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회 행시 최고령 합격수기] 九死一生... 권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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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회 행시 최고령 합격수기] 九死一生... 권대일
  • 법률저널
  • 승인 2002.11.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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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일
최고령합격(36세), 법무행정직                            
고대영어교육학과 卒

 

1. 처음에
 

최연소를 꿈꾸며 시작한 고시공부가 어느새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최고령 합격이라는 통지를 받고 보니 이제서야 큰짐을 내려놓았다는 후련함과 내 젊음을 송두리째 탕진했다는 원망이 교차합니다. 이렇게 오랜 공부기간을 거쳐 합격한 제가 합격기를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서 합격기 쓰는 것을 망설였습니다만 이제 고시공부를 시작하는 고시생들에게는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오랜 기간동안 고시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저와 같은 노장 합격생도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가지시라고 격려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제 입장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이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하시기 바랍니다.

 

2. 공부과정


군인이 되기를 꿈꾸던 저는 육군사관학교 입학시험(신체검사)에서 낙방하고 좌절감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대학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재수를 결심하였으나 집안의 반대가 워낙 심하여 포기하고 1년 내내 술과 더불어 지내다 뭔가 목표를 세워야만 대학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것이 고시였다. 처음에는 교육직을 준비하였으나 교육학의 내용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져서 일반행정으로 바꿨다. 졸업하던 해에 드디어 1차에 합격하였으나 너무 의욕이 앞섰던지 2차 준비과정에서  몸이 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를 졌고 2차는 사실상 포기 상태에서 응시하였고,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군입대를 결정하였다.

 

군대는 공군학사장교(사후88기)로 입대하여 40개월을 근무하였는데 아마도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때인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휴가 기간이었던 것 같다. 94년 8월말에 제대해서 다시 본격적으로 일반행정직에 응시하였다. 95년부터 99년까지 행정고시 1차에 세 번 합격하고 2차에 5번 응시했으나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99년 10월 동차로 응시 한 2차 시험 불합격을 확인한 뒤 내년부터는 행정고시 응시연령 초과로 더 이상 응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1주일간 고민 후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세상이 모두 끝난 것 같은 절망감을 안고 100일간 사법시험 1차를 준비한 후 응시한 시험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으나 형법만 조금 잘 보았더라면 합격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험공부를 포기하고 집에서 백수생활에 들어갔다. 할 일을 찾았으나 세상물정 모르는 고시생에게 취업전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감을 안고 집 앞에 있는 덕소중학교 테니스장에 나가서 테니스나 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테니스를 치게 되었는데 교장선생님이 대학교 선배님이셨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사자리를 물색해 줄테니 교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으셨고 할 일이 없었던 저는 그 곳 중학교에서 1개월의 기간제 교사를 거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심석고등학교에서 2000년 5월부터 영어교사 생활을 시작하였다. 교사로 재직하던 중 그곳에서 먼저 근무하고 있던 대학동기 여교사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는데 같은 학교에서 부부교사가 함께 근무할 수 없다고 하여 결혼을 연기하고 타학교로의 이동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나이가 많아서 이동이 쉽지 않았고 그 사이에 행정고시 응시연령이 군제대자의 경우 상향조정되어 다시 응시기회가 생겼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1차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기존의 학교방침이 변경되어 결혼하면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을 같은 재단 내에 있는 중학교로 보내 주기로 내락되어 공부는 사실상 포기상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시병이 도져서 2001년 100일간 사법시험 공부한 경험을 내세워 별 생각 없이 법무행정직에 응시원서를 접수하였다. 응시원서를 접수하고는 아예 책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구정(설날)을 지내고 나자마자 날벼락이 떨어졌다.  다른 선생님들의 반대로 중학교로 보내 줄 수 없으니 결혼하게 되면 한 사람이 학교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벌써 3월에 결혼날짜도 잡아 놓았는데...  앞으로 1차  때까지 남은 기간은 3주. 발등에 불이 떨어 쪘다. 거의 절망상태에서 3주를 보내고 1차 시험에 응시하였는데 내 자신도 믿기 어렵게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래도 비빌 언덕은 생겼다. 하늘이 나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구나.  학교에서 한 학기를 더 근무한 후 2001년 8월말에 학교측의 요구에 의하여 퇴직하였다.

 

퇴직 후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후 내 나이 등을 고려하여 행정고시보다는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하고 법무행정 2차 시험은 포기하고 사법시험 1차를 준비하였다. 열심히 형법공부를 하고 있던 2001년 12월말 법부행정 선발인원이 5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이 친구에게서 왔다. 집사람의 끈질긴 설득에 굴복하여 2002년 1월1일부터 사법시험공부에서 행정고시 2차 시험으로 전환하였다.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처음 보는 민사소송법은 나를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마음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지친 육신은 앞으로 나아가길 거절했다. 3월 한달 신림동에서 보내고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서 고려대학교 고시반으로 이동하였다. 고시반에서 마무리 정리하고 7월 초에 응시한  2차 시험은 지금까지 본 2차 시험 가운데 가장 자신이 없었다. 2차 시험이 끝난 후 이제 더 이상은 공부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업종전환을 하기로 하였다. 보습학원을 운영해 볼 계획을 세우고 여기저기 물색하고 있던 중 2차 합격소식을 들었다. 내 자신도 잘 믿기질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자신 있게 친 시험은 모두 낙방이고 공부량도 없고 제일 엉망으로 본 시험은 합격이란다.

 

3. 공부방법론
 

1차는 객관식인 관계로 전 범위에 걸쳐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운보다 실력이 좌우하는 경우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1차의 경우는 객관식이므로 객관식 문제집으로 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며, 특히 여러 책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정평있는 책을 한권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보았는지 보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합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분량에 신경을 쓰다보면 내용파악이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차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실력 30%, 운 70%라고들 합니다. 6년 전에 대학교 선배랑 2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선배님 이야기가 2차는 제비뽑기라고 자기는 자기가 원하는 수가 나올 때까지 제비뽑기를 계속할거라고 하시기에 저는 그런 소리는 자기변명에 불과하다고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해 내가 시험을 훨씬 잘 보았다고 자평하였는데 결과는 선배님은 합격하고 저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정말 제비뽑긴가...  올해 2차 시험 결과를 보고 2차 시험은 제비뽑기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운이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실력 30%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실력 30%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대운이 와도 결국은 불합격이라는 사실입니다. 실력 30%는 확실하게 갖춘 후에 운을 기다려야 되겠지요. 2차의 경우 법학과목은 독학만 하지 말고 반드시 강의를 듣고 타인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과의 토론 시에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면 감정이 상하기 쉬우니 자신의 오해 내지는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2차 응시경험이 없는 분은 모의고사를 통해 답안작성연습을 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2차는 1차와는 달리 자신이 직접 내용을 기술해야 하므로 시험이 가까워지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쉬우므로 서브노트를 만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전과목을 다 서브하기가 어려우면 몇 과목만이라도 서브를 해두면 시험이 가까워져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 직렬의 선택 및 공부장소
 

저는 예전에는 행정고시의 일반행정을 준비했었는데 행정학이나 정치학, 정책학 같은 과목들이 공부하기가 막연했고 2차 점수가 채점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일반행정직에서 법무행정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법학과목의 경우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았고 범위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2차 시험의 경우 '--학'과목과는 달리 거의 정답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공부하기가 편할 것 같아서 법무행정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수학처럼 명쾌한 결론을 좋아하거나 권위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에게는 법학과목이 적합하고 자유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형식에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학'이 주요과목인 직렬(일반행정, 교육직 등)이 적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부장소로는 대학교 도서관이나 학교 고시반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림동 고시원의 경우 독방생활은 지치기 쉽고 별도의 독서실 이용은 비용이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장 수험생의 경우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노장 수험생들끼리 모여 있을 경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시험준비가 느슨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에 자신이 없을 때는 과감히 업종 전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워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찾아 본다면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길을 가다가 그래도 내 길은 고시라고 생각이 들면 다시 돌아 올 수 있고 그때는 고시가 새롭게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5. 마치며
 

지금까지 버텨 온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옵니다. 그러나 세월이란 아무리 어려워도 지나고 나면 채색되어 추억이 되는가 봅니다. 그렇게 어렵게 지냈던 세월들이 글로 표현하려니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변해버리고 마는군요. 수험생 여러분 지금이 어렵더라도 일단 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아마 지금의 어려움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시공부는 일단 시작했으면 중도에 그만 두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는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타인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슬프게 쓴 제 이야기가 이것을 읽고 있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여러분 모두에게 합격의 영광이 함께 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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