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법시험 난이도조절...수능 '난이도파동'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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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 난이도조절...수능 '난이도파동'을 보고
  • 법률저널
  • 승인 2002.11.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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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을 비관한 수험생이 12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수험생이 겪는 결과에 대한 중압갑은 각자가 극복해야 할 몫이지만, 올해 시험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여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철부지 수험생의 자살이 나약한 자기연민의 결과로 단정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수능시험의 평균점수가 재작년에 27점 상승했다가 작년에는 66.5점 하락했다고 한다. 올해도 출제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을 보면 교육당국은 '주먹구구식 시험관리'란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 같다. 교육당국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낸 올해 수능시험의 결과는 백년대계의 와중에 겪는 시행착오쯤으로 변명되기에는 낯뜨거울 만큼 궁색하다.
 

시험문제출제에서 난이도 조절은 변별력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나치게 쉽거나 어려울 경우 양쪽 다 변별력을 상실함으로써 시험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게 된다. 난이도 조절의 실패는 시험의 공신력과 수험생의 신뢰를 상실하게 한다. 시험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관리당국의 책임은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결코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사법시험1차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학과목이 선택으로 실시되는 마지막 시험이다.중국어를 선택하여 3년간 낭패를 보았다는 수험생 김모씨(30세)는 "올해 어학 선택도 마지막인데 이번 한번만은 행운이 비껴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시험에 약간의 운이 따르는 것은 통례라 하더라도 복권을 긁듯 운에 좌우된다는 것은 넌센스다. 어학선택의 마지막 시험에서 법무부는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동일한 과목에서도 출제의 난이도 조절은 쉽지 않다고 한다. 각기 다른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고 점수의 비교는 절대적으로 하는 선택과목의 경우 공평한 평가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평가의 편차에서 오는 손해는 수험생이 선택한 기회비용으로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어학과목의 단일화, 공인제의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 힘이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004년 이후에도 법률선택과목은 남아 있게 되는데 이를 유지하게 된 배경은 다양한 학문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고 획일화된 전문인 양성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과목별 난이도 조절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험관리당국인 법무부가 떠맡은 과제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최교일 부장검사)은 년초 본지 2002년 특별기획 '시험정책담당관에게 듣는다'에서 올해부터 선택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최대역점을 둔다고 밝힌 바 있다. 선택과목의 배점을 5할로 축소하고, 문제선정과 검토차원에서 강도를 높이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지만, 한시적으로 시험위원이 급조되어 출제를 하고 있는 등 시험출제 단계에서부터 근본적인 대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일본의 사법시험제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시험관리는 제도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대안마련을 미룬다면 출제자체의 잘못으로 수험생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제3의 자살자로 이어질 수 있다.
 

전향적인 시험관리를 통해 호평을 얻고 있는 법무부에 거는 수험생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정책입안자이기도 한 법무부는 출제 등 시험정책에 대한 모라토리움이 수험생의 정신적 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사법시험관리위원회도 형식적 기구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시험관리의 전문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내년도 사법시험이 100일 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법무부는 수능시험의 난이도조절실패를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재홍기자 jh3377@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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