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뒷북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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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뒷북치는 언론
  • 법률저널
  • 승인 2002.09.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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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의 고시생에 대한 일련의 보도를 보면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시된다. 최근 MBC방송은 신림동 고시촌에 대한 관련 보도에서 고시생들이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내보낸 바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에서도 고시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에는 정확한 사실 확인 이전에 이미 모종의 결론을 낸 상태에서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신문과 방송에서 왜 고시생들은 동네북 신세인가. 고시에 대하여 반감을 갖게 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매스컴의 고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고시생들은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즉 개인적인 욕심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고시 특히 연령 제한이 없는 사법시험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이른바 '고시 열풍'이 사회적인 병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매스컴의 왜곡된 인식이 타당한가? 우선 고시생들이 자기의 출세만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사실이고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인가. 비단 고시생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기의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전도 유망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태도이다. 다만 고시의 특성상 단지 하나의 취직시험이라기 보다는 우리 나라의 사회 지도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고시 합격을 지향하는 경우에는 지도층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능력 이외에도 공익을 우선시 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를 국민들이 바라기 때문에 다소의 다른 점은 있다고 볼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 즉 비단 법대생 뿐만 아니라 법과 관련 없는 공대생들 마저도 고시 공부를 하는 등 '고시 열풍'이 사회적인 병폐라는 지적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놓고 본다면 일견 근거가 있다. 하지만 고시란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합격하는 것은 아니고 극소수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고시생들은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고시 공부를 장기간 하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직업 선택이 스스로의 판단이듯이 포기도 결국은 자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고시생들이 왜 고시를 하게 되는지 사회 전반의 여건 즉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체 입사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사실,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최근의 사회 흐름에 따르면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 등에 대한 자세한 분석 없이 고시생들은 무조건 출세 지향의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밖에 가지지 못한 것이 현 우리 나라의 언론의 수준이다. 특히 이번 MBC의 겉핥기식 보도는 비소(鼻笑)를 금할 수 없다. 언론이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는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그것도 메인 뉴스에서 보도하고 있으니 시청자를 무시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시청자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방송을 계속 봐야 한다니 암울할 따름이다.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 이를테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설식 기사,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방식으로만 사고하고, '우물 안의 개구리'식의 사물의 편린만을 보는 근시안이 더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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