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수석 인터뷰-"공정하되 따뜻한 마음 가진 법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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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수석 인터뷰-"공정하되 따뜻한 마음 가진 법관이 되고 싶다"
  • 법률저널
  • 승인 2011.01.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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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혜 제40기 사법연수원 수석·제50회 사법시험 합격·서울대 법대 졸업


지난해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성적 우수상 수상자 가운데 수석을 포함해 상위 1·2·3등이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게다가 수상자 10명 중 절반인 5명이 경제학과 출신으로 비법학 전공자가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는 법학 전공자가 수석을 차지하면서 법학 전공자의 자존심을 살렸다. 오는 12일 수료를 앞둔 제40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대법원장상을 수상하게 된 화제의 주인공은 스물여섯 살의 법학도인 강인혜씨. 아직 앳된 모습의 강씨는 한영외고를 졸업한 서울대 법학과(03학번) 출신으로, 연수원성적 4.3만점에 4.26점으로 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내달 판사로 법조인의 첫 발을 내딛는 강인혜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수원에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아직 많이 부족한 제가 이렇게 과분한 결과를 얻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조심스럽다"며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해했다.

 

적정한 해결책과 판단 제시하는 법관에 매력

그는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의 말을 가장 가까이에서 귀 기울여 듣고 이에 대해 적정한 해결책과 판단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법관의 모습에 매력과 보람을 느껴 법원행(行)을 택했다. 그는 무엇보다 판결을 통해 사회 전체에 조금이나마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관을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석의 연수원 생활이 궁금했다. 그는 시험기간 동안에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힘이 들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법원, 검찰, 로펌행으로 진로가 갈리는 만큼 사법연수원은 '제2의 고시촌'과 다름없다. 더욱이 최근 법조일원화로 판검사 임용이 줄면서 연수생들의 '성적 관리'가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씨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훌륭하신 교수님들, 든든하고 편안한 동기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어 평생 소중한 시간으로 간직될 것"이라며 연수원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특히 연수원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체육대회와 1년차 기간에 매달 열리는 조별 체육행사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체육대회는 준비기간 동안 반원들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고 저희 반이 극적으로 우승을 하여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며 "조별 체육행사 시간도 연수원 생활에서 벗어나 남산, 강화도 등 다양한 곳에서 조원들과 다같이 소풍가는 기분으로 하루를 함께 하고 나면 여러모로 기분전환도 되고, 체력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연수원 1년차 형에 처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2주간 치르는 잔혹한 시험 때문이다. 사법연수원에 들어올 정도면 다들 시험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격일로 2주간 치르는 시험은 정말 인권위에 고발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험이라고 연수생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2주간의 시험 심리적·체력적으로 지쳐

강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1년차 2학기 시험이 가장 버티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처음 접해보는 2주일이라는 긴 시험기간 동안 저녁 6시까지 시험을 보고, 짧은 시간 동안 바로 다음날 시험을 대비해서 매우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그날 시험에서 틀린 점을 다음날 과목을 공부하다 바로 발견하고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등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연수원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무척 많은 것 같다면서도, "연수원 공부는 물론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그 외에 연수원 생활은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어느 분야에 나아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미리 깊이 배우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실무수습을 통해 직접 당사자들을 마주하고, 여러 동기들과 선배 법조인들로부터 법조 생활의 다양한 면들을 접하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기르고 식견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수원 성적을 잘 받는 비결에 대해 궁금해하자 그는 "무엇보다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새로운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수업시간을 충실히 활용하였고, 기록 등 연수원 공식 자료에 집중하여 반복하며 공부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수업에 충실하면서 자료를 반복해 공부

특히 그는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각종 자료와 정보들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런 것들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보면 오히려 마음만 불안하고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며 "양을 늘리지 않고 교과서와 기록, 공식 자료에 교수님들의 설명을 잘 정리한 후 반복하여 이해하고 기록을 작성해보면서 기본틀을 잘 정리해놓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고 조언했다. 또한 "4학기 시험에 대비해서는 여러 판례들을 깊이 있게 꼼꼼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사법연수원의 커리큘럼이 일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수원 공통연수는 세 학기로 구성하여 1,2학기는 종래와 유사하게 운영하되, 3학기에는 전공과목 등에 대하여 교육 평가를 실시하고 4학기에 직역별 분리연수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법조일원화와 맞물려 직역별 연수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수원 커리큘럼 개선과 관련, 강씨는 "앞으로는 연수원 수료 후 바로 임관하는 인원이 적어지고 변호사의 수가 많아지는 만큼 지금보다는 민사변호사, 형사변호사 과목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도 1년차 때 전공 과목을 정해 공부하도록 되어 있지만, 좀 더 비중을 늘려 관심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에게 무슨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강씨는 틈틈이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정 답답하고 공부가 안 될 때는 밖에 나가 호수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영을 즐겨했다. 연수원 생활 중에도 방학 때나 시간이 나는 틈을 이용하여 근처 수영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 관리도 했다.

입소 전에 실체법적 지식 다져야

그는 오는 3월 사법연수원 입소를 앞둔 제42기 예비연수생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연수원 입소하기 전까지 실체법적 지식들을 다져놓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연수원 공부를 하는 도중 기본적인 실체법 지식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연수원 커리큘럼상 입소 후 민,형사 실체법 공부를 새로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연수원 입소 전까지 가능하다면 판례 등 지금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익혀두었던 실체법적 지식들을 다져놓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한 "운동 등을 통해 건강 관리를 잘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판사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당사자들에게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법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당사자들의 말을 진심을 다해 듣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에 대해 판단을 내려 패소한 당사자라도 조금은 위로 받을 수 있는 따뜻한 판결을 하고 싶고, 어떤 사건을 접하든 첫 발을 내딛는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감사할 사람도 많았다. 특히 연수원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한 그는 부모님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강씨는 또 어려운 연수원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해준 여러 친구들과 조원들, 부족한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성실히 노력해야

끝으로 수험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요청하자 강씨는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마음을 다잡아가며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왔던 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며 수험생들에게 성실함을 주문했다.


그는 또 "뻔한 말 같지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겸연쩍어 하는 전화 목소리였지만 조근조근한 그의 말투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막 법조인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될 강씨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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