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또 다른 디아스포라, 조선적 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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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또 다른 디아스포라, 조선적 재일동포
  • 법률저널
  • 승인 2010.11.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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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영화 '박치기'를 본 적이 있습니까. 조선학교에 다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선적 재일동포의 한과 슬픔을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한 영화말입니다. '박치기'에는 아주 아름다운 노래 '임진강'이 등장합니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물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임진강 하늘 높이 무지개 서는 날
옛 친구 들판에서 내 이름 부를 때
내 마음 고향 모습 추억 속에 사라져도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영화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 눈물을 참기 위해 몇 번 눈을 깜박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가사에 담긴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법적인 문제를 접하게 되면서 그들이 처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이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조선적 재일동포가 누구인지 설명을 해야겠네요. 일제시대에는 조선에 있던, 일본에 있던 누구나 황국신민이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모두 황국신민, 즉 일본인이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해방을 맞이하고 다시 조국이 분단되면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적법에 의하여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일본이 이들 재일동포의 일본 국적을 박탈하면서 졸지에 무국적자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자녀, 손자녀들도 무국적자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지금도 이들의 외국인등록증에는 국적이 '조선'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조선적 재일동포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냉대와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 때문에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조선적 재일동포 상당수가 국적을 일본이나 대한민국으로 변경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조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통일된 조국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조선적 재일동포 '정영환'은 대한민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한민국오사카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을 했습니다. 조선적 재일동포가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여행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증 면제 협정에 따라 일본인들은 여권만 있으면 대한민국에 수월하게 입국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대한민국오사카영사관은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였습니다. 그 실질적인 이유는 '조선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비단 오사카영사관뿐만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이 거부된 사례는 극히 일부였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은 중단되었습니다. 공감은 정영환을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1심에서는 이겼지만 항소심에서는 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선적 재일동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오사카영사관은 자유롭게 여행증명서의 발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 다른 조선적 재일동포 '리영애'는 대한민국 남성과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식을 치른다는 이유로 어렵게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 대한민국에 왔지만 3개월의 체류기간도 끝나갑니다. 그래서 '리영애'는 법무부에 외국인배우자비자 신청을 하였습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외국인, 즉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한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신청서도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이유는 '조선적 재일동포는 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좀 복잡한가요.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때에는 조선적 재일동포를 외국인으로 취급했다가 또 어떤 때에는 조선적 재일동포를 외국인이 아닌 자로 취급합니다. 아주 모순된 입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조선적'을 유지하는 재일동포는 뭔가 수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빨갱이라는 해묵은 딱지를 붙이고 같은 동포에 대해서 일본인에 대한 것보다 더 못한 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조국은 분단되지 않은 '조선'뿐입니다. 조국의 분단을 슬퍼하고 통일을 꿈꾸는 그들이 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들에게 남과 북,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조선적 재일동포는 오늘도 임진강을 부릅니다. '내 마음 고향 모습 추억 속에 사라져도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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