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교육개혁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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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교육개혁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 호문혁
  • 승인 2002.12.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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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서울대 법대교수
 
법학교육개혁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사법시험의 해악성에 대한 인식 부족해 법학자 양성 방안에는 관심없어


올해도 어김없이 사법시험은 실시됐고 곧 천 명 정도의 합격자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 장차 제대로 법조인 노릇을 할 수 있을 사람들이 합격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올해도 지울 수 없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논의했지만 아직도 뚜렷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할 때 늘 그렇듯이, 먼저 실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문제점 추출이 필수적이다.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의 개선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들이 법조인이다. 이들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답답한 것은, 이들은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에 관한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아는 것은 수십 년 전 자신들이 학교 다니고 사법시험 공부할 때의 상황이다. 사법시험이 오늘날 인접학문에 어떤 해독을 끼치고 있는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공들여 가르쳐 준 법적 사고와 정의의 관념을 이른바 고시산업계에서 얼마나 간단·신속하게 파괴해 버리는지 알 리가 없다. 그런 낡은 상황 인식을 가지고는 올바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


또 매우 답답한 노릇은 법학교육과 사법시험 개선책을 논의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 목적이 다른 데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등학생의 과외열풍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법과대학을 대학 입시에서 차단시켜 학사과정인 법과대학을 없애고 미국식 로스쿨(law school)을 도입하라고 부추기고, 다른 전공분야에서는 각기 그 분야에 우수한 학생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로스쿨을 찬성한다. 이들이 우리와 미국의 법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라 법학 교육도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하여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반대로 법조인들은 법조인의 양산으로 그들의 희소가치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로스쿨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학교를 믿을 수 없다고 핑계를 댄다. 자칫 배가 산으로 갈까봐 걱정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의사시험이 의사라는 전문가 선발 시험이라는 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사법시험은 조선왕조 때의 과거시험과 같다고 생각하여 4천만의 시험이요, 출세의 관문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 둘 것은, 과거는 기본적으로 행정관을 선발하는 시험이지 사법관을 선발하는 시험이 아니었으며, 오늘날의 사법시험은 남의 일 뒷바라지해 줄 법률 전문가를 선발하는 시험이지, 출세할 사람을 선발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산천이 몇 번이나 바뀌어야 우리 국민들이 고치게 될까.


가장 답답한 일은, 종래 법학교육과 시험 제도에 관해 온갖 논의를 다 하면서 아무도 법학자 양성 방안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왜곡된 사법시험 제도 때문에 대학원에서 학자로서의 길을 가려는 사람이 씨가 말라 가고 있음을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대학원까지 가서 시험공부를 계속하는 학생들을 손가락질만 할 뿐,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다. 법학자 양성 없는 법조인 양성은 모래위의 누각임을 왜 모르는가.
 지난 겨울에 중국 인민대 교수와 이야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요즘 재판제도와 법학교육제도를 개혁해 가면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에 쉽게 합의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 만들어가기 때문에 기득권층도 없고 각 집단이 아무런 욕심이 없어서 일의 진전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과거의 짐을 다 벗어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법학계와 법조계는 조만간에 모두 경쟁력을 상실하고 처참한 지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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