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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검찰'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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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검찰'로 거듭나라
  • 이상연
  • 승인 2002.11.1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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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사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건에 관련된 주임검사가 사법처리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현직검사가 업무수행상 잘못으로 사법처리되는 것은 검찰 사상 초유의 일이다. 동시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동반사퇴라는 최악의 오욕을 겪으면서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물고문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니 검찰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새로 임명된 것을 계기로 검찰이 결연한 개혁의 전기로 삼지 않는다면 이 같은 오욕과 수치는 역사 속에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검찰 역사상 참으로 비상한 시기이다. 검찰 모두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대 절명의 시점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심상명 신임 법무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우리 검찰 사상 유례없는 수치스러운 인권유린 사태에 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 한다"며 "이번 불행한 사건이 우리나라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획기적인 획을 긋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비인간적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혁파하는 등 내부의 인권침해와 싸워야 한다. 조사단계부터 변호인 입회 허용, 수사기관 가혹행위에 대한 재정신청범위의 확대는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검찰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가 미비해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가 관행처럼 되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된다'는 인권 존중사상을 새삼 다짐할 때다. 

 
검찰이 치욕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멀지 않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에서 실정법화되고 미연방헌법 수정 제5조 및 제14조에 규정된 인신보호의 대원칙인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의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적법절차주의는 절차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절차의 적정성까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란다(Miranda) 사건 등의 판례를 통해 확립된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불법의 과실도 불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문·폭행·협박·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등 진술의 임의성이 없는 피고인의 자백이 증거능력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의 영원한 숙제인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일도 동시에 이뤄야 한다. 24년간 검찰생활을 정리하는 전 청소년보호위원장 강지원 서울고검 검사가 명예퇴직하면서 검찰 50년사를 '청와대와 검찰간 유착과 갈등의 역사'로 규정하면서 "청와대와 유착된 검사, 청와대 눈치 보는 검사, 청와대에 줄대려는 검사를 '내부 3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검찰을 정치권에 팔아먹었다"고 일갈한 것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또 "출세와 자리에 연연하는 검사는 이미 썩은 검사"라며 "검찰은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정치적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검찰에 대한 그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으면 검찰은 훨씬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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