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試→로스쿨, 外試→외교아카데미, 行試→전문가 특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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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試→로스쿨, 外試→외교아카데미, 行試→전문가 특채
  • 법률저널
  • 승인 2010.08.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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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2007년 7월 로스쿨법이 임시회 폐회를 몇 분 앞두고 전격적으로 처리, 제정되면서 사법시험의 조종(弔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올해 외교통상부는 현행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2013년부터 1년제 비학위 과정의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50명씩의 외교관을 선발하는 내용의 외교관 선발제도안을 마련했다. 외교부가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지난 1968년 이후 시행돼온 외무고시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2012년부터 1차 서류전형→필기시험→사전면접→면접시험 등 다단계 검증을 통해 예비외교관을 선발하고 1년간 외교아카데미 교육을 거쳐 5급 외교관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설마 사법시험과 외무고시 폐지에서 그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행정고시만은 그대로 지속되길 내심 바라왔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이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는 21세기 국가행정을 이끌어갈 '핵심인재'를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60여년간 지속된 대규모 공채 위주의 공무원 채용 방식을 개방형으로 대폭 개선하는 내용의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고시'를 '5급 공채'로 바꾸고 '5급 전문가 채용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당장 내년부터 선발 정원의 30%를 뽑고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5년부터는 5급 신규 공무원의 절반을 외부 전문가 특채로 선발한다는 방안이다.


공무원 충원방식을 다양화해 경쟁과 전문성 강화를 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행정서비스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고 새로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흐름에 따라 외국과 행정 교류가 급증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공무원 선발 방식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60여년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의 인적구성이 다양화되고, 공무원의 역할도 단순 법집행자에서 '적극적인 서비스 제공자이자 변화 선도자'로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인적자원을 공직에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 선발방식의 틀을 최근 채용 트렌드에 맞게 개편한다는 점에서도 타당성을 더한다.


새로운 제도가 성공하려면 우선 국민적인 공감대가 우선이다. 그러나 수험생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사법시험이 로스쿨, 외무고시가 외교아카데미, 행정고시가 5급공채라는 일련의 '고시' 폐지를 '기득권 층을 더욱 배려하기 위한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로스쿨이나 외교아카데미, 전문가 특채 등 모두가 좋은 '스펙'을 쌓을 능력이 있는 기득권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정부, 서민의 대통령을 내세웠던 참여정부가 로스쿨을 도입한 것을 두고 '대서민 사기극'이라는 말이 수험가에 회자되고 있는 것도 현재 로스쿨이 특정 명문대 출신과 소위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독점한 탓이다. 현 정부도 친서민 정책과 공정한 사회를 외치지만 행정·외무고시 폐지는 고위공직에 진출하려는 서민 자녀들에게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꼴이다.


또한 전문가 특채의 경우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외부 전문가들을 뽑으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외교통상부도 오래전부터 전문직 채용을 명분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했지만 거의 외교관 및 상사 주재원 자녀들이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채용경로를 다양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문성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회계사·박사 자격증을 땄다고 문제 해결능력까지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민간의 우수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공직에 얼마나 지원할지도 미지수이며, 자칫 공직이 개인 경력관리를 위한 '중간 정류장'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공채와 전문가 출신들 간 조직 융화도 숙제다. 또 외부 전문가들이 일정 기간 경력을 쌓아 몸값을 올릴 생각으로 공직에 진출한다면 이들에게 국가관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 희생과 봉사정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공정한 사회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가 없다. 충분한 연구와 검토, 국민적 합의와 숙성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관점에서 로스쿨, 외교아카데미, 행시 개편안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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