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입법고시 수석 ‘정원철 씨’
상태바
[인터뷰] 입법고시 수석 ‘정원철 씨’
  • 법률저널
  • 승인 2010.06.25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 스타일을 찾아야"

 

국회사무처는 지난 19일 제26회 입법고시 최종합격자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전체 경쟁률 364대 1(15명 선발에 5465명 지원)을 기록한 올해 입법고시에서 수석합격의 영예는 2차 시험에서 295.98점을 받은 정원철(남.33.재경직)씨가 차지했다. 법률저널이 그를 직접 만나봤다.

 

‘수의사에서 프로그래머, 그리고 입법고시 수석 합격’

 

3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모든 게 단 한사람이 이뤄낸 것이라 하니 놀랍다.


흡사 제 2의 안철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주인공은 바로 올해 입법고시에서 수석 합격을 차지한 정원철씨. 누가 봐도 눈에 띄는 경력의 소유자인 그가 입법고시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공직에서 이공계 출신을 발견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고 운을 뗀 정씨는 “특히 입법 과정에 이공계 출신이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보다 입법의 조화성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출신으로 수의사 라이센스를 취득했으나 졸업 후 ‘프로그래머’로 전향하는 의외의 선택을 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평소 전공 이외에 관심을 두었던 분야를 부지런히 공부한 결과 수준급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3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 건 ‘엔지니어로서의 한계’였다.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진 그에게 희망을 준 통로는 입법고시.


“당시 결혼을 한 상태로 가장이었기에 입시 도전을 선택하는 데까지 고민도 많았으나 곧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힌 그는 입시 도전 3년 반 만에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합격의 비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입시에 도전한 만큼 수험 생활에 임하는 자세도 남달랐을 터, 정씨가 수석 합격하기까지 체득한 그만의 공부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그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특별한 공부 비결이 있지 않았느냐”고 기자가 재차 묻자 그는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말할 순 있지만 이를 권유하고 싶진 않다. 남들이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하다 보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고시에 입문한 수험생들이 으레 ‘결전의 그 날’을 위해 준비한다던 서브노트, 단권화 작업을 정씨는 과감히 포기했다. 그는 “어차피 책의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는 건데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교과서를 한 번 더 읽고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치중했다”고 말했다.

 

PSAT는 ‘근본적 접근’이 중요

 

자기 스타일에 맞게 담담히 공부를 해나가던 그에게도 발목을 붙잡은 복병은 있었다. 바로 1차 시험인 PSAT. “수험가에선 PSAT를 잘 푸는 인간형이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따르면 나는  ‘PSAT 인간형’이 전혀 아니었다.”고 밝힌 정씨는 “지난 3년 반 동안 입시, 행시 1차 시험을 9회 봤지만 커트라인을 통과한건 2008년 행시 1차, 올해 치룬 입시, 행시 1차, 이렇게 단 3번에 불과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정씨가 번번이 미끄러지던 1차 시험을 막판에 연달아 합격할 수 있게 만든 돌파구는  스터디였다. 특히 ‘언어논리’에 약했다는 그는 ‘책 읽는 스터디’에 참여해 2분 정도 시간을 재 놓고 책의 일부분을 빨리 읽고 이를 요약하는 연습을 했다. 그 글의 중심내용과 문장을 찾는 훈련을 했던 것. ‘상황판단’도 마찬가지로 공부했다. 여기서 법률을 해석해야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챈 정씨는 민법 책까지 찾아 읽으며  법조문의 근본적인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무조건 문제를 많이 푸는 것 보다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도움이 됐다”면서 “항상 커트라인을 간신히 멤 도는 수준의 결과만 얻다가 지난 해 5월부터 2차공부와 병행하며 스터디에 참여한 부터는 커트라인이 높기로 유명한 입시 1차 시험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법고시 2차, 3차 시험을 앞두고

 

정씨는 "입법고시는 다른 고시와는 달리 1차, 2차 시험 사이의 기간이 짧다. 따라서 그 기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학원 강의를 듣기보다는 혼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조절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차 합격 후 3차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서 면접 스터디에 참여했다. 항상 스터디에서 실전인 것처럼 토론에 임한 것이 실제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따르면 실제 면접에서는 진실 되게 대답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실제 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응시자의 인성, 됨됨이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수험 생활에 필요한 건 ‘균형’

 

입시 수석 합격자인 정씨의 수험생활을 들어보면 의외로 특별한 거 없이 자연스럽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들을 만나 기분 전환도 하고 친구 결혼식 참석, 연말 모임에 참여하는 등 ‘고시생’이라는 명함을 빼면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렸던 것. 보통 수험생활이 시작되면 주변과의 연락도 줄이게 되고 소위 ‘잠수’를 타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정씨의 수험 생활이 어찌 보면 이색적이다.

 

그는 “고시생은 특별한 직책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다. 고로 수험생활을 하면서 너무 공부에만 치중하면 심적 여유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종종 어울리며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강박하지 않는 균형의 자세는 정씨가 수험 생활 시작한지 1년 만에 아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도 큰 힘이 됐다. 수험생임과 동시에 아버지로서의 무게감이 수험생활에 부담감을 줬을 가능성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두고 정씨는 책임을 갖고 더욱 공부에 매진할 계기로 삼았으며 이는 훗날 수석 합격의 밑거름이 됐다.

 

“능력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이제 입시 수석도 하고 다 이루신 것 같다, 그렇게 생각 안하는가?”라는 기자의 우문에 정씨는 “국민을 위하는 자리에 오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싶다”면서 “일단 앞으로 맡게 될 업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본 후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해 도태되지 않고 진화하는 공무원, 능력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정씨가 존경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안철수 석좌교수(한국과학기술원). 그는 “안철수 교수도 본래 의사였다가 전산, 교수, 이렇게 끊임없이 직업을 전환한 케이스다. 사회 환원의 마음가짐을 갖고 일관되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존경스럽다”며 “나도 공직의 자리에서 안주하기 보다는 안철수 교수의 마음가짐을 따라 이 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입법 관련 공직자의 경우 입법과정에 참여하게 때문에 이해관계에 있는 쌍방의 말을 들어야할 때가 올 것이다. 그 때마다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장 고마운 그 이름 ‘나의 아내’

 

끝으로 정씨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자신도 무척 힘들었을 텐데 티 내지 않고 언제나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나의 아내에게 가장 감사하다. 양가 부모님과 친구 지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