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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제위원 비공개'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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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제위원 비공개' 재고해야
  • 이상연
  • 승인 2002.12.04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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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 긴장, 불안 등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심리 상태에서 수험생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제44회 사법시험 2차시험이 오늘 발표됨으로써 장장 5개월여 동안 끌어왔던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는 이제 그 막을 내리게 됐다. 돌이켜 보면 본지 홈페이지에는 발표를 앞두고 채점과 관련된 각종 글들이 하루 100여건 이상 쏟아졌다. 특히 근거 없는 채점위원의 이름이 거명되는가 하면 심지어 이와 관련된 온갖 비방과 루머성 글들이 난무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셈이다.
 
이처럼 과열 현상을 보이는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출제위원 비공개에 따른 요인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본지가 사법시험 채점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무부의 방침을 보도하자 또 다시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보에 따르면 지금까지 출제위원을 공개하면서 채점 방식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아 채점위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출제위원을 공개하다보니 저명한 교수들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을 기피함으로써 인력풀이 작아져 다음 시험에서 출제위원을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돼 결과적으로 낮은 수준의 문제가 출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가 밝힌 비공개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법상 정보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 사유가 있을 때에만 비공개 하도록 하고있는 만큼 법리를 엄밀히 따질 경우 법무부의 시험 관리상의 어려움은 비공개 사유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출제위원의 비공개는 수험생들의 정보 욕구에 대한 갈증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논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전자정부시대다. 전자정부의 핵심은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온라인화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접근과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형 정부로서 행정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위해 공개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에 법무부가 이전 행정자치부에서도 공개하던 출제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2차시험 채점평은 물론 출제위원마저 공개되지 않는다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시험에서 수험생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꼴로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채점위원 공개는 채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수험생들의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채점위원이 누구며, 채점을 공정하게 이행했는지, 못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수험생의 당연한 알 권리이다. '핵심 증거에의 즉시 접근(Ready access to essential evidence)'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법무부는 채점위원의 비공개가 오히려 시험의 공정성 자체를 심각히 훼손하는 부작용이 있음을 인식하고 공개행정의 원칙하에 채점위원을 공개하는 것이 채점의 제도적 공정성을 보장하고 의혹을 불식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법조인력을 선발하는 전문시험으로서 사법시험을 정착시키려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출제위원 비공개의 방침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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