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형사소송법 제224조 ‘고소의 제한’ 규정의 합헌성 인정
상태바
[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형사소송법 제224조 ‘고소의 제한’ 규정의 합헌성 인정
  • 법률저널
  • 승인 2011.04.08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24조 ‘고소의 제한’ 규정의 합헌성 인정
- 헌법재판소 2011.2.24. 2008헌바56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청구인은 어머니가 자신을 존속상해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이번에는 자신이 어머니를 무고 및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에 검사는 청구인의 고소가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2007.12.26. 각하 결정을 하였다.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한 다음에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ㆍ고발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제224조 및 제235조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들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며 2008.6.1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며, 위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법률조항은 ‘고소의 제한’에 관한 규정이기에 형사소송법 제224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심판대상이 되었다.
 
2. 쟁 점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존비속’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로 인하여 고소권을 제한하는 법률조항이 과연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3. 결정이유 요지(합헌 : 재판관 4인 의견)
가. 일반적으로 차별이 정당한 지 여부에 대해서는 자의성 여부를 심사하지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

나. 비친고죄에 있어서는 고소의 존부와 무관하게 기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간접적 · 사실적인 제약이 될 뿐이다. 친고죄에 있어서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특별법에서 직계존속에 대해서도 고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 대상이 되는 범죄는 비밀침해죄와 업무상비밀누설죄 등 몇몇에 불과하며, 가해자인 직계존속이 법정대리인인 경우에는 비속의 친족이 고소하여 형사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다. 따라서 친고죄의 경우든 비친고죄의 경우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평등원칙 위반 여부는 완화된 자의심사에 따라 판단하면 족하다.

다. 범죄피해자의 고소권은 형사절차상의 법적인 권리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그 나라의 고유한 사법문화와 윤리관, 문화전통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넓은 입법형성권을 갖는다. 가정의 영역에서는 법률의 역할보다 전통적 윤리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그 윤리에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윤리와 더불어 그 나라와 사회가 선택하고 축적해 온 고유한 문화전통과 윤리의식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유교적 전통을 받아들이고 체화시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부분 엄연히 우리의 고유한 의식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효’라는 우리 고유의 전통규범을 수호하기 위하여 비속이 존속을 고소하는 행위의 반윤리성을 억제하고자 이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차별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반대의견 요지(재판관 5인 의견)
가. 친고죄에서 특별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대상 범죄가 대폭 축소되었다고 하나 고소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대상 범죄의 범위나 죄질과 관계없이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보아야 하며, 비친고죄의 경우에도 자신의 법익침해에 대하여 타인에게 고소 여부를 맡기는 자체가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위헌심사의 기준은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하여야 한다.

나. 유교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의 기본질서 유지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정당성은 있지만 고소권을 박탈하여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방식은 차별의 목적과 정도의 비례성과 관련하여 문제점이 있다. 존비속이라는 신분관계는 범죄의 죄질과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경중을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형벌권의 행사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는 존속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포기하고 범죄피해자인 비속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차별의 목적과 수단 간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고소권을 박탈하는 것만이 가족제도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하고 불가결한 수단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차별 목적의 비중과 차별의 정도간에 비례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5. 검 토
위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을,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을 내어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선고되었다. 


비친고죄에 있어서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이루어져 기소될 수가 있고 친고죄의 경우에도 특별법에 의해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기에 형사소송법 제224조에서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제한하여도 극히 일부의 죄에 대해서만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226조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피의자이거나 법정대리인의 친족이 피의자인 때에는 피해자의 친족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비속의 친족이 대신 고소를 할 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대법원 1987.9.22, 87도1707; 대법원 1986.11.11, 86도1982 등은 피해자의 생모가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을 고소한 경우에 고소권을 인정하고 있음).


그렇지만 비친고죄의 경우에 고소가 없기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며, 존속을 고소할 수가 있는 특별법과의 형평성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비속의 친족도 사실상 존속의 방해 등으로 인해 고소가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 법률조항으로 인해 직계존속은 비속에 대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은연중에 심어주게 되고 국가형벌권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낳게 된다고 하겠다.
이미 비속이 존속을 고소하여야 할 상황에 이르면 이러한 존비속의 관계는 가족제도와 전통적 윤리의 영역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비속이 존속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수사기관에 따라서는 이를 진정서 등으로 바꾸어 사실상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실무의 현실도 무시할 수가 없다.
결국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규정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제약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위 규정은 폐지함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등을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재직 중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