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당신은 '조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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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당신은 '조국' 이었습니다
  • 법률저널
  • 승인 2002.11.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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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영웅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15일 새벽 별세한 손기정(孫基禎)옹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42.195㎞를 달려 세계를 제패했던 철각(鐵脚)이 파란만장한 90년 생애를 접은 것이다. 마라톤 인생을 쉼 없이 완주해 이제 평화롭게 잠든 고인에게 숙연한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일제 식민치하의 난세에 태어나 비록 일장기를 달고 월계관을 썼지만, 그는 암울한 시대 우리 민족에게 용기와 긍지를 안겨준 민족의 영웅이었다. 그의 쾌거가 우리 민족에게 안겨 준 기쁨과 용기가 얼마나 컸는지 말로 형언하기조차 힘들다. 비운과 비극을 감격과 희망으로 바꿔놓은 '손기정옹의 정신'은 우리 고시생들에게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손기정옹은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가 고시에 매달려 온 것처럼 그는 오직 마라톤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리고 평생 가슴속에 '조국' 이란 두 글자를 새겨놓고 살았다. 손옹의 화제는 최근까지도 한국마라톤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1912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손옹은 타고난 강골에 노력파였다. 16세 때 중국 단둥(丹東)의 회사에 취직한 뒤 신의주∼압록강 철교∼단둥에 이르는 20여리 길을 매일 달려서 출퇴근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의 넋은 육신을 떠났다. 지금쯤 그의 넋은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을 입에 달면서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향 신의주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
 

손옹은 영면했지만 그가 우리들에게 남긴 교훈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그가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출전했지만 한국을 위해서 달렸던 대한남아였다는 점이다. 우승한 후, 메달 수여식에서 일장기가 게양되고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동안 그는 시종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환호하기보다는 시상대에서 고개를 떨군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비통해 했던가를 느낄 수 있다. 그는 긴 세월을 살았지만 결코 코스를 벗어나지 않고 올곧게 자기의 길을 걸어온 '영원한 마라토너' 였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정신과 바른 몸가짐은 후세인 우리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마라톤 영웅은 모진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달려 한계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와 민족사랑의 정신을 남겨 주고 떠났다.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달래며 달린 민족혼은 나라가 두동강 난 시대를 걸어가는 오늘의 체육인들과 민족구성원들에게 한결 더 뜻깊을 수밖에 없다. 손기정이 달린 길로 더 많은 손기정이 달리길 기원한다
 

이 같은 고인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는 것은 후세대인에게 남겨진 과업이다. 한국 체육의 '산 증인' 손기정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 독자 권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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