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사실에서 실무수습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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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판사실에서 실무수습을 마치고
  • 법률저널
  • 승인 2011.03.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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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의 법원심화 실무수습기-

신지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3년

1. 실무수습시작에 이르기 까지
 
방학이 있는 여름과 겨울은 법학전문대학원생에게는 실무수습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실무수습의 장점은 아마도 학기동안 배운 이론 및 실무과목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더욱 법학을 잘 이해하고,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점일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하여 법원에 대한 심층적인 실무수습을 원하는 로스쿨생들을 위해 법원재판실무수습 심화과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자를 모집하여 지난해 11월 26일 실무수습생 139명을 선발하였고, 이에 12월 27일부터 실습이 시작되었다. 수습기관으로 고등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 가정법원 등도 처음으로 수습기관에 포함되었다. 평소에 공법영역에 관심이 많았는데 영광스럽게도 서울행정법원에서 5주간 실무수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 하계실무수습과의 차이점

우선 기간의 차이가 눈에 띨 것이다. 하계실무수습은 2주가 이루어졌으나 심화실무수습은 기본 5주부터 8주까지 수습생이 그 기간을 결정할 수 있으며, 또한 여름에는 합의부에만 배정되었다면 이번에는 합의부와 단독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수습 받는 장소도 달라졌다. 하계수습시에는 보통 시보실에 모여서 근무하고 판사실에서는 하루정도 근무하였다면, 이번에는 주된 업무장소가 배석판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점은 하계수습시에는 수습 받는 법원은 다르더라도 커리큘럼은 전국이 동일하였으나 이번에는 사건 쟁점 정리 및 분석, 국내외 법리 및 판례 수집 정리 등의 주된 업무가 될 것이라는 가이드라인만 제공하였을 뿐 집체교육도 없이 전부 재판부별로 자율에 맡겨졌다. 그래서 같은 법원에 배정받은 사람이라도 저마다 하는 일이 달랐다.

3.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은 겉에서 보면 가건물 같아 좀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사람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듯이 행정법원도 내부로 들어가면 다른 법원에 비해 넓고 쾌적하고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물론 주목받는 사건이 있는 날이면 북적이지만). 또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행정만 담당하는 1심법원으로 작은 규모의 법원이지만 이번 실무수습에 있어서는 가장 많은 17명이 수습을 받은 가장 큰 법원이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정말 많은 준비를 해주셨다. 법원장님과의 식사시간이 예정되어 있어 법원장님과 일대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전체 배석판사님들과의 회식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많은 판사님들과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우리를 판사실에서 수습 받게 하도록 판사실 내부 집기도 다시 배치하였다. 우리부의 경우 쇼파가 사라지고 필자가 사용한 탁자가 새로 들어왔다.

 

4. 필자의 간단한 수습이야기 -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

필자는 제14부에서 성지용 부장판사님의 지도를 받았다. 우리 부장판사님은 인자하시면서도, 학문적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조예도 깊으신 분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2010년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총 15인)으로 뽑히기도 하셨다. 항상 밤늦게까지 사건을 검토하시고 꼼꼼히 챙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런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모든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셔서 양 측 변호사나 소송담당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시고 소송을 매끄럽게 진행하시는 것을 보았다. 민사소송법을 배우면서 상상한 서면주의와 구술주의의 조화의 실사판을 보는 듯 했다.

법무부 주관 제2회 변호사시험 모의시험 응시를 위해 결근한 3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3건씩 기록을 검토하여 총 13건의 기록을 접하였다. 기록은 하계 실무수습 때보다 훨씬 두껍고 어려웠다. 우리 재판부는 산재 전담부였지만 산재의 비중은 30% 정도이고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부장님께서도 여러 사건을 접할 수 있도록 골고루 골라 주셨다. 기록에 대하여 외부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쓴 만큼 필자가 접한 사건에 대한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종류정도만 언급한다면, 시정명령취소소송, 업무정지취소소송, 해임처분취소소송, 정직처분취소소송, 면직처분취소소송,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취소소송, 유족연금 지급불가 결정처분취소소송,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소송, 보충역처분·공익근무요원소집 및 교육소집통지처분취소소송,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 조합설립위원회승인 무효확인소송,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 보상금기각결정취소소송에 해당하는 기록을 검토하였다.

행정법은 단일한 법전 없이 다양한 법률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매사건마다 여러 관련 법률을 찾아보아야 했다. 잦은 개정이 있는 법의 경우는 해당연도의 법률, 부칙 등을 찾아들어가야 했다. 처분성부터 문제가 되어 항고소송인지 당사자소송인지부터가 쟁점이 된 사건의 경우, 정말 양 측 변호사의 주장 사이에서 관련 법규와 판례, 서적을 뒤적거리며 며칠간 갈팡질팡 고생하기도 하였다. 한편, 지난학기 법인세법을 공부하고 실습을 나갔는데 마침 법인세법에 관련되고 필자가 깊이 배운 법리가 문제가 된 사건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어떤 법률이 해당사건에 적용이 되는가가 문제가 되는 사건으로, 필자가 그나마 가장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아 가장 뿌듯해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행정사건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으로 귀결되는 사건이 많다. 그래서 구체적 타당성도 특히 중요한 영역인 것 같다. 필자 역시도 보고서를 작성하며 ‘법대로 해야 한다는 원칙과 이런 경우에까지 적용하면 이 사람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고 여러 증거들을 통해 비교형량해 보았다. 양측이 저마다의 주장을 하는 가운데 모든 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매 금요일 오후에는 부장판사님과 합의를 하고 강평을 듣기도 하였다. 바쁘신 와중에도 많은 시간을 내주시어 정말 감사드린다. 합의 시간은 필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필자의 결론,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 등을 보고하고 이에 대하여 부장판사님께서 평가하시고 필자가 잘 못 짚은 부분에 대한 지적 및 설명을 해주셨다. 특히 부장님의 예리한 질문에는 정말 진땀을 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 필자의 의견을 실제 결론에 반영해주시기도 하였는데 정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5주 동안 배석판사실에서 근무하면서 두 분 배석판사님과는 하루 종일 일과를 같이하였다. 그 덕분에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도 있었고, 배석판사님들은 필자에게 관심을 보이시면서 질문해 주시기도 하였다. 필자는 정식 구성원이 아니어서 판례정보시스템에는 접속권한이 없었는데 이 때문에 검색되지 않는 판례를 찾아 달라고 종종 부탁드리기도 하였다. 가까이에서 실제 판사업무를 하시는 것을 곁에서 볼 수도 있었다. 판사라는 직업을 약간의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더 커진 듯하다. 필자에게는 일주일에 3건이 전부였지만 판사님들은 정말 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계셨다. 이 때문에 책상 가득 사건이 쌓여 있었다. 다른 재판부 배석판사실도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판사실마다 집기 배치도 다르고 판사님 개성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5주 동안 머무르면서 신경써주신 배석판사님께 감사드리면서 한편으로는 배석판사님들을 귀찮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5. 재판부의 식사시간

필자는 매주 수요일 수습생들끼리 친목을 다지기 위한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부장판사님과 배석판사님들과 식사를 하였다. 때로는 다른 재판부 판사님들과 합석하기도 하였고, 재판이 있는 목요일에는 행정주사님을 비롯한 우리부에 소속된 모든 관계자 분들과 같이 식사하기도 하였다. 재판부의 식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평의의 시간이기도 하고, 고민상담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합석 시에는 다른 재판부와의 정보 교류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6. 한국행정판례연구회

1월 14일 금요일에는 행정법원 회의실에서 행정법 교수님들과 서울행정법원의 판사님들 그리고 행정법에 관심있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행정판례연구회의 새해 첫 정례발표회가 있었다.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였고, 마침 첫 발제자가 우리 부장판사님이시기도 하여, 부장님을 따라 연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발제는 실무를 담당하는 서울행정법원 판사님이 한 분, 학계의 교수님이 한 분씩 담당하셨다. 한국행정판례연구회는 학계의 연구가 판례에 반영되고, 실무에서의 고민이 학계에 전달이 되는 학문과 실무가 조화로이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학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송화 회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나에게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주시기도 하셨다. 영광이었다. 행정법계에서 기라성 같은 교수님들이 내 앞에 계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미국에서 1년간의 연구년을 마치시고 돌아오신 우리학교의 김중권 교수님을 오랜만에 뵙게 되어 더욱 좋았다.

7. 마치며

2011년 1월 28일 필자는 5주간의 실무수습을 종료하였다. 연장을 하고 싶었는데 뒤이어 사법연수원 동계연수프로그램을 신청해 놓은 터라 아쉽게 5주로 마감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재판부에서 송별회도 해 주셨다. 실무수습을 통해 많은 서면을 읽으며 법률 문서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었고, 부장판사님, 배석판사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법적 사고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을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신 법원장님과 기획법관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전반적으로 이번 심화실무수습을 기획하시고 관장해 주신 법원행정처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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