조인의 질 저하로 직결될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체계적인 실무교육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학교가 법학전문대학원 3학년에 통합응용 또는 실무과목을 편성하고 있지만 가르치는 사람의 통합전문성도 부족할 뿐 아니라 오래 전의 실무 감각으로 가르치다 보니 현재의 실무와 얼마나 다른지 모르고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1년만 지나도 격차가 벌어지고 둔감해 지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우수한 국제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면서 기존의 사법연수원을 로스쿨 졸업생들을 위하여 활용하지 않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법조인은 변호사라 할지라도 인권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중차대한 공익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 방학 때 마다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로펌’(Law Firm)에서 변호사 실무수습을 하고 있지만 가르치는 사람마다 또 그 환경마다 천차만별이여서 과연 실무교육이 체계적·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할 것이다.


사법연수원은 1971년 대법원 신관에서 개원한 이래 1998년부터 교육과정이 대대적으로 개편되어 현재의 모습에 이른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대학원과 유사한 학기제 및 학점제로 개편되어 1년차에는 원내교육, 2년차에는 주로 원외 실무수습을 실시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은 그동안 지나치게 판검사 실무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파견되는 판사와 검사로 주로 교수진이 구성되다 보니 시대적 환경변화에 둔감하다는 점, 기존의 법과대학의 교육은 교양법학으로 치부하고 의욕이 지나쳐 너무 많은 교과목이 편성·운영되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법조실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법과대학에서의 이론교육을 탈피하여 현실감과 분쟁해결능력을 제고하였다는 공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 사법연수원은 약 40년에 이르는 법조교육경험을 살려 로스쿨 시대에서도 실무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교육기간은 1년 이내면 충분하고 예산은 수익자 부담으로 하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여러 국가에서 법조인양성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점은 법조인은 여러 방면에서 법치주의 수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육은 현재 검사와 판사가 각 1명씩 로스쿨에 파견되어 교육하는 것보다 교육의 효과는 몰론 책임감과 소속감이 현저할 것이다.


작금 법조일각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법조실무 능력을 평가 절하하여 사법시험 합격생과 차별화하거나 변호사 시장의 장벽을 치고 보수를 낮게 책정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사법시험 출신자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자를 차별하거나 서로 매도, 감정대립을 하며 난타질을 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물안 개구리 식’ 이전투구를 하다가는 목전에 다다른 법률시장개방에 즈음하여 영국과 미국의 대형 로펌에 고스란히 안방을 내주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실무교육 없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안착도 어렵고 국민 전반의 로스쿨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